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정부 플랜’에 실망”…1기 신도시 집값 ‘호가 1억’ 뚝
마스터플랜 수립 시점 2024년으로…실망감 커지며 집값도 뒷걸음질
분당·일산·평촌·산본 등 매물 2~5% 늘고 수천만~억대 호가 하락 이어져
-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개발 일정이 예상보다 지연되며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일대에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재정비 마스터플랜 수립 시점을 2024년으로 제시하자, 시장에는 실망 매물이 늘고 호가를 억대로 낮추는 단지도 속속 나왔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동 시범한양 전용면적 148㎡ 집주인 A씨는 지난 16일 최초 등록가격 대비 호가를 1억원 낮춘 19억5000만원에 매물을 재등록했다. 이 아파트는 분당에서 처음으로 재건축준비위원회를 꾸린 단지다.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경기 군포시 산본동 세종주공6단지 전용 58㎡도 정부 대책 발표 당일 호가를 6000만원 내려 5억3000만원에 다시 매물을 올렸다. 발표 이틀 뒤인 18일,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 강선14단지 전용 69㎡도 호가를 6억4000만원으로 4000만원 깎았다.
업계에서는 주민들의 실망감이 호가에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6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 첫 주택 공급 대책에는 1기 신도시 종합 계획 수립 시점이 2024년으로 제시됐다. 당초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개발 밑그림이 그려질 것이란 주민 기대와는 동떨어진 계획이었다.
이에 집주인들은 거뒀던 매물을 다시 내놓기 시작했다. 전날 기준 성남시 분당구 매물은 3705건으로 지난 16일(3614건) 대비 2.5% 늘었다. 같은 기간 일산 서구와 동구 매물도 5.5%, 3.9% 증가했다. 평촌이 있는 안양시 동안구는 2.8%, 산본이 속한 경기 군포시는 5.8% 증가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늘어난 매물은 대부분 실망 매물이라고 진단했다. 일산 소재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1기 신도시 대부분이 정부 대책 발표 직전 매물을 일단 거뒀다"며 "정부 계획이 기대에 못 미치자 투자자들 위주로 실망감이 커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발 기대가 줄며 대선 직후 큰 폭으로 올랐던 집값도 뒷걸음질치고 있다.
부동산R114 조사 결과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은 대선 전 0.07%(1.1~3.9)에서 대선 후 0.26%(3.10~4.22)로 오름폭을 3배 이상 키웠다. 하지만 특별법 제정에 계획 수립까지 지지부진하며, 보합(12일 기준)이었던 가격 변동률은 -0.02%(19일 기준) 하락 전환했다.
대선 이후 고점을 찍었다가 상승분을 그대로 뱉어낸 단지도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무지개8단지 전용 101.91㎡는 이달 6일 10억원에 손바뀜됐다. 같은 면적 매물은 지난 5월 12억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했었다.
업계에서는 1기 신도시도 당분간 침체된 시장 분위기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윤석열 정부의 공급 대책은 방향성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쳐 구체적인 실행 계획 발표 전까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재정비 마스터플랜 수립이 미뤄지면서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은 한동안 약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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