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 채 넘나드는 서울 아파트 매도 물량…어디까지 늘어날까

열흘 새 전국 17개 시도 아파트 매물 모두 증가…수도권 총합 25만3000채 '역대 최다'
"비싸다" 안 사는 수요자 vs "기다리면 오른다" 버티는 집주인…관망세 짙어질 듯

서울 아파트 값이 23주 오름세를 보였지만 ‘숨고르기’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 10월30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매매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3,10.3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서울 아파트 매도물량이 8만 건을 넘어서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집값 상승 피로감과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수요가 주춤한 탓으로 풀이된다.

가격을 내려서라도 파는 집주인이 늘면 거래량이 증가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아 당분간 '힘겨루기' 장세 속 매물이 더 쌓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매도물량은 줄곧 8만 건을 넘나들고 있다. 지난 1일 7만9319건으로 올라선 뒤 2일 7만9886건, 3일 8만452건, 4일 7만9827건, 5일 7만8632건 등이다. 이는 3년 전 집계 이래 최대치다.

전세로 내놓은 집도 증가세다.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매매 거래가 얼어붙었던 작년 말~올해 초 5만 건대보다는 적지만, 지난달 3만 건대에서 꾸준히 늘어 3만5000건대에 육박하고 있다. 매매와 전세 물량을 합치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미 11만 건을 넘어선 것이다.

증가 속도 역시 가파르다.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월세 매물은 열흘 새 12만8336건에서 13만3358건으로 3.9% 증가, 세종시(9900→1만304건, 4.0%)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어 충남 3.2%, 광주 2.7%, 인천 2.5%, 경기 2.4% 등 순이다.

문제는 이 같은 매물 적체가 전국적 현상이란 점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최근 열흘 새 매물이 늘지 않은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매물 증가 폭이 가장 작은 곳은 전북으로, 1만7198건에서 1만7203건으로 늘었다.

수도권 매물 총합도 역대 최대치다.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 지역 매도물량도 14만 건대, 인천 3만3000건대로 모두 3년 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지역에 따라 서로 대체재가 될 수 있는 서울·경기·인천의 '팔려는 집'이 25만3000채를 넘어선 것이다.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들. 2023,10.3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수도권 매물 총합도 역대 최대치…전국적 매물 적체

이처럼 매물이 쌓이는 배경으로는 올해 정책대출과 대대적 규제완화로 인한 집값 상승,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고금리 기조 등에 따른 거래 감소가 꼽힌다.

정부는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자 10·27 대책으로 15억원 초과 주택도 대출을 허용한 데 이어, 올해 2월부터는 9억원 이하 주택 구입 시 최대 5억원을 최장 50년간 빌려주는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을 9월 말까지 한시 판매했다.

그러는 사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올해 들어 8월까지 12.4% 급반등하며 지난해 하락분 22%를 상당부분 만회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1월 기준금리를 3.5%로 올린 뒤 이달 말까지 7연속 동결할 가능성이 크지만,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상단이 8%에 육박하고 하단이 4%를 넘어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는 아직 금리 인하 검토 계획이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집값 상승 기대도 꺾였다. 10월 전국 KB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97.1로, 9월 104.5에서 내려왔다. 지수는 전국 중개업소 6000여 곳을 조사해 종합한 수치로, 0~200 중 100을 넘으면 상승 우세를, 100 이하면 하락 우세를 나타낸다. 서울 매가지수도 98.2로 전국 평균보단 약간 높지만 하락 우세다.

매수 우위 지수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KB부동산 매수우위지수는 전국 24.7, 서울 31.9(강남 11개구 35.3, 강북 14개구 28.0)로 조사됐다. 지수는 0~200 범위에서 주택을 팔려는 심리가 사려는 심리보다 클수록 오르는데, 통상 50 이하면 매수우위로 분류된다.

(부동산R114 제공)

◇고금리인데도 정책대출 힘입어 올라버린 집값…급매만 팔린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거래량이 늘어 매물이 소진되려면 가격을 내려서라도 파는 집주인이 느는 수밖에 없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아 당분간 힘겨루기 장세 속 매물이 더 쌓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접수를 마감한 데 이어 이달 3일부터는 우대형(주택가격 6억원 이하) 금리를 0.25%P 인상했다. 이자 부담이 늘면서 (거래가) 주춤해질 여지가 있다"면서 "'금리 인상=아파트값 하락'에 대한 시장 참여자의 '학습효과' 또한 매수자들의 관망 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여 연구원은 "이 같은 움직임은 대출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는 지역 위주로 두드러지면서, 시장 회복 탄력성이 좋은 '똘똘한 지역'과의 온도 차가 심화될 전망"이라면서도 "가을 이사 수요와 전셋값 강세, 높아진 분양가, 공급부족 우려 등으로 연내 집값 하방 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투자·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은 집값이 많이 떨어지지 않거나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보고 호가를 내리지 않은 채 버티는 집주인이 많을 거란 의미다.

반면, 지난달 서울 영등포, 서대문, 노원, 도봉 등지에서는 하락거래 비중이 높았다. 과거 '영끌' 매수가 많았던 중저가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원리금상환 부담이 커지자 가격을 조정해 처분에 나선 집주인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sab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