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높이 제한 완화 글쎄"…서촌 주민들 시큰둥한 까닭

서촌 높이제한 20m → 24m로…1977년 지정 후 첫 완화
인근 주민들 "한옥 보존지역, 개발 쉽지 않다" 회의적 시각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일대 서촌 한옥마을 일대 모습..2024.1.31/뉴스1 ⓒ News1 한지명 기자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이 동네는 한옥이 있어서 좋잖아. 하늘도 보이고. 고도제한이 풀리면 동네 다 버리지."(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민 김 모씨·72세)

경복궁 주변 서촌 지역 고도제한이 일부 완화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해당 구역이 속한 '경복궁 고도지구'의 높이 규제가 완화되는 것은 1977년 지구 지정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31일 기자가 만난 효자동 소재 공인중개사들은 고도 제한 완화가 인근지역 부동산과 상권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효자동 A공인중개사 대표는 "집주인들이 찾아와 관심은 보이지만, 집을 사러 오거나 문의하는 사람은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B공인중개사들은 "(고도 제한 완화) 혜택을 받는 집은 몇집 되지 않을 것"이라며 "지구단위계획을 풀어줘야 되는 거지 그 정도 가지고 영향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일대 서촌 한옥마을 일대 '통인시장'의 모습..2024.1.31/뉴스1 ⓒ News1 한지명 기자

현재 서촌은 지역 내 한옥마을 보호를 위한 한옥보전구역, 경복궁 경관 보전을 위한 문화재보호구역, 인왕산 경관 보전을 위한 자연경관지구 등 여러 규제에 겹겹이 싸여 있다. 동네에 따라 건축물 높이 12~20m 제한을 받고 있다. 층수로는 3~5층 정도다.

이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지난달 17일 고도지구 등 전면 개편을 위한 용도지구(고도지구·특화경관지구) 결정(변경)안을 수정 가결했다.

이번 결정안은 지난해 6월 서울시가 발표한 '신 고도지구 구상안'에 대해 '경관 보호 범위 내에서 높이를 추가 완화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에 서촌 일부 지역은 경관과 여건 따라 최고 20m에서 24m, 나머지는 16m에서 18m로 높이 제한이 변경된다. 1층 높이를 약 3m로 가정했을 때 최고 8층 높이의 건물까지 들어설 수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도로변 일대 모습..2024.1.31/뉴스1 ⓒ News1 한지명 기자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높이 제한 완화보다 '한옥 보존지역' 해제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일부 높이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경복궁과 인왕산과 인접한 지역의 특성상 개발 이익을 낼 만한 대규모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C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이곳은 고도 제한 등 규제가 풀려야 개발이 되는데 한옥 보존지역이라서 높이를 완화한다고 해도 크게 건물을 올릴 수는 없다"고 했다.

지역 주민들의 반응도 차갑다. 20년 가까이 서촌에 거주한다는 최용주씨(67)는 "한옥에 살고 있는데 서촌은 역사 문화 자원이 많다"라며 "다른 지역은 풀어줬는데 이 지역은 풀어줄 게 없다 보니까 숫자(높이)를 제시한 모양인데 별 영향도 없고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모씨(63·여)는 "높이를 완화해 준다고 해도 한옥 보존지역에 대한 규정은 계속 가는데 1층(3m 정도)만 새로 올릴 집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전문가들 역시 높이 규제 완화에도 개발이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고도제한이 완화되게 되면 건축물을 올리는 데 도움이 돼 기존보다 용적률이 높아지는 효과들은 있겠지만, 저층 위주로 조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파트단지 등 대규모의 정비사업을 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hj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