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 속출해도 철도안전 '이상무'…코레일 '스마트' 재해관리시스템[모빌리티on]

IoT 검측장치 활용해 레일온도 측정·자동살수 시스템 등으로 폭염 대응

KTX 오송역 인근 고속선에서 선로 온도를 낮추기 위해 자동 살수 장치가 작동하고 있다.(한국철도공사 제공)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우리 열차는 폭염으로 레일이 휘어지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천천히 운행하고 있습니다."

한 여름 낮 KTX를 탄 승객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안내 멘트다. 코레일은 이처럼 폭염을 포함한 장마, 극한호우, 태풍 등에 대비하기 위해 올 여름 과학적이고 스마트한 재해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모빌리티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레일온도 55도 넘으면 KTX 시속 230㎞ 이하로 서행 '선제 대응'

코레일은 '기상이변에 따른 열차 운행 통제 기준'을 마련해 이상 발생 시 열차를 서행하거나 운행을 중지하고 있다. 고속철도 전용선로 기준으로 레일온도가 55도를 초과하면 고속열차는 시속 230㎞ 이하로 서행하고, 바람이 초속 30m 이상으로 불면 시속 170㎞ 이하로 서행한다. 시간당 강우량이 60㎜를 넘으면 운행을 중지한다.

이같은 기준은 코레일 철도교통관제센터를 통해 과학적으로 만들어졌다. 전국 철도 운행구간에 설치된 기상검측장비를 통해 실시간으로 기상 정보를 수집해 이를 바탕으로 속도 제한 등의 기준을 만든다.

레일온도 관리도 스마트하게 이뤄진다. 레일을 이루는 철은 열을 받으면 팽창하고 차가워지면 수축하는 성질이 있다. 한여름에는 팽창현상으로 휘어지거나 뒤틀릴 수 있고, 한겨울에는 수축현상으로 중간 이음매가 끊기기도 한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코레일은 전국 주요 선로의 레일온도 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일반선의 경우 레일온도가 55도 초과시, 취약개소에서는 레일온도 50도 초과시 서행운전을 실시하고 있다. 또 주요 선로 151곳에 설치된 자동살수장치도 즉시 가동돼 레일 온도를 낮춘다.

레일 온도 실시간 측정을 위한 '스마트 선로관리 시스템'을 통해 레일온도 측정과 살수 작업이 자동으로 연동되는 폭염 대비체계를 도입했고, 이 과정을 시각화해 24시간 모니터링하는 빅데이터 플랫폼도 구축했다.

레일온도 관리 플랫폼 메인 화면에는 실시간으로 현재 최고 레일온도가 표출된다. 선로별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온도에 따라 다른 색깔의 점으로 표시돼 위험개소 현황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코레일 철도교통관제센터.(한국철도공사 제공)

◇길이 200m 이상 장대레일 재설정·레일 334㎞에는 차열페인트

코레일은 올해 폭염을 대비해 바람이 잘 통하지 않거나 곡선부 등 폭염 취약개소를 특별관리 중이다. 선로 이상 순회 점검 주기를 단축하고, 살수 작업도 수시 진행 중이다.

레일 중 길이가 200m 이상인 '장대 레일'에 대해서는 레일 재설정 작업을 진행했다. 레일 재설정 작업은 장대레일에 축력을 균일하게 분포시켜 선로 변형을 예방하는 대규모 작업이다. 모든 결속장치를 풀어 놓고 늘어난 만큼을 미세하게 조정해 여름철 고온에도 변형이 적은 내성을 갖게 해 준다.

또 선로 온도를 4~5도 낮출 수 있는 차열페인트도 통풍불량 등의 폭염 취약 선로에 칠해 고온에 선로가 휘어지는 장출(張出)현상도 예방하고 있다. 전국에 차열페인트가 칠해진 선로는 334㎞에 이른다.

더운 날씨에 레일이 전차선이 늘어지지 않도록 당겨주는 장력 조정장치도 폭염 대비 점검을 마히고, 전기 분야 여름철 주의개소 2만여곳에 대한 사전조정 작업도 완료했다.

코레일 레일온도 관리 플랫폼.(한국철도공사 제공)

◇하루 332만명 이용 '여름철 차내 온도관리'에도 집중

코레일에 따르면 KTX, 일반열차, 수도권전철 등을 모두 합쳐 하루 열차 이용객은 332만명에 달한다. 이들의 더위 관리를 위해 코레일은 차내 여름철 온도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수도권전철의 경우 전체 민원의 3분의2가 온도에 대한 민원이라고 한다. 사람마다 체감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1도 온도 조절에도 민감하다는 점을 반영해 세심한 관리를 진행 중이다.

열차 출발 전후로 전철차장이나 열차팀장이 차량의 각 칸을 돌면서 온도센서와 조절장치 상태를 확인한다. 운행 중 출입문 개폐에 따른 온도상승과 장시간 출입문 개방 시 실내가 더워지는 것도 반영한다.

코레일은 지난해 12월부터 수도권전철 차량 500여 칸의 냉방장치의 성능을 개선하고 지난 5월까지 점검을 마쳤다. 냉방설비가 좀 더 복잡한 KTX는 냉방과 관련된 제어판, 센서 등의 부품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점검하며 유기적으로 냉방성능이 향상되도록 개량했다. 또한 전국 432개 기차역에서 실내 공기를 조절하는 공조 설비와 냉방기도 사전 점검했다. 지상 역사의 고객대기실 등 기온이 높은 곳은 180여대 에어컨을 추가로 설치했다.

아울러 9월말까지 24시간 대응체계를 갖춘 폭염대책본부를 운영하며 기상상황을 예의 주시해 위기경보 수준별로 비상대응이 가능한 태세를 확립하고 있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극한호우나 폭염 등 여름철 기상이변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만큼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재해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조치하고 있다"며 "국민이 안심하고 타실 수 있도록 안전한 열차 운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d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