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기획 타고 "부르는 게 값"…최고 부촌 압구정 '왕의 귀환' [송승현의 손바닥부동산]
재건축 좌절의 '흑역사'…2006년부터 지금까지 표류
압구정 3구역 '설계' 놓고 서울시와 갈등, '사업지연' 우려도
- 황보준엽 기자, 신성철 기자, 조윤형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신성철 조윤형 기자 =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한강변에 인접한 아파트가 최고 70층의 마천루로 재탄생할 가능성이 생겨났기 때문인데요.
압구정 지구는 1∼6구역으로 분리돼 재건축이 진행되며, 1구역(미성 1·2차)과 6구역(한양 5·7·8차)을 제외한 2∼5구역이 신속통합기획으로 개발됩니다.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면서 거래가는 예전의 수준을 회복했고, 호가도 계속해서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뉴스1은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와 직접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찾아 현재의 상황을 분석해 봤습니다.
◇한강 변 농사 짓던 땅이…매립 후 '부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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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압구정의 역사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압구정동은 지금과는 달리 논·밭, 과수원이 존재하던 곳입니다. 생각해보면 상상이 잘 가지는 않지만 소가 밭을 가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1969년 현대건설이 강을 메워 택지를 조성하는 '공유수면매립허가'를 받으면서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됐죠. 강북 구도심에 몰린 인구를 분산하려던 서울시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입니다.
이곳에 현대건설이 아파트를 지어 올리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부촌인 압구정동이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한양, 미성 등도 들어서며 압구정동 일대는 1만120가구 대규모 단지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그렇게 30여년이 지나고 2006년 민선4기 지자체 출범과 함께 재건축 통합개발이 추진됩니다. 이때도 서울시장은 지금과 같은 오세훈 시장이었습니다.
오 시장은 2009년 한강의 공공성 회복 차원에서 압구정의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했으나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기부채납 비율이 너무 높다며 반발했고, 재건축은 표류했습니다.
2016년에는 24개 단지를 6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묶어 재건축하는 지구단위계획을 마련했지만 심의가 보류되며 또 다시 재건축은 좌절됐습니다.
다시 기회가 찾아온 건 오 시장이 돌아와 한강르네상스를 재추진하면서 입니다. 이를 위해 35층 제한 규제도 폐지했고, 압구정 구역을 신속통합기획 방식의 재건축을 확정했습니다.
신통기획은 서울시가 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 초기 단계부터 주민들과 함께 사업성과 공공성을 모두 갖춘 계획안을 마련해 사업 절차를 단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이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면 통상 5년이 걸리는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2년으로 단축할 수 있게 됩니다.
◇재건축 호재로 '매맷값' 상승…호가는 실거래가보다 3억 높아
재건축사업에 기간 단축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매맷값도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압구정동 한양4차 전용면적 208.65㎡는 지난 6월 64억원에 거래되며, 직전 거래가(52억7000만원) 대비 11억3000만원 올랐습니다. 신현대(현대 9, 11, 12차) 11차 전용 183.41㎡ 또한 지난달 26일 63억원에 신고가를 썼습니다.
한양5차 전용 115.24㎡는 지난 6월 27일 직전 최고가인 (31억2000만원)보다 8억3000만원 오른 39억5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압구정3구역의 가격 상승률은 특히나 가파릅니다. 압구정 1~6구역 중에서도 정중앙에 위치하고 가장 덩치가 커 대장주로 평가받고 있어서인데요.
현재 3946가구 규모인 압구정3구역은 재건축 이후 5800가구 안팎으로 가구 수가 늘어나게 됩니다.
3구역에 속하는 현대6,7차 전용 144㎡B 타입은 지난달 47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호가는 50억원대부터 시작합니다. 현대13차 전용 108㎡의 호가는 직전 거래가(3월)인 37억원 보다 5억원 높게 형성됐습니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거래가 활발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아무리 재건축이 된다고 해도 아파트가 50억원이라니 사실 잘 이해는 가지 않죠. 그 배경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은 대한민국 최고 부촌이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계·재계·연예계 등 주요 인사들도 거주한다고 합니다. 권오갑 HD현대 회장과 정무현 전 한라그룹 부회장,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유재석, 차태현, 강호동 등이 압구정 아파트에 살고 있죠.
인근에 위치한 현대아파트 본점은 보통의 현대백화점과는 상품기획(MD) 자체가 다르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가장 큰 이점은 한강을 끼고 있다는 겁니다. 압구정의 아파트들은 한강변을 따라 곳곳에 포진해 있습니다. 누구나 원할 수 밖에 없는 곳인거죠.
◇잡음 이는 '압구정3구역'…설계안 놓고 갈등
주민들의 기대가 너무나도 높아진 탓일까요. 잡음이 곳곳에서 일고 있습니다. 설계를 놓고 서울시와 압구정3구역 간 상당한 진통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난맥상은 지난달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희림과 나운동인 컨소시엄은 압구정3구역 설계공모에 최대 용적률 360%를 적용한 설계안을 제시했습니다.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에서 허용한 최대 용적률 300%를 초과하는 수치입니다. 제3종일반주거지 내 임대세대를 배치하지 않아 공공성을 위한 '소셜믹스'를 져버렸다는 논란도 있습니다.
서울시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 즉각 설계 공모 절차를 중단토록 하는 시정명령을 조합과 관할구청에 내렸습니다. 그러나 조합은 투표를 강행했고 희림종합건축사무소를 설계사로 선정했습니다.
물론 서울시도 사기 미수 및 업무방해, 입찰방해 혐의로 각 회사 소재 관할 경찰서인 강동·서초경찰서에 고발하며 강수를 던졌죠. 최근에는 조합의 운영실태 전반을 합동 점검에까지 나섰습니다. 보복성 조사는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뭔가 개운치 못한 맛이 있긴 합니다.
다만 조합 측은 소송 등 갈등을 키우기 보다는 적당한 협의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에도 사업이 늦어지는 건 아닐까 우려가 커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신통기획은 서울시의 손을 탈 수 밖에 없는 사업인 만큼,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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