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기금 15조 자금줄 청약통장의 '딜레마'

정부, 무주택자 가점 축소 청약제도 개선안 검토
청약통장 가입 부진…기금 재원에 부담될수도

(서울=뉴스1) 전병윤 기자 =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임대주택 건설자금이나 전세자금 및 생애 첫 주택구입 대출 등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조성된 국민주택기금 규모는 지난해말 기준 52조6803억원이다. 이 중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을 통해 들어온 돈은 14조7235억원으로 전체의 27.9%에 달한다.

같은 기간 국민주택기금 중 국민주택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금액은 10조5000여억원. 청약통장은 국민주택기금의 외부 자금조달 수단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춧돌인 셈이다. 청약통장 가입자들로부터 조달한 자금은 2012년 11조2691억원이었으로 1년만에 3조4000억원 넘게 늘어났을 만큼 국민주택기금내 중요도는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토부는 청약제도의 대대적 손질에 나섰다. 그 중 무주택 기간이나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길수록 점수를 많이 줘 당첨 확률을 높여주는 '주택 청약 가점제' 방식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유주택자에게도 가점제 청약에서 1순위 자격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된 바 있다.

복잡한 청약제와 무주택자 중심의 가점제 방식이 주택 매수세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개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같은 의도로 청약제도를 대폭 손질하면 자칫 국민주택기금의 재원 확보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국민주택기금이 청약통장 가입자로부터 전체의 30% 가량을 조달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청약통장에 오랜 기간 더 많이 돈을 붓는 사람에게 돌아갈 혜택을 줄일수록 국민주택기금의 재원 부담은 커질 수 있다.

더구나 연말 국민주택기금이 단순 융자를 벗어나 도시재생사업이나 임대주택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출자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힌 주택도시기금으로의 확대 개편을 앞두고 있어 탄탄한 재원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만약 청약통장 가입이 줄더라도 국민주택채권 발행을 통해 부족한 국민주택기금의 재원을 메울수는 있지만 이 경우 국가부채가 늘어난다는 게 문제다.

국토부 관계자는 "유주택자에게 청약 기회를 주더라도 청약통장을 가입해야 하고 청약통장의 금리가 일반 시중은행보다 약간 높아서 투자 매력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청약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극단적 시장주의자들도 있지만 정부의 방침은 무주택자를 위해 청약제도를 유지한다는 것이므로 청약통장 가입이 급감해 국민주택기금에 부담을 주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재호 목원대 교수는 "과거처럼 무조건 청약통장을 하나 들고 있어야 내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시대는 지난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무주택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축소된다면 청약통장 가입 수요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 주도로 무주택자에게 1순위 청약을 주는 과거의 방식을 벗어나 정부가 무주택 서민들에게 소형 주택을 공급을 하고 민간은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이원화된 제도로 변화하는 건 바람직하다"면서도 "청약제도 개선으로 국민주택기금의 재원 조달이 약화될 것이란 것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저리의 주택구입자금 대출처럼 그동안 부동산 부양을 위해 쓰지 말고 임대주택공급과 같은 서민의 직접적인 주거 안정에 집중하는 운영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byj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