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대못 뽑은 정비사업…'95만채' 공급 확대 "긍정적" vs "디테일 챙겨야"

"주택분야 민생보고, 리모델링보다 재건축 선호현상 강해질 것"
"대규모 이주시 시장 가격 불안 요인 챙겨야"

정부가 30년이 넘은 아파트의 경우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재개발의 경우도 노후도 등 요건의 문턱을 낮춰 사업추진을 촉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10일 대통령 주재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 모습. 2024.1.1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신현우 김동규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도심공급 확대를 위해 향후 4년간 95만 가구를 정비하면서 재건축·재개발 속도를 높인다. 속도는 빠르게, 문턱은 낮추면서 사업성을 제고하는 것이 골자다. 또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사업 과정의 갈등 차단뿐만 아니라, 비(非)아파트 공급 활성화를 위한 폭넓은 대책이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사업 추진 움직임이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 선호 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난개발 우려뿐만 아니라, 이주가 일시적으로 진행될 경우 임대차 시장 가격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 등 디테일을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11일 정부가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 경기 보완방안'에 따르면 먼저 패스트트랙으로 사업 속도를 높인다.

준공 30년이 넘은 주택은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 착수를 허용하고, 조합설립 시기 조기화를 통해 사업기간을 최대 3년 단축한다. 지금은 안전진단 통과 이후 정비구역 입안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아도 정비사업 착수를 할 수 있다. 안전진단은 사업시행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면 된다.

준공 30년이 넘었을 때는 추진위 구성이 가능해지고 정비구역 지정(정비계획 수립)과 조합 설립 추진 병행이 가능하다. 신탁방식 효율화를 위해서 주민 전체회의 기 의결 범위 내 시행사항은 추가의결 없이 추진하고, 사업계획인가 신청 시 주민 의사확인을 간소화한다.

정비사업 추진 요건도 완화한다. 재개발 노후도 요건을 현행 3분의 2에서 60%로 완화하고, 노후도 외 요건도 걸림돌이 안 되게 한다. 사업성 제고를 위해 사업 초기 자금지원, 재건축부담금을 추가를 합리화한다. 관리처분인가 이전에도 계획수립 등에 필요한 자금조달이 용이하도록 기금융자를 제공하고 HUG(주택도시보증공사)보증대상을 확대한다.

도심 내 다양한 주택 유형 공급을 위한 비아파트 건축 규제도 대거 완화한다. 도시형생활주택의 토지이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현재 300세대 미만인 세대수 제한을 폐지한다. 또 현재 전체 세대 수 절반까지만 방 설치가 가능했던 규정도 없앤다.

세제·금융 지원에서는 먼저 향후 2년간 준공되는 신축 소형 주택(60㎡ 이하, 아파트는 제외)에 대한 원시취득세를 최대 50% 감면한다. 아울러 구입 부담 경감을 위해 개인의 경우 향후 2년간 준공된 소형 신축 주택(60㎡ 이하)은 취득세·양도세·종부세 산정 시 주택수에서 제외한다.

등록임대의 경우 소형 기축 주택은 향후 2년간 구입·임대등록(매입임대) 하는 경우 세제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한다. 등록임대 사업 여건도 개선한다. 임대의무기간(현재 10년)이 완화된 단기 등록임대를 도입해 소형 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한다.

수요 진작방안도 마련됐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활용 시 주택 건설사업자의 원시취득세를 최대 50% 감면(1년 한시, 법 개정 전제)한다. 대상은 올해 1~12월 준공한 취득가액 3억원·전용면적 85㎡ 이하 미분양 주택으로, 올해 12월까지 임대계약(2년 이상)을 체결한 주택(법 25%+조례 25%)이다.

준공 후 미분양 추이와 함께 건설업계의 자구노력(분양가할인 등)·임대수요 등을 고려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의 LH 매입을 추진한다. 향후 2년간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전용 85㎡·6억원 이하)을 최초 구입할 경우 해당 주택은 세제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된다.

기존 1주택자가 최초 구입 시 1가구 1주택 특례도 적용된다. 다만 법 개정 후 1년 내 미분양을 최초 구입하는 경우 적용된다. 기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주택 1채(가액‧지역은 추후 발표)를 신규 취득 시 1주택자로 간주해 1가구 1주택 특례가 적용된다.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는즉각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양 협회는 "주민 선택으로 재건축, 재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사업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증가하는 1∼2인 가구의 주거수요에 대응하는 도시형 생활주택 및 주거용 오피스텔 등 소형 주택에 대한 공급규제를 대폭 걷어냄과 동시에 수요진작 방안까지 포함하여 국민에게 필요한 주택이 적기에 공급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맞춤형 대책이라는 평가"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 부분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재건축 안전진단 비용부담이 사업시행인가 시점으로 이월됨으로써 추진위 설립 등 재건축 초기 사업장들의 사업추진 움직임이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정비사업 수요가 많은 수도권의 경우 현재 입주 30년경과(초과)된 아파트만 102만2948세대 규모로, 안전진단, 추진위, 조합신청, 조합설립 단계의 규제가 과감히 완화되면 이들 단지의 재건축정비사업 속도가 3년 이상 단축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어 "재건축 진입문턱 완화로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 선호현상이 높아질 전망"이라면서도 "비슷한 시기 다수 지역에서 재건축 사업이 일제히 진행되면, 사업 후반기 이주·멸실이 한꺼번에 몰리게 되고 임대차 시장의 가격불안 요인이 되거나, 리모델링 또는 대수선 보다 자원 및 사회적 비용 낭비 우려를 지적하는 환경단체의 목소리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지역에서는 인허가를 받기라 어려웠는데, 이 부분을 시장수요와 정책목표(정비사업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에 맞춰 완화한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재개발의 경우, 도심의 모든 노후지역을 아파트(공동주택)로 바꾸는 식의 접근이 맞는지에 대한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개발 요건을 과도하게 완화한다는 것은, 주민들이 개발을 원하는 곳은 그렇게 하고 반대하는 곳은 정비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시장에 맡기겠다는 기존 원칙과 상충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PF대출 시장 냉각으로 인한 비아파트 주택 공급 확대는 단기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고도 했다.

함 랩장은 "1~2가구가 밀집한 수도권 역세권 중심으로 사업추진 검토는 증가할 것으로 판단되나 준주택 분양수요 급감과 관련 PF대출 시장 냉각으로 빠른 시장 회복은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 "준주택 주차장 건립 기준 완화 등으로 인한 기반시설 과포화 및 난개발 우려도 주의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 연구위원은 "주거용 오피스텔에 발코니 허용은 결국 아파트처럼 확장형 발코니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다면 사실상 아파트와 동일한 주택이 되는데, 그럼 굳이 주거용 오피스텔이라는 유형으로 할 필요가 있을 것이냐는 의문이 나온다. 가령 1동짜리 주거용 오피스텔의 건축을 장려하기보다는 1동짜리 아파트(주택) 형태가 되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d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