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표준계약서…건설사 "공사비 현실화 긍정 평가" vs 조합 "현실성 의문"
전문가들 "제도적 틀로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 줄일 것"
- 김동규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정비사업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의 공사비 분쟁을 최소화하고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한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가 배포되면서 이 계약서가 현실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표준계약서로 공사비 분쟁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고, 전문가들과 건설사는 대체적으로 긍정 영향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일부 조합원들은 표준계약서가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용할 것인가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24일 전문가들은 표준계약서가 공사비 분쟁 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다는 측면에서 긍정 평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을 포함해 광역시 등의 주요 도심지들은 결국 정비사업을 통해서 일반분양을 해야 하는데 사업기간이 최소 5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들어가다 보니 중간에 공사비 이슈가 나오면 이 기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이 있었다"며 "공사비 분쟁이 났을 때 해결할 수 있는 표준화된 제도적 틀이 만들어져서 조합과 시공사 간의 간극을 줄여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표준계약서에 물가를 현실에 맞게 반영하는 부분 등이 들어간 것도 좋은 부분이지만 앞으로 정비사업에서는 공사비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사비가 제대로 검증이 안되면 사업이 지연되고 혼란이 커질 것으로 봐 향후 공사비의 근거가 될 수 있는 표준계약서 도입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아울러 "정비사업을 보면 부동산 지식이 부족한 조합원들도 더러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도 있어서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도 표준계약서는 필요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건설사 입장에서는 소비자물가지수와 건설공사비지수를 포함해 입찰 시 조합에 골라달라고 제시를 했는데, 지금과 같이 공사 자재 값이 급등한 시기에는 공사비 분쟁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가이드라인이 필요했어서 긍정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작년 원자재 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곳곳에서 공사비 갈등이 빚어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이 표준계약서를 활용해 협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표준계약서가 의무가 아니라 권고라는 점에서 발생하는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표준계약서의 존재만으로도 공사비 투명화에 긍정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만약 표준계약서 사용에 동의하는 건설사가 하나도 없다는 상황이 있더라도 계약서의 일부 특약조건 등을 수정하거나 추가하는 식으로 변형양식을 사용하는 사례도 예상할 수 있다"며 "건설공사는 사업장마다 다른 특징과 현황이 존재할 수 있기에 이런 부분은 계약서상 추가나 특약 조건으로 반영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조합에서는 이번 표준계약서를 두고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의 한 재건축 추진위원장 A씨는 "일단 공사현장마다 너무 변수가 많다. 재개발이 재건축보다 공사비가 훨씬 더 들고, 레미콘 차량 들어가는 시간도 일조권 등 민원사유로 제한돼 있어서 이런 것들로 공사지연 가능성이 크고 자연히 비용도 상승한다"며 "지역마다 시방 기준에 따른 재료 기준도 다 다른데 이런 수많은 기준을 표준계약서에서 어떻게 넣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가 지난 22일 배포한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는 공사비 산출 근거 명확화, 설계변경 및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기준 마련이 주요 내용으로 들어가 있다.
구체적으로 시공사가 제안하는 공사비 총액을 바탕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되 선정 후 계약 체결 전까지 시공사가 세부 산출내역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이를 첨부해 계약을 체결하도록 해 공사비 근거를 명확히 한다. 또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을 위해 당초 소비자물가지수 변동률 적용에서 지수조정률 방식 등을 활용해 물가 반영 방식을 현실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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