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안 당해보면 몰라"…주민들, 고강도 대책에 '환영'[층간소음대책②]

"이웃 눈치 때문에 자식 키우기 힘들어…아랫집은 무슨 죄"
정부, 이달 중 층간소음 대책 발표…고강도 방안 담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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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아들 둘을 둔 제가 죄인이죠."

8일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씨(38)는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8세와 6세 아들이 만들어내는 소음 때문에 아랫집에 사는 노부부로부터 수없이 질책을 들어야 했다.

김씨는 엘리베이터 타기가 무서웠다. 우연히 아랫집 부부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엘리베이터가 멈추기 전까지 꾸지람을 들어야 해서다. 김씨는 "아들 둘을 많이 혼내기도 했지만 조금만 방심해도 뛰어다니기 일쑤여서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욱하는 심정에 내 집에서 내 자식이 뛰는데 이렇게까지 눈치 봐야 할 일인가 생각했던 적도 있다"며 "근데 입장 바꿔 생각해보니 아랫집에 사는 그들 또한 무슨 죄겠냐"고 말했다.

그간 층간소음은 여러차례 사회 갈등 요인으로서 지적됐지만 실효성 있는 해결 방법 없이 방치됐다. 실제로 층간소음은 이웃 간 극한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2021년 인천에서는 층간소음으로 일어난 갈등 때문에 50대 남성이 아래층 일가족 3명에게 흉기 난동을 벌였다. 올해 3월 서울 마포구에서는 60대 남성이 층간소음을 이유로 위층집 초인종을 도끼로 부쉈다.

이에 정부는 층간소음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주민들이 이를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국토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공동주택 층간소음 개선 방안'에서는 신축 주택의 경우 입주민에게 사후확인 결과를 개별 통지하도록 했고, 이를 바탕으로 우수 시공사를 공개하기로 했다. 이 대책은 손해배상이나 권고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번에 정부가 이달 중으로 고강도 층간소음 대책을 다시 한번 발표하기로 한 이유다. 이번 대책에는 층간소음 기준을 개선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준공을 유예시키는 등 강도 높은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정부의 고강도 대책 마련 소식에 환영의 뜻을 전했다. 김씨는 "자식 둘 낳으면 애국자라더니 눈치만 보며 살아야 했다"며 "앞으로 어린아이를 키우게 될 부모들은 더 떳떳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다"고 말했다.

층간소음으로 고통을 겪었던 정모씨(41)도 "필요한 대책"이라며 반겼다. 정씨는 층간소음으로 불안증을 겪은 과거가 있다. 정씨는 "작더라도 쿵 하는 소리가 들리면 또 시작됐다는 생각이 스치면서 불안해졌다"며 "신경이 곤두서다 보니 작은 소리에도 되게 민감해졌다"고 털어놨다.

정씨는 "층간소음은 직접적인 생명의 안전과는 무관하다고 볼 수 있지만 삶의 질을 좌지우지하는 측면에서는 어떤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정부가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필요한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7세 아들과 3세 딸을 둔 이모씨(44)도 "1층으로 이사 가야 하나 생각했는데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면 선택의 폭이 넓어져 좋다"고 전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상담을 할 때 투자 분석과 무관하게 층간소음 얘기를 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사를 하거나 큰 갈등을 빚은 가구도 있었다"며 "준공 허가 전 층간소음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사회 갈등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aster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