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원순 171개로 쪼갠 세운지구, 오세훈 20개로 묶는다…"1500% 용적률"

'보존'에 방점 사업지 쪼개 10년간 표류, 도심 낙후돼
20여개로 통합 개발…녹지 확충, 용적률 최대 1500%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4월 세운재정비촉진지구를 바라보고 있다. (공동취재) 2022.4.2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 171개로 쪼갠 세운 재개발 구역을 20여개로 묶어 통합 개발한다. 도심 녹지 축을 중심으로 구역별 중앙 녹지를 조성하고, 용적률 최대 1500%를 적용한 초고밀 개발을 본격 추진한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총 8개 구역 171개 부지로 쪼개진 세운 재개발 구역을 20~30개로 통합하는 내용의 정비 계획을 막바지 수립 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10월 파리에서 밝힌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이르면 이달 말 계획 수립 후 주민 공람 공고를 실시한다.

세운지구는 종각에서 퇴계로에 이르는 43만9356㎡ 크기로, 2·3·4·5구역과 6-1·2·3·4구역 총 8구역으로 나뉜다. 오 시장 과거 재임 시절인 2009년 세운상가군을 철거하고 8개 구역을 통합 개발하는 재정비 촉진 계획이 수립됐는데, 박 시장이 부임한 뒤 '보존'에 방점을 두고 재개발 구역을 171개의 중소형 사업지로 쪼갰다.

2구역은 35개, 3구역은 10개, 5구역은 11개, 인쇄 골목이 위치한 충무로 일대 6-1~4구역은 최소 9개에서 최대 50개 중소형 부지로 분할했다.

이에 따라 구역별 대규모 복합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대형 건설사 상당수가 사업에서 이탈, 10년간 재개발이 표류하며 일대가 크게 노후했다. 8개 구역 중 서울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시행한 세운4구역만 '통합개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오 시장 복귀 후 잘게 쪼개져 있는 소규모 구역을 적정 규모 단위로 묶어 개발하는 '통합형 정비방식'으로 다시 가닥을 잡았다. 대지면적의 35% 이상 옥상정원 등 개방형 녹지를 조성하고, 중앙부 공원 등에 녹지를 추가로 확보해서 녹지공간을 50% 이상 확보하면 높이 규제를 크게 완화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용적률 최대 1500%의 초고밀 개발이 가능하다.

현재 사업이 추진 중인 3구역은 '녹지생태도심' 기조를 반영해 계획이 수립됐다. 3-1·4·5구역에는 올해 2월 입주한 주상복합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 3-6·7구역에는 생활형 숙박시설인 '세운 푸르지오 그래비티'가 내년 9월 입주할 예정이다. 나머지 3구역 내 5개 미착공 부지를 2개로 통합해 재개발을 추진한다.

서울 중구가 최근 공람·공고한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안을 보면 △3-2구역과 3구역 △3-8·9·10구역이 각각 통합된다. 3-2구역에는 을지면옥, 3-3구역에는 양미옥 등 '노포'가 자리한 곳으로 보존과 개발을 두고 논란이 일었던 곳이다. 을지면옥은 이미 철거가 진행됐고, 양미옥도 대형 화재 이후 시행사가 토지 수용 절차를 막바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5개 부지로 쪼개져 가장 개발 속도가 더딘 세운 2구역도 4개 필지로 통합 후 중앙부 공원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재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SH가 통합 개발을 진행 중인 4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7개 구역은 '녹지생태도심' 가이드라인을 적용, 중앙에는 거점 녹지를 만들고 이를 둘러싼 초고층 빌딩 건립이 가능할 전망이다.

세운지구 재개발 촉진 계획에는 세운상가의 향후 철거 계획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일부 상가 상인들이 철거와 이주를 반대하고 있어 이를 설득할 수 있는 묘안을 고심 중이다. 오 시장이 '피눈물을 흘렸다'고 직격한 1000억원짜리 공중보행로의 실태 조사도 한창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종묘~퇴계로 세운지구 재개발 촉진계획 이르면 이달 말 나올 예정으로 세운상가 정비 계획도 담길 것"이라며 "촉진계획과 맞물려 공중보행로 처리 계획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