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한국기업 관심주길”…‘660조’ 사우디 네옴시티 K-수주 가능성은
[K-건설이 간다]삼성·현대 ‘대장 기러기’로 활약…수주 기대감↑
스타트업 등과 협력 강화 필요…직접 개발도 고려해야
- 신현우 기자
“한국 기업 환영합니다”
(리야드=뉴스1) 신현우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수주지원단 ‘원팀 코리아’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다.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네옴시티 프로젝트였다. 현지에서는 우리 기업 참여를 희망하는 분위기다. 특히 삼성물산·현대건설이 ‘대장 기러기’로 발주처에 신뢰를 주면서 우리 기업의 사업 수행 능력은 합격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참여 의사를 내비치면서 국가·기업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특히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을 무기로 수주 의지를 불태우는 곳이 늘어나는 한편 개발에 직접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북서부 타부크(Tabuk)주 약 2만6500㎢ 부지에 사우디~이집트~요르단에 걸쳐 미래형 산업·주거·관광특구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총사업비는 5000억달러(약 660조원) 규모다. 일각에서는 총사업비를 1조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다.
◇“더 많은 한국 기업이 관심 가져주길”…수주 기대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8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 한국대사관에서 진행된 ‘원팀 코리아 성과보고회’에서 “네옴시티 측에서 아시아권에서 (네옴시티) 설명회를 할 경우 한국을 가장 먼저 찾을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기업 설명과 사업 참여 의지를 들은 네옴시티 총괄자인 나드미 알 나스르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은 사우디와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더 많은 혁신기업·미래에 대한 야심이 있는 한국 기업이 네옴시티에 참여하기를 희망한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살레 빈 나세르 알 자세르 사우디 교통물류부 장관도 지난 6일(현지시각) 리야드에서 열린 ‘원팀코리아 로드쇼’에서 “한국 기업들이 지금도 사우디 사업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혁신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이 사우디에 기술을 적용할 기회를 더 많이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우리 기업의 수주 기대감을 높였다.
◇최대 1조달러 사업…삼성물산·현대건설 ‘대장 기러기’로 활약
네옴시티는 오는 2030년까지 4~5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발주가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까지 134억달러 규모가 발주된 상태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은 △높이 500m 유리벽 건물을 170㎞의 직선으로 늘어세워 짓는 친환경 도시 ‘더 라인’ △바다 위에 떠 있는 팔각형 첨단산업단지 ‘옥사곤’ △산악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이다.
그중 더 라인의 경우 주택·공원·마리나·미술관 등의 시설을 비롯해 스마트팜(지능형농장)·자율주행차·플로팅 아일랜드 등 첨단기술이 집약된 곳으로 구상됐다. 오는 2030년 100만명의 거주를 목표로 한다. 최종적으로 도시가 완성되면 900만명이 거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네옴시티 더 라인 지하에 고속·화물 철도 서비스를 위한 터널을 뚫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구간은 라인 터널의 허리(척추)에 해당하는 곳으로 불린다. 총 28㎞ 중 12.5㎞다. 다른 일반 사막 구간과 달리 산악지역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이 요구된다. 공사 기간은 2025년 12월까지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수주액은 약 10억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우리 기업, 네옴시티 내 수처리·모듈러 등 다양한 사업 관심
우리 기업의 관심은 네옴시티에 쏠렸다. 지난 5일(현지시간)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 주재 기업 간담회’에서 만난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사우디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사업과 관련해 “현재 회사가 주력하는 수처리·풍력 등에 관심이 많다”고 말하며 네옴시티 관련 수주 희망 의지를 밝혔다. 특히 이 관계자는 수처리 등은 도시 형성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네옴시티 외에도 사우디 내에 추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며 수주의지를 보였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네옴시티에 관심이 많다”며 “자사가 주력하는 모듈러 사업 분야 등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네옴시티 ‘더 라인’ 건물 일부의 경우 모듈러 방식으로 설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듈러 공법은 구조체를 포함해 건축 부재의 70% 이상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 후 공사 현장에서는 설치와 내외장 마감 등만 진행하는 것으로, 현재 삼성·현대·포스코 등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의 경우 관리, 건설·건축, 플랜트 등 모든 분야에서 역량을 쌓았는데 이를 기반으로 네옴시티 등 사우디의 다양한 프로젝트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도 “리스크 등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과 협력·정부 지원 강화 필요…단순 시공 벗어나 직접 개발도 고려해야
일각에서는 수주 가능성 확대를 위해 첨단기술을 확보한 스타트업 등과의 협력을 늘리는 한편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특히 단순 시공에 그치지 않고 지분 참여를 통한 개발 사업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리야드 현지에서 만난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시공만으로 혼자 사업 수주에 뛰어들기보다 스마트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함께해 플러스 알파를 들고 수주에 뛰어들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중소기업 등도 상생할 수 있게 돼 국가적으로 보면 굉장히 좋은 시너지”라며 “진정한 원팀을 위해서는 삼성·현대 등 대장 기러기들이 먼저 나서 이들을 파트너사로 합류시켜 끌고 가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사우디 내 수주 환경이 녹록하지 않은데 이번에 정부가 직접 나서 수주지원단을 만들고 협력 체계를 구축한건 의미가 있다”면서도 “국가에서 보증해 사우디 내 입찰 경쟁에 뛰어든 중국 등과 경쟁하기 위해 보다 실효성 있는 추가 지원이 필요한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네옴시티 자체가 거대한 프로젝트로, 우리가 직접 나서 개발을 주도할 수도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도 있다”며 “기존 단순 시공에서 벗어난 (프로젝트) 개발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인 만큼 앞으로 정부와 관련 공공기관 등의 적극적인 지원·협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hwsh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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