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자이 3400가구 입주 막은 유치원…6년째 조합과 소송전
유치원 이전 위치·공유지분 관련 양측 입장 차이 '첨예'
"24일까지 입주 중단" 법원 결정에 입주예정자 날벼락
- 전준우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3375가구의 대규모 단지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 프레지던스(개포주공 4단지 재건축)' 입주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청은 서울행정법원의 '관리처분계획 효력 정지' 결정에 따라 지난 10일 입주를 중지하라는 이행 명령을 내렸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6년 전 시작된 단지 내 A유치원과 조합의 얽히고설킨 소송 때문이다.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조합은 2015년 11월 강남구청으로부터 최초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고 2016년 12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다.
이와 관련 A유치원 측은 2017년 "아파트조합원, 상가조합원들과 비교해볼 때 현저하게 형평에 반하고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유치원에 대한 관리처분기준 부분을 취소한다"며 유치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은 2019년 8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조합은 확정 판결을 토대로 유치원 위치를 단지 중심부에서 남쪽으로 조정했고, 이후 강남구청으로부터 다시 변경인가 처분을 받았다.
유치원 측은 "조합이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유치원 위치를 변경했고 변경된 유치원 위치는 유아교육법이 정하고 있는 교지의 요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며 조합과 강남구청을 상대로 사업시행계획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유치원 측은 이와 별건으로 2020년 조합과 강남구청을 상대로 관리계획처분 취소 소송을 다시 제기했고, 이 소송 1심 판결은 지난 1월13일 유치원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소송의 가장 큰 쟁점은 '유치원 측이 단독필지가 아닌 공유부지로 동의했는가' 여부다. 1심 재판부는 "아파트나 상가와 성격이 다른 독립필지의 유치원 부지를 일방적으로 다른 공동주택 소유자들과의 공유관계로 변경한 것은 사용·수익·처분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이를 정당화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재산권의 본질적 침해에 해당한다"고 유치원측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조합은 "유치원측이 작성한 '주택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설립 동의서', '유치원 공급계약서'에 대지의 경우 공유지분으로 분양된다는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내용의 '부동문자'에 불과하다"며 "이를 근거로 유치원측이 공유지분의 부여에 승낙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남구청이 2월28일 부분준공인가 처분을 내리고, 입주가 시작하자 유치원측이 강남구청을 상대로 '준공인가처분 무효 확인 소송'과 함께 효력정지신청을 냈다.
이에 법원은 "강남구청의 개포주공4단지 부분준공인가 처분 효력을 24일까지 잠정적으로 정지한다"고 결정했고, 입주 중단 사태로 번졌다. 집행정지 사건의 첫 심문기일은 애초 17일에서 15일로 앞당겨졌다.
개포자이는 지난달 말 부분 준공 인가로 입주를 시작해 3375가구 중 현재 800여가구만 입주한 상태다. 오는 24일까지 입주가 예정됐던 400가구를 포함해 미입주 2500여가구의 이사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법원 결정으로 조합원 이외의 일반 분양자들이 완벽한 선의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사태가 커지자 유치원측 법률대리인은 "조합을 상대로 낸 소송의 원인은 보상 문제나 임대료 문제가 아니다"라며 "단독필지였던 유치원을 조합이 일방적으로 3375세대 아파트 소유자들과 공유하는 것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조합에서는 '조합설립 동의서' 등에 자필로 서명한 내용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지 않으면 향후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한다. 조합 관계자는 "유치원 측이 자필로 서명한 문서가 두 건이나 있고 보험 약관처럼 작은 글씨도 아니다"라며 "본인 서명을 했는데 몰랐다, 동의할 수 없다고 법원이 인정하면 모든 조합원이 앞으로 악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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