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대북송금 논란, '퍼주기' 기준 달라 정권 비교 못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23일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7.4.23/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통일부는 27일 최근 19대 대선 후보들이 TV 토론회에서 '대북 송금' 논쟁을 벌이면서 언론 보도에 인용된 '역대 정권 대북 송금액' 자료를 배포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이른바 '대북 퍼주기' 금액은 기준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온라인을 통해 현재 유통되고 있는 이 자료에 따르면 김영삼 정부 36억 달러, 김대중 정부 13억4500만 달러, 노무현 정부 14억1000만 달러, 이명박 정부 16억8000만 달러가 북한에 송금됐다.

이 자료는 지난 2010년쯤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실이 통일부 출처라며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명박 정부 때의 대북 송금액이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송금액보다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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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TV토론회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 시절 북한에 현금, 현물로 넘어간 게 44억 달러"라고 주장했을 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그 금액은 오히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더 많았다"고 했던 것이 이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날 통일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 자료는 통일부에서 작성하거나 배포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지난 2010년 10월 국회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긴 했지만 현재 유통된 자료와는 다르며, 이는 의원실에서 가공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통일부가 2010년 당시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는 시점상 이명박 정부 때 통계도 포함되지 않았다.

통일부는 또 가공된 자료가 정부마다 집계 기준이 달라 직접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순수 교역금액 전체를 반영한 것인데,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순수 교역금액(일반교역+위탁가공)에서 인건비, 운송비로 추정되는 일정 비율을 임의로 곱해 집계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이날 지난 2010년 국회에 제출했다는 자료와 동일한 2017년 2월 기준 '정부별 대북 송금 및 현물제공 내역'도 공개했다. 이 통계는 '통일백서', '월간교류협력동향' 등에 토대로 이용된다.

이에 따르면 김영삼 정부의 대북 송금액은 12억 달러, 김대중 정부 24억7000만 달러, 노무현 정부 43억5600만 달러, 이명박 정부 19억7600만 달러, 박근혜 정부 3억3700만 달러로 노무현 정부 때가 가장 많다. 이는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송금과 현물 형태로 북한에 제공된 내역이다.

그러나 이 자료도 대선 후보들 간 논쟁의 쟁점이 된 정부별 '대북 송금' 규모를 비교할 수 없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이른바 '북한에 퍼주었다'는 지원금뿐 아니라 개성공단 인건비, 통신비 등 사업 금액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통일부 제공)ⓒ News1

단순히 신고된 금액으로만 보면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 남북 교류가 활발했을 때 북한에 건넨 송금액이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 때보다 클 수밖에 없는데 이를 '북한에 퍼주었다'고 보는 것은 무리한 해석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노무현 정부 때 북한에 준 43억5600만 달러 중 절반에 해당하는 20억 달러가 '교역, 위탁 가공 등'인데 이는 북한에서 물건을 수입한 대금으로 건넨 돈이나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지급한 임금도 포함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퍼주기' 지원의 기준을 무상 지원에 한정할 것이냐, 차관도 포함하느냐 아니면 남북 교류 사업 전체를 포함하느냐 등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다"며 "적어도 통일부는 지금까지 일관된 기준의 자료를 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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