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닝포인트]미래 집값 가늠자 '인허가·착공' 확 줄어…집값 대란 현실화?

인허가 실적 감소·고금리 장기화에…실수요자 ‘내 집 마련’ 어려워지나

사진은 30일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에서 바라본 서울 광진구의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3,10.3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지난해 주택 인허가·착공 물량이 전년 대비 40~50% 이상 줄어들며 당장 오는 2025부터 '집값 대란' 우려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의 분양 물량이 결국 지금의 인허가·착공 물량(선행지표)과 이어지는데, 미래 물량을 가늠할 수 있는 선행지표가 많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공급 물량도 줄어들며 실수요자들의 이른바 '내 집 마련'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집값 반등·고분양가·고금리 등 영향으로 실수요자들의 ‘저항 심리’가 강해진 상황에 매물은 쌓이며 ‘집값 대란‘을 말하기는 이른 상황이라는 지적도 있다.

◇주거용 인허가·착공 42.6%·57.4%↓…서울 공급 부족 심화

국토교통부의 지난해 ’3분기 전국 건축 인허가 현황'에 따르면 '주거용 인허가 면적'은 전년 동기 대비 42.6%, '착공 면적'은 57.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주거용 건축허가 현황'에 따르면 △2018년 5732만5000㎡ △2019년 4624만2000㎡ △2020년 4606만2000㎡ △2021년 5757만6000㎡ △2022년 6451만㎡ 등이다. 주거용 건축착공현황의 경우 △2018년 3893만3000㎡ △2019년 3335만9000㎡ △2020년 4026만㎡ △2021년 4678만3000㎡ △2022년 3468만4000㎡ 등이다.

3분기 기준 감소한 면적을 전년에 단순 대입할 경우 최근 5년간 주거용 건축허가·착공 현황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을 보일 전망이다. 통상 건축 허가 지표는 경기 선행지표이며, 건축 착공 지표는 동행지표다.

특히 서울의 경우 공급 부족 현상이 전국 대비 더 심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주택인허가 실적'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서울 내 주택인허가 물량은 △2013년 7만7621가구 △2014년 6만5249가구 △2015년 10만1235가구 △2016년 7만4739가구 △2017년 11만3131가구 △2018년 6만5751가구 △2019년 6만2272가구 △2020년 5만8181가구 △2021년 8만3260가구 △2022년 4만2724가구 등이다.

최근 10년간 평균 주택인허가 물량은 7만4416가구인데, 지난 2022년의 경우 4만2724가구로 평균치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2023년의 경우 전년보다 더 적을 가능성이 높다. 통상 인허가 이후 착공·분양까지 2~3년, 분양 후 공사 기간 3~4년 등을 감안하면 이르면 2025~2026년부터 공급 감소 영향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기준 직방이 입주자모집공고를 기준으로 조사한 연도별 입주물량에 따르면 올해 서울 공급 물량은 1만111가구에 불과하다. 지난해 3만470가구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다만 고분양가 및 집값 상승에 매물이 쌓이고 있고, 이에 수요자들의 ‘저항 심리’가 강해져 집값 향방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신규 물량뿐만 아니라 재고 물량 또한 공급 물량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현시점 기준 서울 내 아파트 매물이 쌓이고 있어서 집값 대란이라고 부르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매도자와 매수자 간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24일 서울 송파구의 한 재건축 진행 단지에서 공사 차량 등이 오가고 있다. 2023.10.2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집값 이미 반등했는데 더 오르나…서울 실수요자 향방은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22년 중반까지 집값 하락 기조가 이어졌으나, 지난해 초부터 8월까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가 12.4% 급반등했고,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등의 경우 30% 이상 상승 등 전고점 회복 수순을 보였다.

이런 흐름에 미뤄둔 재개발·재건축 등 분양가도 지난해 지속 상승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1㎡당 969만7000원, 3.3㎡당 3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4.05% 상승한 수치다.

여기에 공사비가 상승하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집계한 주거용 건물 ‘건설공사비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152.76을 기록했다. 기준연도를 2015년(100)으로 설정해 등락에 따라 공사비가 얼마나 올랐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지난해 9월 기준은 147.18 △2021년 136.02 △2020년 120.36 △2019년 117.55 △2018년 114.11 등 건설공사비지수는 매년 큰 폭으로 상승 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시멘트·철근 등 원자재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인건비도 동반 상승한 영향이다. 높아진 공사비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분양가 상승을 통한 보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신축 프리미엄’이 있는 분양권 및 입주권의 거래량이 급증한 배경이기도 하다.

특히 서울 지역의 가격 약진이 지속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선 집값 상승에 대한 ‘저항 심리‘로 인해 이른바 갈아타기 종점인 ’강남3구‘ 외에는 인허가 실적 감소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서울)일수록, 신축 공급이 적으니 가격이 오를 것으로 봐야 한다”며 “다만 재조달 가격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가격이 하락할 여지도 적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은 올해 공급 물량이 1만111가구로 확 줄기는 하나, 2025년 다시 3만2000가구가 공급돼 집값 대란이라고 말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며 “다만 세종, 광주 등 물량이 적어, 올해 공급 물량이 얼마나 변동될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d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