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고속道’ 한방없는 야당…'정상화'로 반격 나선 원희룡

또 국조? ‘특혜 시비’ 정쟁에 피로감 토로하는 양평군민
원희룡, 야당 참여 전문가 검증 제시…“협치로 빠른 추진” 강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7.2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신현우 기자 =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이 ‘특혜 시비’로 멈춘 지 20여일이 지났다. 의혹을 제기한 야당은 최근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정부·여당과 공방을 벌였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국정조사로 시비를 끌고 가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야당이 군불만 땐다고 지적했다. 사업 정상화를 기대했던 양평군민의 피로감은 커졌다. 이들은 ‘정쟁’을 떠나 ‘협치’를 요구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가짜뉴스에 대한 강력 대응’과 ‘전문가 검증·주민 의견 수렴을 통한 최적안 모색’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내세웠다. 정쟁으로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이 무기한 연기될 경우, 실제 도로 목적인 ‘주민 편의’가 희석될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지난 2017년 국토부가 발표한 제1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반영돼 본격 추진됐다. 2021년 4월 예타를 통과했으며 당시 경기 하남시 감일동에서 양평군 양서면까지 27㎞를 잇는 왕복 4차로 도로로 계획됐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국토부가 양평군 등 관계기관과 구체적인 노선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양평군이 사업성 등을 고려해 예타 통과 노선 외 대안 노선을 제시했다. 양평군이 제시한 노선은 △강하면 운심리 인근 나들목(IC) 신설·양서면 종점 △강하면 왕창리 인근 IC 신설·강상면 종점 △강하면 88호선 연결 등이다.

국토부는 해당 대안 노선 중 강하 IC를 신설하고 종점을 강상면으로 하는 방안을 최적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종점이 예타 당시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됐다. 이후 일각에서는 종점으로 낙점된 강상면 인근에 김건희 여사 일가 토지가 있고, 국토부가 이들에게 특혜를 주고자 노선 변경을 시도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국토부는 정쟁에 휘말려 더 이상 사업 추진이 불가할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 6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중단을 발표했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27일 경기 양평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비타당성조사 노선 종점 인근에서 열린 주민간담회 및 현장점검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7.27/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또 국조? ‘특혜 시비’ 정쟁에 피로감 토로하는 양평군민…여야 협치해 빠른 추진 필요

지난 27일 찾은 경기 양평군 강상면에서 만난 다수의 양평군민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시비’에 피로감을 토로하며 정쟁을 멈추고 여야가 사업 추진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양평군민 A씨는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경제적인 낭비·환경적인 요소 등을 고민해 교통난 해소라는 목적에 집중해야 한다”며 “(여야의 싸움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데, 제발 국민을 위해 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양평군민 B씨는 “정치 논리를 떠나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진정 무엇을 위한 것인가부터 생각해야 한다”며 “양평의 경우 의료시설이 부족해 서울로 나가야 할 때가 있는데 교통난 등으로 문제가 많다”고 전했다.

양평군민 C씨는 “밤늦게까지 국회 중계를 봤는데, (더불어)민주당이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참모들을 붙잡아 두고 새로운 사실 없이 ‘답변 태도가 나쁘다. 자료 제출 문제가 있다’ 등 비생산적인 얘기만 하다 끝났다”며 “또 국조를 한다는데, 너무 지치고 양평군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 관련 현안질의를 진행했다. 특혜 시비 이후 열린 첫 전체회의로, 오전 10시에 시작해 다음날 오전 1시30분에 끝났다.

그러나 추가 의혹이나 의혹 실체 규명을 위한 논의보다 여야 모두 서로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이에 원희룡 장관은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이럴거면 왜 새벽까지 잡아둔 것이냐. 엔지니어링 회사를 잠깐만 불러서 물어보면 충분히 해소될, 의혹 같지 않은 의혹을 15시간 넘게 반복하며 말꼬리만 잡은 게 민주당”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문가들 의견 들어봤습니까. 양평주민 의견 들어봤습니까. 현장에는 가봤습니까”라고 민주당에 되묻는 한편 “의혹에만 매달리지 말고 전문가 검증과 주민 의견에 근거한 최선방안 추진에 협조하라”로 전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왼쪽)와 이소영 원내대변인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관련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2023.7.2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원희룡, 민주당도 참여하는 전문가 검증 제시…민주당, 사업 정상화 유일한 해법 '국조'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27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노선안 종점부인 양평군 양서면과 대안 노선 접속부 인근의 강상면을 찾았다. 주민 의견을 듣고, 최적의 사업 추진방향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원희룡 장관은 “정부는 양평군민의 편리한 이용뿐만 아니라 주거지 훼손을 최소화해 고속도로와 공존할 수 있는 최적 안으로 추진하는 등 문제 해결사이자 양평군민의 길잡이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신속한 사업 재개를 위해서는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와 같이 정치적 논의보다 고속도로 사업 전문가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들이 (가짜뉴스에) 선동당하지 않고 근거 없는 의혹을 걸러 들을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동의할 수 있는 검증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한 측에서 사과를 안 하면 도로‧교통 분야 최고 전문가와 양평군 등 국민의 힘으로 당당한 최선의 고속도로를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민주당도 참여해 수용할 방안을 논의한다면 정쟁을 멈추고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은 같은 날 서울~양평고속도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요구서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다. 민주당 소속 국토위원들은 “(상임위에서)원 장관의 무책임한 답변 태도를 보면서 대통령 처가 특혜의혹 진상규명과 사업 정상화를 위해 국조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다.

hwsh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