"공실률, 판교의 4배"…준서울 하남 미사신도시 상가 '텅텅'

13만명 거주 미사신도시 집합 상가 공실률 8.1%
임대료 비싸고 공급 과잉…지산 거래량도 '뚝'

경기 하남시 미사지구 상가 1층이 공실로 방치돼있다. 2024.03.15 ⓒ News1 전준우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지난 15일 지하철 5호선 미사역에서 500m 떨어진 상가. 수변 스트리트형 테라스 상가로 기대를 모았던 이곳이 4년째 공실에 허덕이고 있다. 분양 당시만 해도 인근에 1000가구 넘는 오피스텔 고정 수요가 있고, 미사역 도보권으로 높은 투자 수익률이 기대됐으나 접근성이 좋은 대로변 1층 상가마저 주인을 찾지 못하고 텅 비어있었다.

한때 수익형 부동산 유망지로 꼽혔던 경기도 하남 미사신도시의 상권이 공실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13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신도시로 자리 잡았음에도 과잉 공급으로 높은 공실률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미사지구의 집합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기준 8.1%로 지난해 1분기 9.2%에서 2분기 8%, 3분기 7.6%로 감소세를 보이다 다시 늘었다.

같은 기간 서판교의 공실률은 2%, 분당 역세권은 1.7%로 미사지구의 공실률이 4배 이상 높다. 동탄2신도시의 공실률은 4.4%, 동탄 센트럴파크 상권의 공실률은 0.3%이다. 경기도 평균 집합 상가 공실률이 5.4%인 점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경기도 하남시 미사지구 상가 1층이 텅 비어있다. 2024.03.15 ⓒ News1 전준우 기자

미사지구의 높은 공실률은 높은 임대료와 수요 대비 과잉 공급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부동산원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 보고서를 보면 미사지구의 지난해 4분기 기준 집합 상가 임대료는 ㎡당 3만 7900원으로, 경기 평균 ㎡당 3만 500원보다 비싸다. 서판교(㎡당 3만 900원), 동탄2시 신도시(㎡당 3만 6300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대규모 상가 공동화 현상은 동탄, 판교 등을 제외한 2기 신도시에서 고질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도시 택지지구에서 인구 대비 상가의 과도한 공급으로 높은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지하철역 인근에 있는 상가의 경우 '역세권'이 장점으로 부각되지만, 오히려 이동이 편리해지면서 해당 지역 상권 수요가 서울로 흡수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하남시 미사지구 지식산업센터 1층에 입점된 가게가 없이 모두 공실이다. 2024.03.15 ⓒ News1 전준우 기자

여기에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되며 거래 자체도 크게 줄고 있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하남시 미사지역 지식산업센터 거래량은 지난해 160건으로 2021년 290건에 비해 45%나 줄었다. 거래 금액도 2021년 990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550억 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정수민 부동산플래닛 대표는 "올해는 저금리 기조 전환 등 대내외 여건 변화 시 수도권 중심의 거래부터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규 분양은 개발사의 자금난과 수분양자 잔금 미납 등의 문제가, 신규 공급이 많은 경기 일부 지역 등은 공실 문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