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재건 사업, 건설업계 새 활력 될까…"노하우 충분"

EU·UN 등 공공 조달 사업↑…우리 정부 ODA도 확대 방침
건설업계 반색 "이라크 재건 경험 등 충분…재원이 문제"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차시우 야르에서 러시아 군의 포격을 받아 파괴된 아파트가 보인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정부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우리 기업 참여를 적극 독려함에 따라 경기 둔화 우려로 꽉 막힌 건설업계에도 새 활력이 돌지 주목된다.

16일 국내외에서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을 알리는 행사가 동시에 열렸다.

외교부에 따르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는 '리빌드(Re-Build) 우크라이나' 국제박람회가 개최 중으로, 주폴란드대사관과 코이카, 코트라 및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는 서울지방조달청이 카이스트와 공동 주최로 '우크라이나 공공조달 현황 및 대응전략' 설명회를 개최, 우리 기업인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추진 경로는 크게 3가지다. 우크라이나 정부 자체 조달 사업, 유럽연합(EU)이나 세계은행(WB), 유엔 등 국제기구의 조달 사업, 우리 정부의 유무상 원조 사업이 있다.

다만 주로 해외 정부·기관의 원조금으로 이뤄지는 우크라이나 정부 자체 조달 사업의 경우 95%를 현지 업체에 배정할 방침으로, 우리 기업은 주로 국제기구 조달과 우리 정부 추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통해 참여가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해 키이우를 방문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대화하는 모습. 2022. 9. 15.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EU는 우크라이나에 가입 후보국 지위를 부여한 이래 가장 가시적인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미 작년 8월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 지역 고속도로와 도로 건설 사업 입찰을 개시하기도 했다. 르비우는 폴란드 접경지로, 서방의 지원 물자가 오가는 통로이자 개전 초기 주요 피란 경로였던 만큼 전쟁 중에도 교통망 복원 필요성이 긴요하게 떠오른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유럽부흥개발은행(EBRD)과 세계은행(WB) 차관을 통한 인프라 투자, 유엔개발계획(UNDP)의 공공조달 사업 등이 있다. 특히 EBRD는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529개 프로젝트에 180억9600만유로(약 24조8880억원)를 투자하고 있으며, 인프라 재건 등 건설부문이 참여할 사업이 많다.

우리 정부의 ODA 사업으로는 기획재정부가 수출입은행을 통해 시행하는 유상 차관 성격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외교부가 코이카를 통해 시행하는 무상원조 프로젝트가 있다.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감안, ODA 규모를 세계 10위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관련 예산을 확대 편성하고 있다. 유무상 지원 시 '병원 지어주기'처럼 기업 참여 기회도 열린다.

기재부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EDCF 공여 협정 체결을 추진 중으로, 이를 통해 인프라 재건사업 참여 기반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EDCF 공여 협정 체결 논의는 전쟁 전부터 있던 사안인데 전쟁 때문에 절차가 지연된 측면이 있고, 외교부 소관인 무상원조는 계속 있었다"면서 "전후 재건 관련해 정부 내에서 계속 논의가 오가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교부 산하 코이카는 이미 1991년부터 2021년까지 총 1102만달러(약 141억4400만원)의 대 우크라이나 지원 사업을 실행했다. 올해는 전후 재건 성격으로 인프라 부분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작년 7월 스위스에서 열린 루가노 재건회의 후속조치로 도로와 철도, 수상교통 재건복구 관련 전문가 협의가 진행 중이다. 고속철도와 최대 물동량 오데사 철도 수용능력 증대 타당성 조사,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을 받은 미콜라이우주(州) 전력망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사업 등 11건 사업도 협의 중이다.

미국 전쟁연구소(ISW)가 시각화 한 2023년 2월 14일(현지시간) 기준 우크라이나 전황.

건설업계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이미 국내 경기 둔화와 부동산 시장 저조로 지난해 좋지 않은 실적을 받아든 뒤 해외 사업으로 눈을 돌려온 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 정부 원조 사업 중) 구체적인 발주가 나오거나 (입찰이) 열리기만 하면 적극 참여 의사가 있다"며 "여러 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들어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은 이라크 재건사업도 해봤고 노하우가 있어 참여한다면 할 수 있는 부부은 많다"면서도 "진출 여부는 결국은 재원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은 일반 기업이 그냥 들어가는(진출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며 "기금과 펀드 등 지원이 어떻게 될지, 수익성 등을 보고 참여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으로는 농업, 방산, IT, 전력 등 에너지와 배터리, 건설기자재 등 다양한 부분이 있지만 1년간 지속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사회기반시설과 주택이 상당 부분 파괴된 만큼 건설 부문이 큰 역할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우크라이나대사는 이날 조달청 설명회에서 "현재 최우선 과제는 전력망의 신속한 복구"라며 "도로, 주택, 교육·의료·종교시설, 공장, 기업, 문화재 건물과 교량, 공항시설, 항구, 트램 전선과 철도 등 공공시설도 파괴돼 이 모든 인프라 시설이 복구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우크라 재건 사업은 2차 대전 이래 가장 큰 재건 사업이 될 것"이라며 "특히 외국 경제에 새로운 자극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6일 서울지방조달청 별관 3층 대강당에서 열린 '2023 우크라이나 조달시장 진출 설명회'에 기업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2023. 2. 16. ⓒ News1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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