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직결 공공건설 하도급 금지·의무 재시공'…'부실공사 제로' 나선 서울시(종합)
서울형 건설혁신 3개 부문 8가지 핵심과제 선정
오세훈 "부실공사 고리 끊고, 건설산업 재도약"
- 김도엽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서울시가 부실 건설 우려 해소를 위해 건설산업 혁신을 단행한다. 서울에서 공공건설 공사시 철근·콘크리트 공사 등 건축 품질 및 안전과 직결되는 시공은 하도급이 아닌 원도급사가 100% '직접 시공'해야 한다.
또 공공건설 공사시 원도급사에 책임시공 의무를 부여해 사고 발생시 '의무 재시공'을 하도록 하고, 부실공사 업체는 시가 발주하는 턴키 등 대형공사 기술형입찰의 참가를 2년간 제한된다. 민간 분야는 불법 하도급 단속부터 감리의 독립성 보장까지 공사 전 단계를 밀착 관리하고 지원할 예정이다.
◇하도급으로 부실공사 자행 건설사 퇴출…8가지 핵심과제 선정
시는 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서울형 건설혁신 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건설산업 전반을 들여다보고 '설계-시공-감리-발주'에 걸친 사례별 부실원인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우선 공공이 발주하는 공사에 비해 민간 공사는 설계~발주 전 분야를 대상으로 제도뿐 아니라 건전한 발주문화 정착을 위한 체질 개선을 병행하기로 했다. 부실 발생시 하도급사에 책임을 전가하거나, 무리한 하도급으로 부실시공을 자행하는 건설사를 퇴출하고 감리원의 실질적인 현장감독시간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시는 그간 일어난 각종 부실시공 문제점을 토대로 3개 부문, 8가지 핵심과제를 선정해 추진한다. 크게 공공 공사, 민간 공사, 산업체질 3부문이다.
세부적으로 공공 공사(부실공사 업체 초강력 제재, 주요 공종 하도급 전면 금지, 감리 현장감독 시간 확보), 민간 공사(민간공사 관리 사각지대 해소, 민간공사 감리 독립성 확보), 산업체질(현장 근로자 시공능력 향상, 가격 중심 입찰제도 철폐, 가칭 서울 건설산업 발주자협회 설립) 등 8가지 핵심과제가 선정됐다. 자체 추진할 수 있는 대책부터 시행하고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정부 건의 및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몇년간 전국적으로 부실공사가 발생해 시민 불안감이 커졌다. 특히 지난 4월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와 같이 시민의 삶과 아주 가까운 곳까지 왔고, 시민의 재산을 위협하는 등 새로운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며 "더는 두고갈 수 없다는 결기를 가지고 세심한 정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리 건설기술과 산업에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 안전하고 매력 넘치는 '글로벌 안전도시'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분야 부실시 원도급사 '의무 재시공' 등 강력 제재
우선 공공건설 분야에서 부실공사로 막대한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시민을 불안케 한 업체에 강력한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저가 불법 하도급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 시가 발주한 공사의 주요 공종은 100% 직접 시공을 원칙으로 한다. 추후 서울시를 비롯한 산하 투자·출연기관 발주공사는 입찰공고문에 직접 시공해야 하는 주요 공종과 하도급 금지 조건이 명시된다. 주요 공종의 경우 철근·콘크리트·교량공 등 시설의 구조안전에 영향을 미치면서 공사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공종'을 의미한다.
또 원도급사에 '책임시공' 의무를 부여하기 위해 부실로 인한 사고 발생시 즉각 재시공을 의무화한다. 이를 위해 '서울특별시 공사계약 특수조건'에 '의무 재시공'내용을 추가하고, 내년 상반기 개정 완료 후 시행한다.
부실공사 업체는 시에서 발주하는 턴키 등 대형공사 기술형입찰의 참가가 2년간 제한된다. 부실의 내용에 따라 지방계약법에 따른 '부정당업자'로 지정, 최대 2년간 공공공사 입찰을 제한하고 시보 등을 통해 명단도 공개한다.
시는 또 입찰참가시 '직접 시공' 여부가 공사 수주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입찰 시 낙찰자 결정기준(지방계약 예규)'에 따른 평가 항목에 '직접 시공 비율'을 추가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협의 중이다. 기술 보완 등 불가피하게 하도급이 시행되는 경우에는 '하도급 계약 적정성심사' 대상 금액기준을 현재 원도급액 대비 82% 미만→90% 미만으로 강화하고, 수수료를 10% 이상 남기는 하도급 계약은 엄격히 검증할 방침이다.
공사를 총괄 관리·감독해야 하는 '감리원'에게 실제로 현장에 나가 업무 보는 시간을 확보해 주기 위해 70여종에 이르는 감리 서류 중 불필요한 업무는 없앤다. 또 현장감독 공백을 보완할 수 있는 '공사장 동영상 기록관리'를 모든 공공시설 공사장으로 확대하고, 영세한 공사현장에는 공사 기록용 촬영장비도 대여해 준다. 발주공사에는 '상주 감리원' 비중을 최대로 늘려 철근배근, 콘크리트 타설 등 인력이 많이 필요한 공종에 대한 검측을 강화한다.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건설업계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 중 하나는 원도급사가 시공에 대해 수수료를 남기고 하도급을 주는 게 관행이고, 이에 불법 하도급이 만연한 것"이라며 "감리는 서류 업무 부담으로 인해 실질적인 현장 관리가 어렵고 입찰 제도는 기술력 평가보다는 가격으로 결정되는 제도로 운영 중이다. 충분한 공사비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 현실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불법 하도급 단속 민간까지 확대…안전 특화 감리 자격시험 도입 건의
민간건설의 경우 하도급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하고 감리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본다.
공공분야에서만 시행한 불법 하도급 단속을 민간 공사까지 확대하고, 조합·건축주 등의 요청시 지역건축안전센터(시·자치구)가 '하도급 계약 적정성 검토'를 지원한다. 또 시공품질 관리를 위해 강우 중 콘크리트 타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불가피하게 타설하는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강도를 점검한다.
또 주택건설 공사 감리가 발주자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시가 직접 '감리계약 적정성'을 관리하는 한편 기존 주택건설 공사에만 적용됐던 '감리비 공공 예치·지급제도'를 일반건축물 공사에도 도입하기 위해 정부에 관련 규정 정비를 요청할 계획이다.
아울러 공사 감리를 건축사뿐만 아니라 구조·안전 부문 전문성을 갖춘 구조기술사 또는 시공기술사와 공동 수행토록 하고 시공·구조·안전 품질에 대한 '감리 자격시험' 도입을 건의해 '안전 특화 감리'도 확보할 방침이다.
해외에선 일본이 발주기관 소속 전문가가 상주 감리를 하며 직접 품질검사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분한 공사 기간을 바탕으로 품질은 발주자가 감독하고, 현장 안전에 대해서는 시공사가 책임지고 감독하는 구조다.
미국의 경우 CM(건설산업관리)사가 발주자를 대신해 적정 예싼 책정 및 설계·시공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 시행이 이뤄지고, 전문성을 보완한다. 설계~시공 전 과정에 대한 통합 관리로 불필요한 공사 기간 지연을 방지하고, 예산 범위 내 성공적 완공을 돕는다.
독일의 경우 공공공사는 수급자 외 제3자 시공을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하도급시 발주자가 기술력 확보 여부를 확인한 후 제한 허용한다. 이에 독일 공공공사는 50~80%의 높은 직접시공 비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
유 부시장은 "부실공사는 반드시 아웃시킨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현재 미흡한 민간 공사의 관리체계를 재정립하고 건설산업 기본 체질과 의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통해 안전한 문화서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차등 노임체계' 도입 건의…"글로벌 안전도시 만들 것"
산업체질 개선의 경우 숙련된 기능공 양성을 위해 시가 '기능등급 승급 교육'을 지원하고, 등급이 높을수록 더 많이 받는 '차등 노임체계' 도입안을 정부 건의한다. 또 외국인 근로자를 투입하기 전, 설계도면 숙지·철근 조립 등 기능테스트, 전문통역사를 통한 품질안전 교육도 실시한다.
또 서울시 발주공사의 콘크리트·철근공 등 구조 안전과 관련한 공종에는 '중급 위주' 근로자를 배치할 예정이며, 공종별 세부적인 배치기준은 개별 입찰공고시 명시키로 했다.
투찰가격에 따라 낙찰자가 결정되는 입찰제도에 대한 개선도 추진한다. 종합평가낙찰제(종평제)의 '기술이행능력평가 만점 기준'을 상향해 기술 변별력을 확보하고, 현재 300억원 이상 공사에만 적용되는 종평제를 100억원 이상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행안부에 건의한다. 300억원 미만 공사에 적용되고 있는 '적격심사'는 일정 점수 이상이면 최저가 입찰자가 낙찰자로 결정돼 저가 투찰 유도, 페이퍼 컴퍼니 양산 등 부작용이 있었던 만큼 종합점수 최고점자를 낙찰하는 종합평가낙찰제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 약 86% 수준으로 형성돼 있는 적격심사 낙찰율을 90% 이상으로 상향하고, 공사 예정가격 산정에 사용되는 표준시장단가 현실화(현재 표준품셈 약 86% 수준)도 요구할 예정이다.
'서울 건설산업 발주자협회(가칭)'도 구성할 방침이다. 공공기관·민간 정비사업조합(시행사)·전문가가 함께 건설산업 문화를 바꾸고 전문성도 제고할 방침이다. 협회는 발주자 대상 교육과 함께 민간 정비사업조합 컨설팅, 하도급 및 감리계약 적정성 검토, 현장근로자 전문기능 교육, 신규 발주정보 설명회 등 건설산업 지원 기능도 함께 수행하게 된다.
발주자협회는 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재개발·재건축 조합 등 발주자에 대한 교육 및 정보 제공을 통한 의식 제고로 실질적으로 공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부실공사 방지를 위한 첫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서울주택도시공사(SH) 주도로 협의체 형태로 출발 후 기능적으로 안착되면 비영리 협회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유 부시장은 "발주자는 자기 집을 짓는데 부실시공을 눈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재건축·재개발 현장은 조합이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렇기에 협회를 만들어서 선도적인 역할을 한다면 전반적인 의식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d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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