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도시경쟁력 담보할 건축서비스산업, 적정 대가기준 마련 시급"
1999년 경쟁 물결 속 사라진 대가기준…2008년 공공부문서만 부활
업계 "건축의 공공적 가치 위해 민간·공공 구분 없어야…대가기준 일원화"
-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건축서비스산업 부문에 만연한 이른바 '퉁치기'나 '가격 후려치기' 등 경제적 수익 우선 관행을 타파하고 공공은 물론 민간 분야에서도 준용할 업무 가이드라인 및 적정 대가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건축 관련 각 단체가 한자리에 모였다.
획일적 건축물로 인한 도시 경쟁력 저하와 부실 설계·공사로 인한 안전 문제가 불거지는 가운데 그 핵심 원인을 찾아 개선하고, 건축도 이제는 세계에 부는 K-컬처(문화)의 한 축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4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학용 국민의힘·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 대한건축사협회 주관으로 '건축서비스업 정상화(건축사 업무 환경개선과 적정대가 마련)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건축서비스는 설계뿐만 아니라, 도시조경과 구조·설비 등 엔지니어링, 인테리어, 소방·전기 등 유지관리를 아우르는 산업으로, 전문지식과 디자인 능력,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지식기반 서비스'다. 건축사가 총 책임을 지고 각 분야 전문가들과 협업해 결과물을 납품하는 구조다.
고용유발계수가 8.6으로 제조업(2.4)이나 건설업(6.3)보다 높고, 수주액도 약 241조7000억원(2020년 기준)으로 2010년 대비 약 1.8배 규모로 급속 성장했을 만큼 산업적 가치도 높다는 평가다.
이에 정부와 국회도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2014년 6월 시행)'과 '제1차 건축서비스산업 진흥 기본계획(2019~2023년)' 등을 통해 산업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 전략을 수립하고 다양한 시도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건축서비스 제공 대가에 "20년 전 준을 계속 준용해 저임금과 업무 과중으로 중도퇴사와 이직 등 인력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고 있다는 게 이날 발제를 맡은 이명식 한국건축정책학회 회장(동국대 교수)의 지적이다.
공공·민간 모두에 적용됐던 건축설계 대가기준은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이후 불던 경쟁 도입 물결 속 1999년 폐지된 뒤 2008년 공공 부문에서만 부활했다. 이어 2017년 건축사법 개정으로 공공 대가기준은 의무화됐지만, 민간공사엔 적용되지 않는다.
건축공사의 경우 (2020년 기준) 민간이 82%(39조원)로 공공 16%(5조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비중이 큰데, 제대로 된 민간대가 지급 기준이 없다 보니 저가수주와 과당경쟁으로 불공정 거래를 넘어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현재 이원화된 공공·민간 대가기준 일원화로 품질경쟁 위주의 시장으로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가기준 마련을 위해선 업무수행단계별 구체화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스위스와 미국, 영국 등 선진 외국은 건축설계 대가 지급보증에 대한 조항을 관련 법령이나 표준계약서에 마련하고 있다"면서 "소위 '퉁치기'가 아닌, 업무 하나하나가 제대로 정립되고 그에 따른 대가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김규린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은 발제에 이어진 토론에서 "건축은 소방과 전기 등 많은 부분을 총괄하고 조정 업무를 하는 문제도 있는데 각 영역이 단가가 낮아 빠져 나가려 한다"는 점을 우려했다. 적절한 대가를 받지 못하자 하나로 어워려졌던 건축서비스 산업 안정성 자체가 흔들린다는 지적이다.
한영근 한국건축가협회 수석부회장(UIA세계건축연맹 이사)은 "최소 대가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이를 위한 국민적·사회적 인식 변화를 건축가와 건축사 스스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프랑스는 건축법 제1조에서 '건축은 문화의 표현'으로 정의하고 관련 정책의 기본 축을 건축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지식을 높이는 데 최우선한다"면서 "적정대가도 결국 제도의 문제라기보단 준용과 사회적 인식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진상윤 대한건축학회 부회장은 국민적·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낼 방법으로 '5가지 변화(APPLE, 인식Acceptance·지급Payment·절차Process·언어Language·생태계Ecosystem)'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건축산업의 언어와 프로세스를 'CAD(2차원 기반 컴퓨터 지원 설계)'에서 'BIM(3차원 기반 건축정보모델)'로 바꾸는 등 스마트 로드맵에 따른 디지털 전환에 동참하고,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사회 인식과 계약방식, 생태계를 자연스럽게 바꿀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이다.
이날 한자리에 모인 건축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결국 건축이 공공 서비스인 만큼 민간·공공 구분 없이 대가기준이 법·제도적으로도 일원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은 "세계 어느 나라에 건축을 민간과 공공으로 구분하는 곳이 있느냐"고 반문한 뒤, "건축이 공공(재)라면 (대가기준도) 민간과 공공으로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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