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서울도 규제지역 해제?…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녹일 수 있을까
[2023경제]정부, '서울·분당·수정·하남·광명' 규제지역 연초 추가 방침 밝혀
대출·금융 전방위 규제 시너지 전망…"반전 어렵지만 연착륙 도움"
- 박승희 기자, 신현우 기자, 김진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신현우 김진 기자 = 정부가 규제지역 추가 해제 방침을 밝히며 이르면 내년 초 서울과 경기 주요 지역까지 규제지역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세제·금융 등 다방면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만큼, 이번 조치가 부동산 시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21일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주택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규제지역을 연초에 추가 해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대출 한도 확대·소득 제한 폐지를 포함한 특례보금자리론을 한시 시행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다만 시기와 내용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날 세종정부청사에서 이뤄진 취재진 질의응답 중 "서울 어느 정도까지 (해제한다고) 말하기엔 예단하기 어렵다.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전문가 의견을 거칠 것"이라며 "시기를 특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빅5' 규제지역 연초 해제 전망에 무게…"정부 선제 대응으로 연착륙 가능성 커져"
지난달 정부는 서울과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 등 이른바 '빅5'를 제외하고 전국 규제 지역을 모두 해제한 바 있다. 경착륙 우려에 따라 규제지역을 풀 필요가 있지만, 빅5 지역은 집값이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고 주택 수요도 많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에 규제지역으로 남은 곳들은 더 강력한 시장 한파에 시달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타 지역 규제지역 해제 이후 4주간 이들 지역 아파트값은 광명시(-5.55%), 과천시(-4.42%) 등 가파른 하락 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2.84%)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하지만 조만간 정부가 규제지역을 더 풀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꽉 막힌 거래가 트이고 경착륙 우려도 잦아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규제지역에서 벗어나면 대출과 세제·청약·거래 등 집을 사고 파는 데 있어 진입 장벽이 훨씬 완화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지역을 설정하는 기본적인 정책목표가 시장과열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므로 지금은 규제지역을 유지하는 데 따른 실익이 없다"며 "조만간 해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고 전망했다.
고금리 기조가 여전하고 시장 침체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확산한 만큼 단기적인 방향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됐다. 다만 일부 급매물 소화와 시장 연착륙에서는 다소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김효선 부동산수석위원은 "전방위적인 규제완화 정책이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단기간에 활성화하기엔 거시경제와 금리 등의 영향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일부 실거래를 유도하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현재 정부의 정책 대응이 굉장히 선제적"이라며 "규제 완화 속도와 정책 의지를 봤을 땐 경착륙 가능성을 연착륙으로 막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특례보금자리론·다주택자 규제 완화로 시너지 전망"…해제 정도·수요자 매수심리 관건
특례보금자리론 등 금융 규제 완화와 시너지로 내 규제지역 해제 조치가 빛을 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부는 내년 1분기 중 특례보금자리론 도입을 통해 주택 가격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확대하고, 소득 제한을 폐지하고 대출 한도도 5억원으로 늘리겠단 계획을 발표했다.
윤 수석연구원은 "핵심지 수요가 여전히 있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대출 규제 완화 상품을 활용해 주택 매입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서울은 9억원 이하 가격대가 많지 않아 한계가 있긴 하지만, 경기·인천에서 거래 증대 효과가 나오기 시작하면 서울도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도 대폭 풀면서 가수요 유입도 늘어날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취득·양도 단계 규제를 완화하고, 규제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해제하기로 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 랩장은 "경기 둔화와 고용시장 냉각으로 자기자본 비율이 낮은 수요층보다는, 현금탄환이 준비됐거나 대출 여력이 있는 여유계층의 알짜지역 경매·급매물 유통이 발현될 것"이라며 "공급이 많거나 가계대출 비중과 다중채무자가 집중된 곳은 수요 진작에 한계를 보이는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분양가상한제 단지에 걸린 5년 실거주·10년 전매제한 규제도 합리적 수준으로 낮추기로 하면서 향후 공급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전체적인 규제 완화 방향은 밝혔지만, 실거주 및 전매제한 규제 완화 정도와 시기를 확정하지는 않았다.
정부가 규제를 대폭 풀며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됐지만, 향후 규제 완화 정도나 △물가 △금리 △경제성장률에 따른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거래 활성화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다 죽어가는 주택 시장에 인공 호흡기를 달아줬지만, 규제를 과감하게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seunghe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