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년주택에도 수영장이?…민간 아파트에선 인기 시들
은평구 대조동에 전국 최초 수영장 갖춘 임대주택 나와
한때 '고급' 상징이었으나 유지·관리비에 입주민 호불호
- 전준우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공공주택의 고품질화로 아주 잘 만들어진 모범사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7일 서울 은평구 대조동 청년 안심주택을 방문해 한 말이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수영장을 갖춘 임대주택이 나왔는데, 앞으로 계속 확산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은평구 대조동에 위치한 역세권 청년주택 '호반베르디움 스테이원'은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로 수영장을 갖췄다. 사업 시행자인 대조PFV가 지역주민을 위해 조성해 은평구에 기부채납한 시설로, 길이 20m의 레인 5개를 갖추고 있어 동시에 75명이 이용할 수 있다.
이달 시범운영을 거쳐 7월 정식 개장할 예정으로 청년주택 입주자뿐만 아니라 은평구민에게도 개방한다. 수영장 운영비는 구예산으로 충당하는데, 올해 연말까지 8개월 운영비로 8억여원이 책정됐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년에 약 12억원의 운영비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범운영 중인 청년주택 내 수영장의 초기 반응은 고무적이다. 은평구 관계자는 "그동안 지역 내에 수영장 등 체육 커뮤니티 시설이 부족했던 만큼 구민들에게 환영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단지 내 수영장이 한때 고급 아파트의 상징으로 여겨진 것과 달리 최근에는 호불호가 갈리고 있어 임대주택의 고급 커뮤니티시설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단지 내 수영장은 멀리 나가지 않고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고 자녀 교육에도 좋아 인기 있는 커뮤니티 시설로 꼽혔다.
서초구 '반포자이',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등 고급 아파트 대단지에서는 최근까지도 입주민들의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 강남구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단지 내에는 국내 최초 루프탑 인피니티풀이 조성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다만 아파트 내 수영장은 수도·전기요금부터 청소비, 안전요원 고용비 등 비용이 만만치 않다. 통상 월 관리비로 2만~4만원 정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입주민 간 갈등을 겪다가 수영장을 폐쇄하는 아파트 단지도 적지 않다. 2021년12월 준공된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는 누수와 물 넘침 등 하자보수로 인해 수영장을 폐쇄한 뒤 재개방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 '영종자이'도 관리비 문제가 불거지며 결국 운영을 중단했다.
여기에다 올 초 부산의 한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수영장에서 익사 사고가 발생하며 '안전 사각지대'라는 경각심이 커졌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영장이 한때 아파트 단지 내 고급 커뮤니티 시설로 인기를 끌기는 했지만, 갈수록 유지·관리비가 많이 들어가다 보니 반기지 않는 입주민들이 많다"며 "최근에는 수영장보다 요가·필라테스 등을 즐길 수 있는 GX룸과 같이 지상의 체육 커뮤니티시설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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