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구경 실컷 하더니 감감무소식"…1억 낮춰도 집주인 애탄다
서울 아파트 거래 두 달 연속 1800건대...'거래 절벽' 심화
시장 분위기 반전 '트리거' 안 보이네..."한동안 하락 국면"
- 전준우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 서울 외곽 지역에 거주 중인 A씨는 상급지로 갈아타기 위해 집을 내놓은 지 반년이 지나면서 지쳐간다. 급하게 팔려는 욕심은 내려놓고 주변 호가와 비슷하게 집을 내놓았더니, 점점 "구경하는 집"으로 전락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A씨는 "집을 보여주기 위해 매번 집을 정돈하고 일정 맞추는 일도 보통 일은 아니다"며 "집값 상승기에 '매물을 보려면 돈을 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이해는 간다"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역대급 거래 절벽에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매수자는 뚜렷한 '급급매'를 찾고 있는 상황이 뚜렷한 가운데 상급지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매물 가격을 낮추는 것도 한계가 있어 좀처럼 아파트 매매가 성사되지 않는 모습이다.
3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전날(29일) 기준 1811건으로 한 달 전인 11월 1843건에 이어 두 달 연속 1800건대를 이어갈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8월 3899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집값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자, 매수자의 관망세가 더 짙어지며 매물만 계속 쌓이고 있다. 프롭테크 '아실'에 따르면 서울 하루 평균 매물량은 7만6000건~7만7000건에 달한다.
일단 매수 문의가 들어오면 공인중개사가 아파트 로열동이나 로열층(RR), 내부 인테리어를 잘 갖춘 곳 위주로 보여주고 있는데, 주변 호가 대비 1억원 이상 파격적으로 낮추지 않는 이상 선뜻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맞벌이인데 집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공인중개사에게 아파트 비밀번호를 알려줘도 괜찮은지", "호가보다 확 낮춰 빨리 팔고 싶은데 네이버 부동산에 올려놓으면 괜히 아파트 시세만 낮추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 "확실한 매수 의사가 있는 경우에만 집을 보러 왔으면 좋겠다" 등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들의 고민이 엿보인다.
금리 인하나 대출 규제 완화 등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확실한 '트리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한동안 급매물 위주의 간헐적 거래만 이뤄지고, 결국 매물 가격이 조정되는 등 하락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값은 9주 연속, 서울 아파트값은 8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29일부터 시행된 신생아 특례대출은 9억원 이하 아파트를 살 때 최대 5억원까지 1~3%대 저리로 대출(연 소득 1억3000만원 이하)이 가능해 다소 파격적이지만, 수혜 대상이 2년 내 출산 가구로 한정적이라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 집 마련을 위한 상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특례보금자리론도 이날부터 '보금자리론'으로 개편해 새롭게 출시했지만, 연 소득(부부 합산) 7000만원 이하·주택가격 6억원 이하 서민·실수요층 대상으로 대출한도도 3억6000만원~4억원 선에 그친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30일부터 보금자리론이 부활하지만, 가계부채 관리를 목적으로 대상 조건도 까다롭게 운영되고 대출 한도도 축소됐다"며 "주택 거래 시장에 미치는 효과 자체가 미미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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