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힐튼호텔 재개발, 남산 안 가린다…38층→32층 높이로

서울시, 정비계획 변경하기로…동 간 거리도 넓혀
기부채납 관광안내소 건립…경사로 에스컬레이터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 2021.5.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최서윤 김도엽 기자 =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서울호텔(힐튼호텔)이 남산 경관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재개발을 추진한다.

애초 최고 38층 높이로 계획했으나 남산 조망 축을 살리기 위해 32층으로 낮추고 동 간 거리도 확 벌리기로 했다.

2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힐튼호텔 소유주인 특수목적법인 '와이디427PFV'가 지난 5월 제출한 재개발 정비계획을 이런 내용을 변경, 막바지 검토 중이다. 조만간 도시계획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돼 심의를 거쳐 확정될 전망이다.

남산 힐튼호텔이란 이름으로 익숙한 밀레니엄 힐튼 서울은 1983년 준공 이래 1987년 노태우 민정당 대통령 후보 지명, 1997년 김대중-김종필 'DJP연합' 등 한국 정치사의 굵직한 협상 무대로 자리를 지켜왔다. 지하 1층·지상 22층, 700여객실 규모의 5성급 호텔로 남산 뷰가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 꼽힌다.

특수목적법인 '와이디427PFV'는 자산관리회사인 이지스자산운용과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 등으로 구성된다. 40년 역사를 지닌 이 호텔은 지난해 12월31일을 끝으로 운영이 공식 종료된 상태로, 2027년까지 힐튼 호텔을 허물고 오피스·상업 복합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소유주 측은 지난 5월 '녹지생태 도심 재창조 전략'의 일환으로 서울시에 개방형 녹지를 부지의 40% 이상 조성하는 대신, 현재 23층 71m 높이 건물을 헐고 최고 38층 150m 복합 빌딩 2동을 짓겠다는 계획안을 냈다.

하지만 최고 38층 높이의 건물이 들어설 경우 남산 경관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6월 말 확정된 '신 고도지구' 등을 토대로 남산 경관을 살리기 위해 최고 높이를 32층으로 낮추기로 가닥을 잡았다.

시 관계자는 "남산 조망 축을 고려해 건물 높이를 32층으로 낮추고, 빌딩 2개 동의 동간 거리도 확 늘려 남산 조망 축을 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 앞 동상에 영업 종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은 지난해 12월 31일 영업을 종료했다.2023.1.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으로부터 직접 부탁받아 40년 전 호텔을 설계한 김종성 건축가의 '보존'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김씨는 지난 4월 열린 '건축가 김종성과의 만남:힐튼호텔 철거와 보존 사이' 행사에서 "로비의 브론즈 구조재와 바닥, 벽, 녹대리석 등 아트리움 일부를 살리자"고 제안한 바 있다.

기부채납으로는 힐튼호텔 재개발 부지에 서울 관광안내소를 건립할 계획이다. 앞서 중구청은 공공산후조리원을 설립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서울시는 해당 부지가 서울역 앞에 위치한 만큼 관광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 시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스퀘어·대우빌딩에서 힐튼호텔 부지까지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에스컬레이터는 퇴계로 오르막길에도 설치된다.

시는 힐튼호텔 정비계획을 중장기적으로는 서울역에서 남산까지 이어지는 양동 일대 재개발과 연계해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김종성 건축가는 "서울역 앞 전면도로를 지하화하고 지상에 생기는 공원부지와 서울스퀘어를 현 힐튼 부지까지 연결하는 것도 행정지도를 통해 가능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