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잠자는 실거주 의무 폐지법안…실수요자 "잠이 안와요"[부동산백서]
6일 이번 정기국회 마지막 법안심사소위 예정
처리 안되면 내년 해당 단지 입주예정자 혼란 커질 듯
- 김동규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올해 초 정부 발표를 보고 실거주 의무가 폐지될 거라 생각해 광명의 한 아파트를 분양받았습니다. 아이 학업이 끝나면 거기로 가 쭉 살 계획이었는데 준공된 후 당장 들어가지 못한다면 투기꾼으로 몰려버리는 상황입니다. 잠이 오지 않습니다."
부동산 규제 완화책 중 하나인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의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이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통과하지 못하면서 해당 단지에 분양을 받은 실수요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3일 국회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올해 2월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실거주 의무 폐지 내용이 담긴 주택법 개정안은 5월 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 때 이후로 논의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작년 8월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주택을 처분하기 전까지만 실거주 의무를 다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폐지가 주된 내용인 유경준 의원안과 갭투자 등의 이유로 폐지를 반대하는 야당과의 절충안 정도로 평가되는데 이 법안 역시 소위에서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정기국회 종료일(9일) 전까지는 6일 열리는 소위가 마지막입니다. 마지막 소위에서도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정부의 발표를 믿고 해당 단지에 분양을 받은 실수요자들 중 당장 입주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자금 사정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은 일반적으로 입주때 전세를 줘 보증금으로 분양 잔금을 해결하고는 했는데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지 않는다면 이들은 법 위반으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분양가 수준으로 집을 다시 팔아야 합니다.
야당의 주당대로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면 '투기' 목적으로 분양을 받은 사람들에게 이익 창출의 기회가 생길 가능성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선량한 실수요자들까지 법의 사각지대에서 투기꾼으로 몰려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도 실거주 의무와 관련해 더욱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 전부 다 넉넉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수요자들을 위한 유연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갭투자 우려도 이해는 하지만 사실 전세를 끼고 내집마련을 하는 것도 한국에서 보편적인 방법이었다"고 말합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실수요자 중에서는 현재 높아진 금리, 기존 집이 팔리지 않는 문제 때문에 자금 마련에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이런 사람들에 대한 구제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지금 해당 단지에 분양을 받은 사람들은 분양권 양도소득세 중과 때문에 세율에 부담을 느껴 매각도 힘든 상황"이라며 "투기적으로 보는 것보다는 잔금이 부족해서 실입주를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의무를 완화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현재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전국의 주택은 66개단지, 4만4000여채 규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단지로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e편한세상 강일어반브릿지, 헤리티지자이 등이 있습니다.
이번 정기국회의 마지막 법안심사소위는 6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실수요자들을 위한 솔로몬의 지혜가 이날 나왔으면 합니다.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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