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여기만 가요"…'MZ성지' 성수동, 열기 이어가나[송승현의 손바닥부동산]
삼표부지까지 문화 트렌드 확장, 서울 대표 '관광지'로
돈 되는 '팝업스토어'에 밀려 사라지는 성수동 특색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팝업스토어의 메카. 손흥민과 BTS 제이홉, 소녀시대 태연 등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성수동. 대한민국의 수많은 길이 사라져갈 때도 성수동만은 달랐죠. 성수동이 다시 한번 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삼표 부지를 비롯한 성수 일대를 글로벌 업무지구로 조성한다는 계획입니다.
뉴스1은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와 함께 성수동의 부동산 시장 향방을 짚어봤습니다.
◇굴뚝 즐비한 '성수동' 이젠 MZ 핫플로…주거·업무로 인기 '쑥'
성수동은 1970~1980년만 해도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준공업 지역으로 중소 공장 등이 즐비했던 곳입니다. 굴뚝산업의 대표 격인 레미콘 생산시설이 국내 최대 규모로 자리하기도 했었죠. 그러나 인쇄·출판을 비롯해 전기전자, 기계부품과 섬유 관련 공장들이 점차 자리를 뜨기 시작했습니다.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를 이겨내지 못한 탓이죠.
그렇게 쇠락할 줄 알았던 성수동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데에는 서울숲 역할이 컸습니다. 1954년 5월 8일 들어선 경마장이 1989년 경기 과천시로 옮겨가면서 비게 된 부지가 생태공원으로 변모했는데요. 해마다 750만명이 찾는 서울의 명소로, 무려 35만평에 이르는 대규모 공원입니다.
이후 성수동을 방문하는 인구가 늘자, 폐공장이나 창고로 쓰던 곳에 카페와 전시관 등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힙 플레이스가 됐죠.
주거지로서 가치도 상승 중입니다. 갤러리아 포레는 2007년 분양 당시 평균 분양가 4390만원으로 다소 높았지만, 분양에는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전용면적 217㎡의 실거래가가 90억원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갤러리아 포레와 쌍두마차가 불리는 트리마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트리마제의 전용 84㎡형은 지난해 43억원에까지 거래되며 15억원대였던 분양가보다 30억원가량 올랐습니다.
주거지뿐만이 아닙니다. 업무지구로도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데이터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성수동 뚝섬 인근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020년 2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연이어 0% 공실률을 기록했습니다.
부동산의 가치가 오르다 보니 이곳저곳에서 개발 사업이 활발합니다. 워크아웃에 돌입한 태영건설도 이곳에서 사업을 진행했었습니다. 다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태영건설은 성수동 오피스 개발 사업과 관련된 480억원 규모의 PF 채무를 막지 못했습니다.
◇'글로벌 업무지구'로 재탄생…서울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
그렇다면 성수동은 무조건 피해 가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성수동은 또 한 번의 큰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부터 삼표 부지를 비롯한 성수 일대를 글로벌 업무지구로 조성하기 위해 국제 설계공모 지침을 마련하고 설계공모를 진행했습니다. 이후 성동구는 '2024년 성수문화예술마당' 상반기 정기 신청 결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죠.
플러엔엑스는 이번 공모에 25m 높이, 3층 규모의 한시적인 파빌리온 형식의 건물을 신축해 대공연장, 다목적 전시장, F&B(식음료), 굿즈샵, 야외 소공연장, 산책로 등의 구성과 국내외 콘텐츠 유통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건물 내부에는 디지털 뮤직 아트쇼나 체험형 미디어 전시, 브랜드 팝업 등의 콘텐츠를 유치해 성동구민과 국내외 관광객에게 새로운 문화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입니다.
삼표 부지는 1977년부터 45년간 레미콘공장이 운영됐던 곳으로, 지난해 공장이 철거가 이뤄졌습니다.
계획대로 삼표 부지까지 일대 문화트렌드를 확장한다면 성수동은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할 전망입니다. 부동산의 가치도 더욱 오르게 되겠죠. 결국 투자자나 건설사와 시행사의 관심은 끊어지지 않고, 지속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돈 되는 팝업스토어, 일부러 상가 비운다…특색 사라지는 성수동
다만 문제가 없진 않습니다. 팝업스토어를 불러들인 특색있는 거리가 높아진 임대료 탓에 색깔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젠 온통 팝업스토어가 가득한 곳으로 변하고 있죠.
계약된 사례를 기준으로 2021년 실질 임대료(E.NOC)는 평당 21만1000원을 기록했는데요. 지난해에는 평당 29만원으로 2년 만에 약 40% 상승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임대료 부담은 더 큽니다. 팝업스토어를 3일가량 빌리는 데 1억원 정도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수동 일대에는 팝업스토어 전문 공인중개사무소도 생겼죠.
팝업 유치를 위해 건물을 일부러 비워놓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합니다. 거리가 휑해지면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입니다. 소상공인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전망도 이와 비슷합니다. 차별화가 안 된 거리라면 더 이상 팝업스토어가 들어올 이유가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가로수길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죠. 팝업스토어의 부작용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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