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문 닫은 종각 젊음의 거리…줄폐점에 무너지는 상권 [꼬마빌딩의 배신]①
"더 버티기 힘들다"…종각 젊음의 거리 일대 공실 급증
종로 일대 상가 공실률 3년새 2배…"MZ세대로 발길 끊겨"
- 한지명 기자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서울 종각 인근 상권 침체가 예사롭지 않다. 코로나19 종식으로 인근 을지로나 명동 등은 상권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곳 분위기는 다르다. 유동인구가 줄어든 데다 고물가까지 겹치며 버티지 못하고 나간다는 상인들의 하소연이 들린다.
17일 오후 이른 저녁 찾은 '젊음의 거리'는 한때 글로벌 명소로 이름을 떨치던 옛 명성을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임을 감안했을 때도 골목마다 지나가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인적이 끊겼다.
종각역에서 청계천 일대까지 대로변을 따라 걷는 동안 10m 간격으로 빈 상가가 눈에 띄었다. 한때 의류 매장이었던 곳부터 2층짜리 카페 건물까지 다양한 건물들이 '임대' 현수막을 걸어놓은 채 텅 빈 모습이었다.
같은 날 이곳에서 만난 자영업자 10여 명 중 절반 이상은 가게 사정을 묻자, 대화를 거부했다. 홍어집을 운영하는 A씨는 "10년째 가게를 운영 중이다"면서도 "다른 데 가서 물어보시라"며 입을 닫았다. A씨의 차가운 응대가 자영업자들의 사정을 대변해 주는 듯했다.
횟집을 운영하는 B씨는 주방에서 나와 텅 빈 가게에 홀로 앉아 있었다. B씨는 "날씨가 좋은 날에도 손님이 없는데 눈까지 내려서 사람이 있겠냐"라며 "손님이 없어서 파출부도 오전에 돌려보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보증금 5000만원에 임대료는 300만원짜리 가게인데 이 근방에 비해서는 싼 가격이다"라면서도 "세가 적은 가게인데도 장사가 안 되어 버리니까 답답할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상인들은 모두 "종각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C씨는 "유동 인구가 없다"며 "과거에는 출퇴근길에 사람이 빼곡했는데 지금은 창 밖만 봐서는 출근 시간인지 퇴근 시간인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인근의 D공인중개사 대표는 "주변 사장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오후 11시면 거리가 썰렁해진다고 하더라"라며 "대중교통이 끊기기 전에 사람들이 다 집으로 가니까 결국 외국인만 남는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작년 하반기부터 (꼬마빌딩) 거래는 끊겼다고 보면 된다"며 "찾다가도 금리가 올라가면서 다들 매수 의향을 접어서 내년 하반기 이후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심 상권에서조차 자영업자들이 떠난 자리를 새 사업자가 채우지 못하면서 공실이 장기화하고 있는 현실이다.
E공인중개사 대표 역시 "청계천 쪽 대로변 26평짜리 1층 건물이 보증금 2억원에 월세가 1200만원이다"며 "공실 기간이 꽤 됐는데 요즘 장사가 안 되니까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종로구 일대 상가 공실률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해 3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을 조사한 결과, 종로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6.6%를 기록했다. 3년 전인 2019년(3.25%)보다 약 2배 늘어난 수치다.
이에 비해 임대료는 내려가는 추세다. 종로 근처 임대료는 ㎡당 6만6400원으로 3년 전(㎡당 7만5300원)보다 11.8%p 감소했다.
종각 일대인 종로구 관철동에서는 지난해 9월 전용 754.51㎡ 일반 상업시설 건물이 49억원에 거래됐고, 같은해 11월에는 전용 143.79㎡ 일반상업 시설 건물이 28억원에 거래됐다.
수도권의 꼬마빌딩(연면적 1000㎡ 이하) 거래량도 감소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지표 기준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6999건에 달했던 꼬마빌딩 거래량은 지난해 4582건으로 줄어들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의원은 "종각 젊음의 거리는 과거 베이비붐 X세대의 추억이 어린 곳"이라며 "주요 소비층이 MZ(밀레니얼+Z세대)로 세대교체하면서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됐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여기에 광역상권의 부침이 심해지고 있고, 을지로 쪽 건물에 지하상가가 많아지면서 종각 쪽 상권이 부침을 겪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hj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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