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CEO GS건설 임병용 최대 위기…'전면 재시공' 돌파할까

4연임 최장수 CEO 연이은 아파트 사고로 벼랑 끝 위기
선제 대응에 추가 갈등 불식…5000억 이상 재정 부담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2018.10.2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국내 건설업계 최장수 CEO(최고경영자)인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4월 말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로 취임 후 1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공정률이 약 70%인 17개 동 1666세대 대단지를 모두 철거 후 다시 짓는다고 선제적으로 내린 결단이 기업 최대 위기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임 대표는 전문 경영인으로는 이례적으로 4연임에 성공한 건설업계 현직 최장수 CEO로 꼽힌다.

임 대표는 GS건설이 해외 플랜트 부문 손실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던 2013년 구원투수로 등장, 자이(Xi)를 아파트 고급 브랜드로 내세우며 주택 사업을 확장했다.

부임 이후 수년간 9조원대에 머무르던 GS건설의 매출액은 2015년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고, 2018년에는 영업이익이 1조649억원을 기록해 창사 이후 최초로 1조 클럽에 가입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연이은 사고가 잇따르며 정부의 눈 밖에 났다. 지난 3월 서울 중구 '서울역 센트럴자이' 장식 기둥에 균열이 발생, 입주민들이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총 14개 동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실시, 문제없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입주민들의 피해 보상 문제를 두고 애를 먹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붕괴하는 사고로 벼랑 끝에 몰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일 "설계·시공·감리 어느 한 군데라도 주어진 책임을 다했으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상부에는 문제가 없는지 조사 후 최종적 판단을 철저하게 원칙적으로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특별점검 및 사고조사위원회 결과 발표 후 취재진에게 향후 대책 등을 밝히고 있다.2023.7.5/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GS건설은 국토부 사고조사위 발표 직후 2차 사과문을 통해 "전면 재시공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건설사가 '전면 재시공'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지난해 1월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 이후 두 번째다.

임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은 자이 브랜드의 신뢰와 명예 회복을 위해 선제적으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5년 애니콜 휴대전화 초창기 모델의 품질이 안 좋다는 평판에 15만대를 태운 '화형식'을 연상시킨다는 반응도 나온다.

시공사의 '전면 재시공' 결단에 해당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큰 틀에서 반기고 있다"고 입장을 밝히며 추가 갈등도 불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유사 사례가 발생한다면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이라는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크다"며 "보는 시각에 따라 우리 사회에 더욱 바람직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8월 중순으로 예고된 국토부의 행정처분 결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사고 초기부터 원 장관의 강도 높은 비판으로 건설업 등록 말소나 1년 이내의 영업정지와 같은 최고 수위의 행정처분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GS건설이 정밀안전진단 결과가 나오기 전에 '전면 재시공' 결단을 내린 만큼, 행정처분에도 반영되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GS건설이 재시공을 밝힌 아파트의 모습. 2023.7.6/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다만 철거 후 재시공에 대한 재정적 부담이 상당한 데다 단기간 내에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임 대표의 책임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이 재시공하기로 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는 총 1666세대로 광주 화정아이파크는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포함해 847세대의 약 두 배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전면 철거 후 재시공에 4년 이상 소요되고, 손실 규모는 최대 5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GS건설 영업이익(5548억원)에 맞먹는 규모다.

입주 지연에 따른 모든 보상도 약속한 만큼 막대한 재정적 투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