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요구 확실…100억 달러는 어림없어"

[트럼프 시대] 미국 대선 결과와 역내 안보 환경 변화 전망 학술회의

北·러 쿠르스크 총력전 ⓒ 로이터=뉴스1 ⓒ News1 구경진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임여익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우리 정부는 이미 1조 5192억 원(약 11억 달러)으로 방위비 분담금을 타결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연방정부 지출 억제 공약을 관철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송승종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특임교수는 8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과 화정평화재단이 공동으로 개최한 학술회의 '2024년 미국 대선 결과와 역내 안보 환경 변화 전망'에서 트럼프 2기 정책 방향을 전망하며 이같이 밝혔다.

송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엄청난 요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동맹의 실질 혜택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한국이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이번 트럼프 2기 백악관 요직의 후보로 거론되는 키스 켈로그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이 "방위비를 제대로 낸 국가에 대해서는 걸맞은 대우를, 지불 안한 국가는 차별하자"고 주장한 적이 있다며 "동맹 관계에 대한 부정적 기류를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 교수도 방위비 분담금에 관한 재협상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트럼프가 말하는 100억 달러는 어림도 없다"며 "기존 SMA 틀이 100억 달러로 갈 수 있는 상황이 절대 아니며, 우리가 현재 부담하고 있는 것의 2배가 최고치"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트럼프의 대외정책을 '제한된 축소'라고 정의하며 "동맹국을 통해 자신의 책임과 비용을 줄이면서 자국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것이지, 국제사회에서 발 빼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 입장에서는 동맹국에 대한 영향력 유지가 중요하다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그 카드를 활용해서 한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주한미군 역할이 북한에 대한 위협보다는 중국을 겨냥한 역할로 변모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과는 제도화된 핵 위협 대응체제로 가야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작년 8월 캠프데이비드 공약을 보면 한미일이 주요 분쟁에 대응하는 걸 논의하겠다는 건데 이걸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경수 한미동맹재단 사무총장은 "트럼프가 강조하는 것이 SMA라면 우리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현재 정부가 확고한 정치적 기반을 갖고 있을 때 추진이 가능한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진단했다.

메이슨 리치 한국외대 교수도 "트럼프의 레토릭이나 발언을 보면 굉장히 자극적인 이야기가 많은데, 이는 한국인에게 불안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송 교수는 "지금처럼 경제 국방 안보 기술 등을 별개의 카테고리로 놓기 보단 하나의 패키지 개념으로 딜 하는 게 더 바람직해 보인다"며 "우리가 무리하게 미국과 협상하기보단, 줄 건 주고 또 우리가 요구할 것도 받아내는 '그랜드 바겐'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어떻겠냐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자 시절이던 지난 15일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고 표현하며 자신이 당선되면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 6500억 원)를 지불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한국과 미국은 최근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 대비 8.3% 인상한 1조 5192억 원으로 합의했는데, 이보다 9배 가까운 액수를 부른 것이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