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SH 사장 "3기 신도시 맡겨달라…원희룡에 공식 제안"

"교통·의료·여가 함께 조성된 '반값 백년주택' 서울-경기-지방도시에 공급"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3기 신도시 개발 참여 의지를 공식화했다.

국토교통부와 산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구 지정은 했지만 추진이 더딘 △과천 △하남교산 △광명시흥 △남양주왕숙 4곳에 약 5만 채를 공급하고 자체 구상 개발모델 '골드타운'으로 조성하는 제안을 먼저 한 뒤 국토부의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미 SH가 경기 의정시부시와 상계동을 같이 개발한 경험이 있고, 위례신도시도 LH와 공동 개발하고 있다"면서 "국토부가 결정만 하면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15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1년 전부터 이야기했는데 응답이 없어 정식으로 공문을 보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김 사장은 개별 인터뷰나 공식 또는 사석에서 여러 차례 3기 신도시 참여 의지를 피력했는데, 공식 문서 발송 사실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SH에 따르면 올해 4월과 9월 국토부에 3기 신도시를 활용한 골드타운 사업 제안이 이뤄졌다. 김 사장은 "전임 정부 5년간 3기 신도시를 13군데 지정했는데 지금 6곳만 보상이 이뤄지고 있고 7곳은 시작도 못했다"면서 "우리가 가서 개발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이 구상한 3기 신도시 개발 모델은 골드타운이다.

주택 건설 시엔 원가공개, 설계도면 공개, 골조공사 재하청 금지, 고급자재로 튼튼하게 지은 '백년주택'의 원칙을 견지하고, 공급에 있어선 집이 거의 지어진 뒤 품질을 확인하고 입주 의사를 정하는 후분양제를 적용한다.

도시 계획에선 의료시설을 확충하고 교통 및 편의시설을 함께 조성하는 구상이다. 김 사장은 "지난 30년간 수도권 신도시 정책은 실패했다. 선(先) 교통수단 확보 후(後) 도시건설을 해야 했다"면서 차별화를 자신했다.

골드빌리지, 골드타운, 골드시티 구상은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헌동 SH 사장의 싱가포르 출장 당시 발표된 바 있다. 사진은 2022년 8월 싱가포르 공공주택 '피나클 앳 덕스톤'을 찾은 오 시장과 김 사장 모습. (서울시 제공) 2022.8.2/뉴스1

◇서울 '골드빌리지'-수도권 '골드타운'-지방 '골드시티' 모델 구상

골드 구상은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지방도시 개발에도 적용된다. 서울 정비와 개발은 세대공존형 '골드 빌리지', 수도권은 골드타운, 지방은 상생형 순환주택사업 '골드시티'를 추진한다는 아이디어다.

골드시티는 서울에서 은퇴 후 지방으로 이동하려는 중장년층에게서 주택을 매입해 매입임대나 정비를 추진하고, 교통과 의료시설이 확충된 지방도시 주택을 공급하는 순환 구조다.

김 사장은 "주택 문제를 집값으로만 볼 게 아니고 인구 균형발전에서 볼 필요가 있다"면서 "지방엔 인구소멸지역도 많은데, 지방대학에 외국 유학생이 오게 하고, 서울 유학생도 내려가고, 은퇴자도 내려가고, 젊은 층과 은퇴자가 한데 모여서 지방도 살리고 서울 주거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골드시티엔 대학병원도 들어가고 골프장도 짓겠다. 지역 특성에 맞게 새로운 혁신적 도시를 만들겠다"고 했다.

서울시와 SH는 지난 8일 강원도, 삼척시, 강원개발공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토지를 확보하고 지역개발공사와 공동시행으로 개발하는 방식이다.

서울에선 올해 고덕강일에 이어 마곡에 '반값아파트' 토지임대부 사전청약이 이뤄졌다. 김 사장은 "건물만 분양하는 것, 임대, 전체 분양 등 다양하게 원하는 형태로 공급하겠다. 선택은 자유"라며 "서울과 전국에 이런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SH는 앞으로 매입임대를 최소화하고 직접 건설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우리가 20평짜리 아파트를 직접 지으면 2억원이 드는데, 지난 5년간 20평짜리 다세대 빌라를 5억~6억원씩 주고 샀다. 국가예산을 엄청나게 낭비한 것"이라면서 "매입임대에 책정한 예산은 주택거래가 안 될 때 차라리 소형 아파트를 매입하는 등에 전용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신도시와 지방도시 개발에 참여하려는 배경엔 지지부진한 주택공급에 대한 답답함도 있다. 김 사장은 "대통령은 전국 250만호 공급, 경기도지사는 20만호 반값아파트를 공약했는데 LH든 경기주택도시공사(GH)든 구체적인 정책이 나온 게 없다"면서 "공공과 공기업은 독과점을 하기 때문에 경쟁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김 사장은 이날 용산, 성산, 가양동 SH단지 등 한강 일대 개발과 한강 수상버스 도입, 세운 및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도심 개발 의지도 재차 강조했다. 김 사장은 "프랑스 라데팡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못지않게 훌륭한 건축물이 즐비한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sab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