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현실로…건설업계 '악재' 어떻게 걷어낼까[부동산백서]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 비중 374%…건설사 중 최고 수준
"태영건설에 한정된 문제 아니야"…시험대 오른 정부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시공능력평가 순위 16위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습니다. 1군 건설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되는 건 지난 2013년 쌍용건설 이후 10년 만입니다. 이로 인해 금융권이나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태영건설이 이렇게 된 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을 남발한 영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당시에는 '수주는 곧 돈을 버는 길'로 인식됐던 만큼, 시행사 보증이라는 무리한 조건으로 수주를 이어왔던 게 문제가 된 것이죠.
한국투자증권 최근 보고서를 보면 태영건설이 보증한 PF 대출 잔액은 올 3분기 말 기준 4조4100억원입니다. 민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위한 PF 대출 보증액을 제외한 순수 부동산 개발 PF 잔액은 3조2000억원에 달합니다.
한국신용평가가 집계한 지난 9월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PF보증 비중은 태영건설이 374%로 주요 건설사 중 가장 높습니다. 다른 건설사는 현대건설 122%, GS건설 61%, DL이앤씨 36%, 포스코이앤씨 36% 등의 수준입니다.
내년 4분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는 3조6027억원에 육박합니다.
주요 계열사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등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섰지만,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인 듯 합니다.
이제 문제는 PF 위기 확산을 어떻게 막느냐입니다. 전체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9월 말 134조원, 연체잔액은 3조2400억원에 달합니다. 비단 태영건설만의 문제는 아닌 셈이죠.
특히 건설업계 전반으로 자금 경색이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습니다. PF 대출에 대한 우려가 커진 만큼 금융사들이 건설업계에 돈을 내주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체력이 튼튼한 대형 건설사라면 모를까 중·소형 건설사의 경우 대출 만기 연장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제2의 태영건설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겠죠. 이를 제때 바로 잡지 않으면 경제 위기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건설업계에선 직접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공사대금 채권 유동화 지원, 긴급 지원자금 조성 및 채무인수로 인해 위기에 처한 업체들에 대한 자금공급 확대 등의 대책 등이 주요하게 언급되죠.
물론 무작정 '건설사 살리기'에 매달리기 보다는 이번 기회에 부실 사업장들은 솎아내기도 해야겠습니다.
정부는 연초 건설투자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업계에서는 어떤 방안이 담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요.
과감히 부실기업은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언제까지고 폭탄 돌리기를 하면서 시장을 끌어갈 순 없으니까요. 결국 폭발 시점을 미뤄주는 것일 뿐이지 폭발이 발생하지 않게 만드는 조치는 아닙니다.
대책은 가장 필요한 조치를 과감하고 빠르게 시행할 때 가장 효과가 크다고 합니다. 정부의 문제해결 능력을 기대해 봅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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