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이 시공사와의 계약 해지에 나서는 이유는?[부동산백서]

홍제3구역·북아현2구역 총회 앞두고 극적 타결
사업비·사업기간 늘어…조합·시공사 모두 해지는 부담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 2023.9.1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시공사와의 계약 해지에 나서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부쩍 눈에 띄고 있습니다. 시공사를 다시 구하려면 조합 입장에선 그만큼의 사업 지연 및 이자가 늘어날 것이 분명함에도 해지에 나서는 이유가 뭘까요.

사실 조합이 시공사를 교체하는 건 오늘내일 일이 아닙니다. 과거에도 소위 '1군 브랜드'로 시공사를 교체하기 위해 기존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는 왕왕 있었습니다.

다만 최근 계약 해지 이유는 대부분 '공사비 인상'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오히려 1군 브랜드에서 하위 브랜드로 급을 낮춰 공사비를 아끼려는 조합이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경기 양주 삼숭구역 지역주택조합이 기존 시공사인 현대건설과의 협약을 해지 후 브랜드를 낮춘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달에도 서울 내 홍제3구역, 북아현2구역 등이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하려 했습니다. 각각 시공사로부터 3.3㎡당 898만6400원, 859만원의 공사비를 새로 제시받았는데, 기존 공사비보다 크게 올라 협상에 진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시된 공사비는 3.3㎡당 1000만원에 육박하는 공사비입니다.

다만 조합 입장에서도 기존 시공사를 포기하는 것은 부담입니다. 새 시공사 선정을 위해 입찰공고,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에 들어가는 비용뿐만 아니라 사업 지연에 따른 공사기간 연장, 이자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조합원 설득'도 조합장 및 대의원들은 큰 리스크입니다. 기존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했다가 재선정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없거나, 1군 브랜드가 아니면 조합원으로부터 또 다른 원성을 살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시공사 입장에서도 최종 수주 실패로 인한 매출 감소, 추후 수주전에서 이미지 실추, 사업에 들어간 제반비용 회수 및 회수를 위한 소송 등을 감안하면 계약 해지 소식이 달갑지는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해지를 위한 총회를 앞두고 시공사와 극적 협상을 타결하는 조합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홍제3구역은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협상을 이어가기로 합의했습니다. 가격도 898만6400원보다는 낮은 가격에 체결하기로 큰 틀의 합의는 끝난 상태입니다.

북아현2구역도 총회 이틀을 앞두고 시공사업단(삼성물산, DL이앤씨)과 3.3㎡ 748만원으로 협상을 끝냈습니다. 당초 제시된 859만원보다는 100만원 이상 낮은 가격입니다. 조합 측은 시공사업단이 제시한 749만원을 두고 장고를 하다 결국 총회 직전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하나라도 더 해야 하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계약 해지가 뼈아픈게 사실"이라며 "다만 공사비 문제로 해지한다고 해서 더 낮은 공사비를 제시하는 비슷한 브랜드의 아파트를 선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공사비를 문제 삼아 해지하는 것은 납득할 만한 사유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를 교체하더라도 새 시공사가 들어올 것이란 확신이 없으면, 조합원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며 "협상에서 조금이라도 우위에 서기 위해 시공사 교체라는 패를 꺼내보이기만 하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d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