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집 됐다, 전세 보증금 다 못 줘"…버티는 집주인들
임대차 유지·수선 분쟁 100여건…조정 성립 '뚝'
임차인 '원상 회복' 의무, 퇴거 전 집주인과 갈등
- 전준우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 집주인 A 씨는 전세 계약 당일 세입자가 그동안 사용한 집 내부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2년간 집 안 청소가 전혀 안 되고 엉망이 됐기 때문이다. 화가 난 임대인은 집안 복구 비용 등을 위해 전세보증금 전액 반환은 못 한다고 통보했고, 세입자와 실랑이 끝에 복구비 명목으로 200만 원을 받기로 했다.
세입자가 집을 제대로 청소하지 않아 퇴거 전 임대인과 갈등을 겪는 사례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통상 집주인이 세입자의 수리 요구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아 문제가 됐지만, 최근에는 '쓰레기 집'이 될 때까지 방치한 세입자로 속앓이하는 집주인들도 적지 않다.
10일 대한법률구조공단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유지·수선의무로 인한 분쟁 건수는 2021년 99건에서 2022년 131건, 2023년 115건으로 매년 100건 안팎으로 발생하고 있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며 조정 성립 건수는 2021년 15건, 2022년 16건에서 지난해에는 7건으로 확 줄었다.
임대차 보호법에 따르면 임대인은 임차인이 주택을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주택에 관한 수선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만약 임대인이 주택을 수선하지 않는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임차인도 부주의한 관리로 주택을 훼손·파손해서는 안 되고, 하자보수가 필요한 경우 임대인에게 알려야 한다. 이를 알리지 않을 경우 퇴거 시 하자로 인한 피해액을 일부 배상해야 한다.
최근 '쓰레기 집'으로 방치한 세입자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며 임차인의 원상회복 의무가 화두로 떠올랐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싱크대와 화장실이 난장이고 바닥 장판도 뜯겨 있다", "줄눈 시공하러 온 기사님이 2년간 화장실을 한 번도 청소 안 한 듯하다고 하더라" 등 세입자 퇴거를 앞둔 집주인들이 대처법 등을 고심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입자가 집을 엉망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보니 퇴거 전 집 상태를 사진 찍어 보내라고 한 뒤 원상 복구 비용을 요구하는 집주인들이 적지 않다"며 "보증금 반환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연쇄적으로 신규 계약자에게도 손해를 끼치고,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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