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이후 귀신병 많았다"…길주군 탈북민들, 北 핵개발 피해 증언

'북한자유주간' 행사서 풍계리 인근 탈북민들 첫 공개 증언
"핵실험장 인근 주민은 평양 못 들어갔다" 주장도

북한이 2018년 5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진행할 당시 모습.2018.5.2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이 있는 길주군 출신 탈북민들이 핵실험 이후 병들거나 죽는 주민들이 많았다고 주장해 눈길을 끈다.

제20회 '북한자유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20일 서울 광화문 센터포인트빌딩에서 열린 '길주군 탈북민들의 핵실험 피해 증언' 기자회견에는 이영란(이하 가명), 김순복, 남경훈 등 길주군 출신 탈북민이 증언자로 나섰다.

56년간 길주군에서 살았다고 밝힌 이영란씨는 "북한이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뉴스를 하고 난 뒤에야 마을에 핵실험장이 들어왔는지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길주군에서 핵실험을 했다는 보도를 봤을 때, 미국이 이제 우리나라에게 꼼짝을 못 하겠구나 하면서 당시 장마당에 함께 있던 주민들은 모두 기뻐했다"면서 "한국에 오고 나서야 핵실험이 사람들 몸에 안 좋다는 걸 알게 됐다"라고 회고했다.

이씨는 "핵실험장에서 내려오는 물을 주민들이 먹고 있었기 때문에 길주군 주민들이 다 피폭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자신의 아들도 결핵 진단을 받고 사망했다고 했다.

그는 "아들이 평양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면 해서 탈북한 뒤 중국을 통해 아들에게 돈을 보냈는데 '길주군 환자는 평양에 발을 못 들인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김수복씨도 "군인들이 오기 전에는 살기 좋은 마을이었는데 점차 결핵, 피부염 환자가 많아졌다"면서 "사람들은 '귀신병'에 걸렸다면서 무당을 찾아가고 했다"라고 밝혔다.

남경훈씨도 "동네에 환자가 늘어나고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고 했을 때 주민들은 귀신병에 걸렸다고 말을 많이 했다"면서 "당국에선 방사능 피폭 가능성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고 '고난의 행군' 때문에 영향 상태가 좋지 않아서 영향을 미쳤다는 식으로 구실을 만들었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자유주간 준비위원회에 따르면 길주군 출신 탈북민이 북한 핵실험장 피해에 대해 공개적으로 증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통일부도 길주군에서 탈북한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방사능 피폭검사를 진행 중이며 올해 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2017~2018년에도 방사선 피폭 검사를 실시했으나, 당시 조사 때는 핵실험으로 인한 오염의 인과관계가 특정되거나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피폭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sseo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