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하락하고 물량은 늘고…'8월 전세 대란' 사라졌나
1년 전 대비 전세 36.39% 늘어…전셋값·전세수급지수도 하락세
"대란 가능성 적지만 불안 요인 여전해…대출 지원·공급책 필요"
-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시행 2년 차를 앞두고 이른바 '8월 전세대란'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최근 들어 임대차 시장에서 매물이 늘고 전셋값도 내리며 우려가 잦아드는 분위기다.
여기에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 대책까지 발표되며 우려했던 '대란'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불안 요인이 여전한 만큼, 대출 지원책을 비롯한 추가 대책과 구체적인 공급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7985건으로 지난해 같은 날(2만518건) 대비 36.39% 늘었다. 전세와 월세를 합친 매물 건수는 4만4756건으로 같은 기간 22.18% 늘었다.
전셋값도 지난 1월 말부터 매주 하락 혹은 보합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서울은 지난주와 같은 -0.01%로 2주 연속 하락했다. 높은 전세가격 부담과 금리인상 우려 속에 매물이 늘었지만 수요가 감소하면서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이번 주 94.3으로 2주 연속 줄었다. 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커질수록 공급 부족, 작을수록 수요 위축으로 판단한다. 지금은 집을 구하는 세입자보다, 세입자를 구하려는 집주인들이 더 많은 상황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임대차2법 시행 2년 차를 맞는 8월 시장에 큰 혼란이 올 것이란 우려가 팽배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이 끝난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들이 이번엔 4년 치 보증금과 월세를 한꺼번에 올릴 것이란 관측 때문이었다.
계약 만료 2~3개월 전 시장에 매물이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거래 추세는 8월 대란을 짐작하게 하는 가늠자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우려했던 임대차 혼란 가능성은 적다는 예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세 물량은 더욱 늘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는 시장 안정화를 위해 상생임대인 제도를 발표했다. 직전 계약보다 임대료를 5% 이내로 올린 집주인에게 양도세 비과세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종전 양도세 비과세 적용 요건인 실거주 2년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이미 시행 중인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로 다주택자의 매물이 일부 시장에 출하될 수 있고, 규제지역과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에 부과되었던 실거주 의무의 개선으로 신축 전월세 매물이 풀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임대차 시장 불안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전월세 물량이 평상시보다 많은 편"이라며 "신규 전환 물량이 나와 물건이 늘면 시세가 일부 조정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 수년간 전셋값이 수억원 올라서 큰 폭으로 줄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효선 위원은 "전월세 시장은 거래량 추이가 유사한데, 임대차2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2020년 7월엔 전년 동월 대비 140%가량 거래가 늘었다"며 "계약 갱신권 만료 기간이 도래하며 거래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인기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되며 전셋값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도 "7월 임대차 계약 종료를 앞두고 아파트 입주량이 많지 않아 수급이 불안한 지역, 교통망 확충 예정지 등은 주담대 여신 시 처분 및 전입조건 완화 조치로 국지적 불안 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월세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전셋값 상승이 적더라도 주거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평균 전셋값이 2년 전 대비 2억원가량 오르고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다.
장기 대책 마련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효선 위원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들이 이번 정책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향후 무주택자들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대출에 대한 지원책과 구체적인 공급안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지해 수석연구원도 "현재 무주택 가구 920만 가구가 잠재적 수요자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공급량 확대"라며 "이들이 안정적으로 전월세 시장에 있으려면, 8%에 불과한 공공 주도 임대 비중을 두 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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