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결의는 남북대화에 배치' 논리 펴라"…北기밀문서 공개(종합)
리일규 전 참사 "김정은, 국제사회 대북 인권 압박에 예민"
북한서 '인권문제 대응전략' 담긴 외교문서 12건 직접 입수
- 임여익 기자,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유민주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자국의 인권문제를 감추기 위해 지시한 내용이 담긴 기밀문서 12건이 공개됐다. 여기엔 남북 대화가 진행되던 문재인 정부 때 '북한인권결의'가 한반도 정세에 배치된다는 논리를 펴라는 지시와 '북한 인권 특별보고서'를 작성한 사람은 상종도 하지 말라는 주문 등이 담겼다.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는 15일 서울 종로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개최된 '북한 인권 공동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 외무성과 재외공간이 주고받은 외교전문 12건을 공개했다.
리 전 참사는 "김정은은 북한 인권실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세에 큰 관심을 갖고 있있다"라며 "그 이유는 주민들 인권에 이해관계가 있어서가 아니라 4대 세습과 1인 독제체제로 가기 위해선 이 문제를 막막아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 엘리트층이든 일반층이든 빠짐없이 인권유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며 '오히려 간부일수록 김정은의 즉흥적인 처형의 대상이 되기 쉬워서 누구보다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집권 첫 해인 2012년부터 북한은 3가지 인권 대응 전략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주민들의 행복한 실상만을 보여주는 여론공세전 △친북국가들에게 유엔 대북인권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도록 하는 강경대응전술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제의한 방안을 일부 받아들여 개선의지를 보이는 유화전략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리 전 참사는 북한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북한이 중국, 베네수엘라, 시리아 등 국가들에 '처지공통성'을 기반으로 연대를 형성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 인권문제가 있다고 해도 베이징 사람이 광동어나 대만어를 쓴다고 처형당하지는 않는다"며 "북한과 친북국가들의 상황을 구별해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서 따로 다루듯이 북한 인권문제를 별도로 취급하는 유엔 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된 '북한 인권 특별보고서' 작성자에 대해 "인정, 상종도 하지 않는 일관된 강경 입장"을 취할 것을 주문하며 "대신 우리 지지 대변하는 나라를 최대한 늘여 적측(한국측) 대변세력을 압도"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지난 2020년 2월에는 '인권이사회 43차 회의'에서 지지 세력을 확보할 때 사용할 논거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당시 북한은 자국의 인권문제를 비판하는 국가를 두고 "인권을 구실로 우리 제도를 전복하기 위한 불순한 정치적 목적을 추구"한다며 "진정한 인권보호증진과 무관하며 인권을 정치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보편적인권상황정기심의(UPR)가 있음에도 우리 등 특정나라만 골라 문제를 제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문제시 되는 나라들은 이외없이 발전도상나라들뿐인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며 인권문제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2017년 1월 '포치' 문건에 따르면 북한은 "탈북민들 증언의 허위성을 폭로"하고 이들을 "사회정치적으로 매장하기 위한 여론 작전을 강하게 실시할 것"을 당부했다.
2018년 남북 대화가 진행될 때는 '북한인권결의'가 당시 긍정적으로 발전하던 한반도 정세에 배치된다는 논리를 펼 것을 지시하면서 "인권문제에 있어서 대화와 협력이 방법이라는 발언을 유도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 문건은 리 전 참사가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할 당시 직접 입수해 탈북할 때 가져온 것으로, 지난 12일 통일부가 리 전 참사의 요청에 따라 전문이 아닌 일부 내용만을 발표한 바 있다.
리 전 참사는 뒤늦게 전문을 공개한 배경에 대해 "북한이 자행한 끔찍한 인권 만행의 배경이 실제로 김정은에게 있다는 걸 국제사회가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며 "김정은이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문제 공세에 굉장한 관심을 갖고 반응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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