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미반환' 여파 부산 이번엔 ‘신탁원부 사기' 의심 사례도

2030 보증금 미반환 사고도…집은 경매로

사진은 이날 오후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신고한 공인중개사무소의 모습. 2023.4.1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 30대 남성 A씨는 지난 2021년2월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원룸을 6000만원에 전세 계약했다. 4000만원의 대출을 내고서다. 그러나 계약 만기가 돌아온 지난 2월 이전 집주인으로부터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취지의 문자를 받았다. 뒤늦게 다시 확인해 보니 해당 오피스텔의 소유주는 집주인이 아닌 한 신탁사였다.

전국적으로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했다는 전세 사기 의심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에서 이른바 '신탁원부' 사기 의심 사례도 나온 것으로 25일 파악됐다.

전세 계약을 체결한 권한이 없는 집주인과 계약을 체결했을 경우 보증금을 사실상 돌려받을 수 없어, 주의가 당부된다.

통상 '신탁원부' 사기는 실제 소유주가 아닌 사람이 소유주인 척 임대인과 전세계약을 체결해 보증금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건설업자이자 집주인이 부동산 신탁회사에 소유권을 넘기면서 이를 담보로 대출받는데, 이 대출을 다 갚지 않는 이상 소유권은 집주인이 아닌 신탁회사가 가지게 된다.

다만 신탁회사가 집주인을 대리인으로 선임하고 임대 계약이 동의한다는 동의서가 있으면 집주인이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지만, 동의서 없이 전세 계약을 체결할 경우 임차인은 보증금을 한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뉴스1이 해당 건물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니, 건물 전 세대가 신탁사로 소유권이 넘어간 상태였다. 특히 해당 건물뿐만 아니라 부산진구 내 똑같은 이름의 다른 오피스텔, 부산 영도구에 있는 똑같은 이름의 또 다른 오피스텔도 상황은 비슷했다. 세 건물 모두 원소유자는 같은 건설업자이자 집주인이었다. 수십세대에 달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세입자가 더 있을 가능성이 크다.

A씨는 계약 당시 공인중개사로부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말을 믿고 계약했다고 주장한다. 계약 전 신탁원부를 확인하지도 못했다. 이에 A씨는 집주인을 상대로 가압류를 신청한 상태다. A씨의 경우는 최근 동탄 깡통전세 사례처럼, 소유권이전 등기도 할 수 없다. 소유주가 신탁사이기 때문이다.

A씨 측은 "보증금 일부라도 받기 위해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추후 변호사 비용을 고려하면 남는 돈이 거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 동탄 등 수도권에서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부산에서도 수십억원의 보증금 미반환 전세사기 피해 의심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부산진구 범천동의 한 오피스텔(34세대)에선, 임대인들이 현재까지 반환받지 못한 전세 보증금이 20억원대인 파악됐다.

세입자들은 대부분 2030세대다. 미반환 규모는 가구당 6000만원~7000만원 선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주로 2019~2020년에 전세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갱신 시점이 돌아오는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추후 만기가 돌아온 세입자들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추후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돌려받을 금액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은 현재 집을 떠나지 못하고 대부분 점유권을 행사 중이다. 그사이 집은 경매로 넘어가 오는 27일 부산지법에서 첫 매각기일이 잡혔다.

다만 경매로 집이 처분되더라도 보증금 일부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경매 낙착률이 낮고, 선순위 근저당권자인 금융기관에 배당이 이뤄지고 나면 세입자들에게 돌아갈 몫이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d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