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조' 부동산 PF 대출액 6년 만에 '2배'…"시행사 자본요건 강화해야"

국회예산정책처 올해 부동산 PF 부실 우려 지적
전문가들 "미분양 주택 소진 정책 필요…자본요건도 합의 후 강화해야"

서울의 아파트 단지 모습. 2024.2.2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액이 최근 수년간 급증하며 건설산업에 큰 위기가 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건설산업 전망도 좋지 않아 업계에서는 PF발 건설업 위기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PF 시행사의 자본요건 강화 등을 통해 PF발 불안정성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7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월 경제동향 '부동산 PF 대출의 현황 및 위험요인 점검'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부동산 PF 대출액은 134조 원으로 6년 전인 2017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금융업체의 전체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도 2020년 0.55%에서 작년 9월 2.42%로 4배 이상 상승했다. 그중 특히 증권업과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높았다. 증권업은 13.85%, 저축은행은 5.56%, 여신은 4.44%, 상호금융은 4.18%의 연체율을 보였다. 반면 은행과 보험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각각 0.0%, 1.11%로 안정 수준을 나타냈다.

박승호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국 분석관은 이런 상황에 대해 "최근 높은 금리 수준이 지속되면서 부동산 경기도 악화하고 있어 부동산 PF 리스크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경기 회복세가 더딘 상황에서 건설기업 파산 가능성, 금융기관 부실 우려가 부각될 경우 실물경제의 충격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 부동산 PF의 위험 요인으로 먼저 부동산 PF 시행사의 낮은 자기자본 비중을 꼽았다. 한국 시행사는 총사업비의 5~10% 내외의 자기자본만을 투입하고 나머지 자금은 금융회사 대출과 분양 대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행사 설립 관련 자본금 요건도 법인은 3억 원, 개인은 6억 원 수준이다.

대출 의존도가 높다 보니 금리 상승 시 이자비용 증가로 사업 수익성이 직접적으로 악화할 수 있고, 분양대금(계약금, 중도금)에 대한 사업비 의존도가 높아 부동산 가격 하락 등으로 분양대금 납입이 지연되거나 분양이 취소되면 사업 중단 위험도 높다. 여기에 더해 공사비용 상승분을 분양 가격에 전가하기가 어려워 사업 진행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PF 시행사의 자본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방안이 없으면 부실 가능성이 향후에도 커질 수 있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건설사들이 직접 땅을 사고 분양을 하고 그랬는데 시행사가 부동산 PF에 등장하면서 부실 가능성도 커졌다"며 "시행사 제도 자체를 없애거나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든지 해야 한다" 제언했다.

아울러 "현재 8만~9만 가구로 추정되는 미분양 주택을 소진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에서 내놔야 건설사 입장에서도 계약금이나 중도금이 들어와서 PF 이자도 내고 원금도 내고, 공사비도 줄 수 있다"며 "금융업체들 역시 아무리 변동금리라도 금리가 조금 오른다고 해서 몇 퍼센트(%)씩 올려버리는 것은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 생각되기에 여기에 대해서도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행사 설립 자본금요건이 법인기준 3억 원이라 높지 않기는 하지만 문제는 이 기준을 얼마까지 높이느냐다"라면서 "합의를 통해 기준을 높여 부동산 PF의 안정성을 제고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기준을 높이면 작은 시행사들이 사업을 못 해 작은 건물 짓는 사업들은 진행이 안 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권사 쪽에서 연체율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저축은행처럼 시행사가 자기자본비율 20%를 충족해야 대출을 해주는 식으로 현재 한국 상황에 맞게 합의 후 부동산 PF 시행사 설립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d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