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불황생존법]➃"매매도 임차도 힘들어"…집값 떨어져도 '서민근심' 여전
매매·전세 이자 부담 늘고 눈 돌린 월세는 오름세…주거 비용 상승
주거 사다리 끊길까 우려…"서민 금리 안정성 높일 방안 마련해야"
-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반 하락하고 있지만, 내 집 마련에 나선 서민들과 청년 임차인들은 오히려 시름이 깊다. 늘어난 대출 이자는 어깨를 짓누르고, 깡통 전세 리스크에 주거 불안은 커졌다. 마지막 선택지인 월세마저 오르며 주거비 부담이 전방위로 늘고 있다.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3주(17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해 2.22% 떨어졌다. 전셋값 또한 2.21% 하락했다. 지난해 11.52%, 7.79% 상승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매매와 전세 모두 매주 하락 폭이 확대되면서 내림세가 굳어지고 있다.
가격 하락엔 금리 인상 영향이 컸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금리인상 여파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화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매수 관망세로 이어지며 매매가격이 내렸다"며 "전세 또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자 신규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매매 전세 모두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서민들의 근심은 여전하다. 대출을 끌어 내 집 마련을 한 이들은 이자비 부담으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이들은 대출 한도 축소로 걱정이 많다. 임차인들은 이자 부담에 깡통전세 우려로 시름이 깊다. 월셋값은 오르며 주거 부담은 늘고 있다.
대출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해 어렵게 집을 장만한 이들은 이자 부담에 짓눌렸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의 경우 연 3% 중반에서 5% 초반대였지만, 연내 8%까지 올라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차주들의 부담은 많게는 2배 이상 늘어나게 됐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이들은 금리 인상으로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 것을 걱정하고 있다. 올해 7월부터 총 대출액 1억원을 넘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도록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면서다.
연봉 6000만원인 차주가 최장 40년 만기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대출금리가 연 3.5%일 땐 5억15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고 금리인 연 7%로 뛰면 한도는 3억2000만원으로 약 2억원 줄어든다.
전세 세입자들도 이자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 상단은 최근 7%로 굳어졌다. 대출 금리가 늘다 보니 비교적 소득이 적은 20·30세대 청년 차주들을 중심으로 전세 대출을 갚지 못하는 일도 왕왕 발생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전세자금보증 가입자 중 자금 상환을 하지 못해 공사가 대위변제한 금액은 1727억원으로, 그중 53.4%(922억원)은 2030 차주가 빌렸던 돈이었다. 최근 몇 년간 40%대 초반이었던 2030 비율은 금리 인상이 시작된 지난해부터 급증세다.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며 빌라를 중심으로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격을 웃도는 깡통주택도 늘고 있다. 이자 부담과 깡통전세 우려에 울며 겨자먹기로 월세를 택하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월세 시장은 전세 매매 시장과 달리 가격이 오르는 추세다.
부동산 침체기에 오히려 서민 부담이 가중되면서 내 집 마련 주거 사다리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를 고려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 랩장은 "대출 문제가 서민들에게 큰 고통이 되고 있다"며 "고정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해 낮은 금리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금리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청년을 비롯해 주거 안정을 위해 자산 형성이 필요한 취약층을 배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금리 인상기 고비를 넘기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정부, 금융 기관이 리스크를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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