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65조' 철도·도로 지하화 사업…"수도권지역 실현가능성 높아"

정부 재정 미지원에 전망 엇갈려…"수도권은 가능할 것"
"방향성 자체는 적절…양분된 지역 시너지 효과 낼 것"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국민의힘 대선 후보 당시 지상철도 지하화 등을 포함한 서울시 관련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2022.1.16/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철도를 지하로 옮기는 '철도 지하화 사업'에 시동을 걸면서, 여당 역시 관련 공약을 준비하는 등 보폭을 맞추는 모양새다.

다만 해당 사업은 별도의 재정 투입 없이 상부의 개발이익을 지하화에 사용하는 구조인데, 최근 부동산 경기 등으로 인해 실현 가능성에 대한 여러 시각이 존재한다.

30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25일 교통 분야 3대 혁신 전략을 발표하고 철도 지하화 계획을 밝혔다.

우선 정부는 오는 3월 철도 지하화 노선·구간, 상부 개발 구상, 철도 네트워크 재구조화 등을 담은 종합계획 수립에 착수한다.

6대 특·광역시+α를 대상으로 사업성 및 균형 발전 등을 종합 고려해 내년 말 대상 노선도 선정한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국민의힘 대선 후보시절 공약했던 사업 등을 중심으로 지자체 제안을 오는 9월 받고, 계획의 완결성이 높은 구간을 선도 사업으로 연내 선정할 방침이다.

정치권도 정부의 보폭을 맞추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오는 31일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주제로 경기도 수원을 방문하는 일정에 맞춰 반도체 지원 정책 발표와 함께 철도 지하화에 대한 공약 발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관건은 정부의 재정 투입 없이도 철도 지하화가 실행될 수 있느냐다. 해당 사업에는 총 50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정부의 재정은 투입되지 않는다. 상부 개발 이익으로 사업 비용을 충당하는 구조로, 사업시행자는 채권 발행 등으로 재원을 선조달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도로 지하화 사업비 규모가 65조2000억원 수준인데, 그중 50조원이 철도 지하화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개발이익이 수도권에 비해 작은 지방 지역의 경우 당장에는 사업 추진이 어려울 수도 있을 전망이다.

예컨대 막대한 상부 개발이익이 예상되는 경부선 용산역-남영역-서울역 일대나 경원선 용산역-이촌역-서빙고역 일대와 달리 광주나 대구의 경우 상대적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는 "수도권 같은 경우 철도가 도심을 다 통과하고 인근에 상권 발달이 잘돼 있다. 개발만 하면 이익도 상당할 것"이라며 "반면 지방의 경우 외곽까지는 아니지만 주변 환경이 수도권과는 다르다. 자금조달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원석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도 "지하화의 전제가 넓은 공간이 단절적으로 운영돼서 그 지역의 개발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에 그런 곳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현재의 재원 조달 방식으로는 경쟁력이 있는 곳의 경우 사업이 가능한데, 지방의 경우에는 실행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하화를 통한 도시 공간 재구조화라는 방향성은 적절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서원석 교수는 "지상공간을 친환경적으로 녹지공간으로 조성하는 식인데, 방향성 자체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며 "기본적으로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에서 지상공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런 공간을 통해서 삶의 질을 향상하는 방향성 자체는 좋다고 본다"고 했다.

심형석 소장도 "방향은 맞다. 이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도 있을 것이고, 지역 발전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지방의 경우 자체 개발 이익으로만 지하화를 한다는 건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정부 재정지원도 필요하다면 투입하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철도는 공간을 양분해서 서로간에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도록 공간을 차단하는 역할을 해왔던 만큼 지하화 방안은 바람직하다"며 "지방의 경우 재정 조달이 어려울 수 있는데, 사회적 편익 비용이 있다고 한다면 정부 재정지원도 고려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