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은마아파트 새 조합장 선거 '부적합' 의견 전달

최정희 "선관위 구성 보류…구청과 상의할 예정"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일대. 2024.1.1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전준우 기자 = 조합장 직무가 정지된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곧바로 새 조합장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 모집에 나서려던 것을 강남구청이 제동을 걸었다. 조합장 스스로 사임하거나, 해임되지 않는 이상 새 조합장 선출은 부적합하다는 취지다.

17일 정비업계와 강남구에 따르면 전날(16일) 구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에 '조합장 선임을 위한 선거관리위원 모집 공고 취소 조치' 공문을 보냈다.

구는 공문에서 "법원의 조합장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은 조합장 해임이나 당연 퇴임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조합장을 새로 선출하는 것은 부적합하다고 사료된다"고 전했다.

이어 "조합 정관 등에 부적합하게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업무를 진행할 시 관련규정에 따라 시정명령 등 조치할 예정임을 알린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선거관리위원 모집 공고를 즉시 취소 조치하고, 조치에 대한 계획을 이날까지 구에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조합장이 스스로 사임하거나, 해임총회를 통해 해임되지 않는 이상 새 조합장 선출은 사실상 막힌 셈이다.

은마아파트 조합은 지난 12일 선거관리위원 모집 공고를 낸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가 지난 12일 이재성 은마소유자협의회(은소협) 대표가 최정희 조합장을 상대로 낸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인용 결정을 내린 당일이다. 직무가 정지된 최 조합장은 곧바로 항고한 상태다.

앞서 지난해 8월 열린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설립 총회에서 전체 조합원 4278명 중 3654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그중 무효표를 제외하고 최 위원장이 2702표(76.3%)를 받아, 838표를 받은 이재성 은소협 대표를 누르고 초대 조합장 자리에 앉았다.

이후 이 대표는 사전 우편 투표함 등이 무방비로 관리됐다며 조합장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결과는 4개월여 만에 나왔다. 최 조합장은 곧바로 이의 신청을 한 상태며, 이의 신청에 대한 기일은 오는 24일 오후 3시45분에 잡혔다.

최정희 조합장은 "구청 입장을 감안해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보류하고 향후 일정을 구청과 상의할 예정"이라며 "조합도 그렇고, 저도 시간을 끌지 않기 위해 계속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고 전했다.

당초 은마아파트 조합은 이르면 이달 말 최고 49층으로 높이를 상향하는 등의 정비계획 변경에 나설 예정이었다. 현재 평형 수요 조사 등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총회를 열고 정비계획 변경에 대한 보고를 할 방침이었다.

다만 조합장 직무 정지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정비계획 변경 일정도 뒤로 밀리게 됐다. 현재 조합 정관에 따라 상근이사 중 최연장자가 직무대리 역할을 수행 중이다.

한편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28개 동의 4424가구 대단지로 강남 재건축 사업의 대어로 꼽힌다. 은마아파트는 재건축을 준비하기 시작한 1999년 이래로 24년 만에 조합 설립 초읽기에 들어가며 재건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기대가 한층 커졌었다. 지난 2003년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후 20년 만이다.

d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