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손학규, 문재인 후보 TV찬조연설문

얼마전 전라남도 순천에 가서 문재인 후보 지원 유세를 마치고 점심을 하는데, 어떤 참석자가 하는 말이, 손 대표님이 한창 열을 올려 연설을 하고 있느니까 청중 속의 어는 한 사람이, "저 사람, 말은 저렇게 하지만 속이 얼마나 상해 있겠어?" 하더랍니다. 그러니까 또 다른 사람이 "아이구, 속이 속이겠어?" 했답니다. 저도 허허 웃으며 "속이 상한 게 아니라 속이 없지요"하고 맞장구를 쳐 주었습니다.

아마 오늘 제 방송 연설을 들으시는 분들도 비슷한 마음을 가지신 분이 많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저라고 사람인데 솔직히 속마음이야 왜 아쉬움이 없겠습니까?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국민들이 경선을 통해 이미 그렇게 결정을 해준 것, 여기에 겸허한 마음으로 승복하고 대의를 따르는 것, 그것 말고 제가 할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저에겐 중요하겠지만, 국민들로 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건 간에, 제가 대통령이 되어서 이루고자 했던 뜻을 펼쳐 살기좋은 세상 이루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엊그제도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 속에 동두천 양주의 시장거리에서 유세를 하는데, 장사를 하다말고 얼어붙은 손을 움켜쥐며 제 말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시는 아주머니의 얼굴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 분들에게는 손학규냐, 문재인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아니 문재인이냐 안철수냐, 또는 문재인이야 박근혜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우리 삶을 누가 더 낫게 해주느냐, 그 이상의 더 중요한 기준은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저는 유세를 하면서, 시장 거리에서 장사하거나 장을 보러 나온 아주머니 아저씨들을 보면서, 세상을 바꾼다는 것이 다름 아닌 바로 우리 평범한 서민들의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제가 이렇게 연설합니다.

"엊그제도 부산의 빵집 주인이 철사 줄로 목을 매어 자살했습니다. 인천에서는 모녀가 생활고를 비관해서 연탄가스를 피워놓고 저세상으로 갔습니다. 서민들 살림살이가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졌습니다.

우리나라에 돈이 없습니까? 돈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10대 재벌기업이 당장 쓰지 않고 곳간에 잠겨놓고 있는 돈, 소위 사내 유보금만 해도 300조가 넘습니다. 산술적으로만 치면 이 돈만 풀어도 국민들에게 세금한 푼 걷지 않고도 1년 나라살림을 할 수 있는 돈입니다.

문제는 돈이 한군데 몰려있다는 겁니다. 이래서 정권교체를 하자는 겁니다. 우리가 정권교체를 하자는 것은 바로 돈의 흐름을 바꾸겠다고 하는 겁니다. 돈의 물꼬를 터서 재벌, 대기업, 부자들에게만 몰려있는 돈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재래시장과, 골목가게에도 돌아가게 하자, 노인 어르신들과 가정 주부들 주머니에도 돈이 돌아가게 하자, 이래서 정권교체 하자는 겁니다.

다소 선동적이긴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모여있는 군중들이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칩니다.

바로 이겁니다. 민심이 바로 여기에 있고, 시대의 흐름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경제의 틀을 바꾸어서 재벌과 대기업에 편중된 경제를 서민과 중산층이 함께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경제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세상의 틀을 바꾸자는 겁니다. 이것이 국민의 바람이고, 이것이 바로 시대정신인 겁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의 실현은 바로 이렇게 소박한 서민들의 바람에서부터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 민주당은 경제민주화다, 재벌개혁이다 해서 재벌을 때려부수자는 게 결코 아닙니다. 재벌을 해체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재벌만 잘 살 게 아니라 중소기업도 기를 펴고 사업할 기회를 갖도록 하자는 겁니다. 중소기업이 애써 기술 개발하면 기술 빼앗고, 납품단가 후려치고, 인력 빼앗아 가고, 틈 봐서 대기업이 따로 자회사를 차려 납품업체를 통째로 잡아먹는 일 없애도록 하자, 이겁니다.

대기업과 재벌은 세계로 뻗어나가 수출 늘리고, 일자리 많이 늘리고, 국위선양해라 이 얘깁니다. 나라에서는 이런 재벌 대기업은 적극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다만, 대기업이 골목수퍼 잡아먹고, 빵집에서 피자집, 두부가게, 콩나물, 순대집까지 침범해서 서민들의 삶의 터전까지 빼앗는 일은 못하도록 하자, 이 말입니다.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재벌도 자영업자도 제발 좀 같이 살도록 하자는 서민들의 소박한 꿈을 보호해주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13년간 빵집하며 아이들 키우고 공부시키다, 이제 도저히 대형 프렌차이즈점의 힘에 버틸 길이 없어 세상을 하직하는 일이 없도록, 세상을 좀 바꾸자는 간절한 소망인 것입니다.

경제민주화는 실상 거창한 이념이 아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 평범한 서민들의 소박한 소망의 표현인 것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생활고로 인한 자살 소식을 듣습니다. 노모와 딸이 7개월동안 월세를 못내고 창틀을 테이프로 꽁꽁 막고 연탄불 피워놓고 자살하는 일, 이런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 우리의 복지국가에 대한 꿈입니다.

노인들 호주머니에 생활비를 좀 더 드려서 겨울에 추위에 떠는 어르신들 없게 하자는 것이고, 집 없이 가난한 사람들, 월세 걱정 안하도록 하자는 겁니다.

없는 사람 병원비 걱정 덜어주고, 젊은 부부들 아이 낳고 기르는데 두려움이 없이 해 주자는 겁니다.

복지국가의 이상이 거창해 보이지만, 실상은 평범한 시민들의 소박한 꿈을 해결해 주자는 겁니다.

복지국가를 하자고 하면 흔히 그 재정이 어디서 나오느냐고 날을 세웁니다. 그리스나 이탈리아가 복지 때문에 경제가 망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복지는 재정 이전에 의지의 문제입니다. 왜 스웨덴이나 네덜란드, 독일이나 프랑스가 복지를 잘 하는데도 망하지 않고 가장 잘사는 경제가 되었는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제가 금년 봄에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와 같은 북유럽의 복지국가를 둘러보고 온 소감은 복지국가 실현은 당장의 재정능력보다 미래사회 건설의 꿈과 의지라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철학의 문제였습니다. 사람으로부터 경제도 나오고, 한사람 한사람을 챙기는데서 경제 성장도 이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복지국가를 실현해 온 스웨덴이라고 해서 왜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었겠습니까?

그러나 그 나라에서는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복지를 후퇴시키기는커녕 더욱 적극적인 복지 정책을 펴서 경제적인 난관도 극복하고 복지제도도 발전시켜 온 것을 제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우리가 민주당으로 정권교체를 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것도 바로 이런 뜻입니다. 중요한 것은 나라를 책임지는 정권이 어떠한 세계관과 역사관을 가졌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당과 정치세력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박근혜 후보도 경제민주화를 하고 복지사회 건설을 하겠다고 합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가 시대의 흐름인 것은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설사 박근혜 후보가 진정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박 후보가 과연 그의 생각을 제대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구조 위에 있느냐 하는 겁니다.

경제민주화의 구호 속에 김종인 전 장관을 영입했지만 결국 당내 분란만 일으키게 된 것이 새누리당의 실상입니다. 새누리당이라는 구조가 경제민주화를 원초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경제민주화 구호는 결국 허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경제민주화를 말하면서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 이것이 새누리당의 본질과 속성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 후보의 말이 위선이 아니면, 박근혜 후보로도 어쩌지 못하는 정당구조 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당과 정치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시대정신을 제대로 담지하는 정당의 후보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남북관계만 해도 그렇습니다. 며칠 전 경기도 북부 접경지역에 가서 유세를 하고 왔습니다만, 거기 가서 이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정말로 아쉬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제가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 파주에 대규모 LCD 단지를 세워서 십여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파주만해도 지난 10년간 인구 20만에서 40만의 대도시로 발전했는데, 이명박 정부 이후 북부지역의 발전에 더 진전이 없는 것입니다.

휴전선 남쪽 30킬로밖에 안되는 지점에 세계 최대규모의 LCD 단지를 건설한 것 자체가 방안보차원에서 평화적 방호벽의 구축이요, 평화를 통한 경제번영의 상징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들어서서 남북관계가 단절되면서 남북평화를 통한 경제기회는 고스란히 날라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만약 남북교류와 경제 협력이 계속 진전되었다면 개성공단에도 지금의 123개가 아니라 500개, 1000개의 기업이 진출했을 것이고, 해주로, 남포로, 평양으로, 신의주로 우리 기업이 진출했을 것입니다.

그러면 경기도 북부는 지금쯤은 대북 경제진출의 전초기지로 커다란 호황을 누리고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었습니다.

박근혜 후보도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의 재개를 말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솔직히 회의적입니다. 설사 박후보 개인의 남북교류에 긍정적이라고 하더라도 박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과연 이를 적극 실천에 옮길 환경이 되겠는가 하는 의문입니다.

역시 정당과 정치세력의 구조 문제입니다. 박 후보가 남북교류를 말하지만, 이미 지난 TV토론에서 '퍼주기 평화는 가짜 평화'라고 하면서 그의 교류협력정책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새누리당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보수세력의 이념적 틀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서 미래로 나가야 합니다. 세상을 바꾸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나로호 발사가 연이어 실패하는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는 없지만, 제 기분에, 과학기술부가 있었더라면 나로호가 벌써 올라갈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을 막연히 했습니다.

교육학을 전공한 교과부 장관이 나로호 발사 실패를 설명하는 것이 어쩐지 어색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과학기술부를 없앨 때, 그때 명분은 작은 정부였습니다. 그러나 철 지난 '작은정부 큰시장'의 신자유주의 도그마에 묶여 미래를 보지 못한 것입니다.

이제 좀 더 적극적인 정부를 통해서 국민의 생활을 하나하나 보듬고 이를 통해 새로운 경제의 활력을 찾아야 합니다. 토목건설과 같은 과거의 경제구조가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을 적극 육성 개발하고, 경제정의와 복지건설을 새로운 경제의 틀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미래사회의 건설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것입니다.

이제 며칠 안 있으면 저의 친구 민주주의자 김근태의 1주기가 다가옵니다만, 김근태 의장이 타계했을 때 왜 많은 국민들이 그토록 애통해 했습니까?

내일 12월 12일은 역시 저의 친구 조영래 변호사가 이 세상을 떠난 지 22주년이 됩니다만 왜 아직도 많은 젊은이들이 조영래를 배우고자 합니까?

그들은 국민이 주인인 것을 몸으로 실천하는 민주주의 신봉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와 인권과 노동이 하나인 것을 실천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 실천의 요체는 소통입니다. 조영래는 전태일과 소통했고, 김근태는 모진 고문 속에 몸을 던졌고, 제정구는 빈민들과 함께 '가짐 없는 큰 자유'를 실천했습니다.

제가 문재인 후보에게 '저녁이 있는 삶'이라고 하는 저의 구호를 몽땅 드리겠다고 한 뜻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저와 함께 3총사로 불리던 조영래와 김근태가, 우리가 함께 꾸었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먼저 갔을 때, 저는 이 친구들의 꿈을 제가 이루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저에게 맡겨진 사명으로 생각했습니다.

이제 저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지금, 저는 기꺼이 우리 민주당, 민주세력의 대표주자 문재인에게 저의 친구들의 꿈까지 한꺼번에 넘겨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문재인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저녁이 있는 삶의 노랫말, "하루 일을 마치고 비누향기 날리며, 식탁에 둘러 앉아 웃음꽃을 피운다"처럼 가족이 행복하고 사람이 주인이 되는 세상, "너의 기쁨 슬픔은 나의 기쁨과 슬픔, 이제 가슴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자"로 표현되는 공동체 사회를 건설하고, "떳떳하게 일하고 당당하게 누리자. 모두 함께 일하고 모두 함께 나누자"로 표현된, 노동이 그 가치를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자는 우리들의 꿈을 이제 문재인이 맡아서 실현하기를 기대합니다.

실상 문재인 후보의 '사람이 먼저다' 하는 구호는 '저녁이 있는 삶'과 같은 가치의 다른 표현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저는 문재인 후보를 개인적으로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를 볼 때마다 제게 떠오르는 한 장면이 있습니다. 제가 잘 아는 어떤 스님에게서 들은 얘기입니다.

이 스님이 네팔의 히말라야 산맥을 트랙킹하다가 문재인 후보를 만났다는 겁니다. 민정수석을 하다가 그만두고 바로 네팔에 가서, 그것도 혼자 산길을 걷고 있었다고 합니다.

오래 전 이야기입니다만, 아직도 문재인 후보를 생각할 때 이 장면이 머리 속에 상상으로 떠오르는 것은, 그 때 저는 스님으로부터 그 말을 들으면서, "이 사람은 비울 줄 아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여러 가지 있겠습니다만, 그리고 문재인은 여러 가지 좋은 덕목을 갖고 있습니다만, 저는 '비울 줄 아는 사람'이 그 중 으뜸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워야 크게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비우고 그 자리에 국민의 마음을 크게 담아 아우를 수 있는 지도자, 통합의 리더십을 문재인에게 기대합니다.

그래서 저는 국민 여러분께 문재인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서 국민이 함께 잘 사는 나라, 사람이 먼저인 세상 만들고 '저녁이 있는 삶'을 국민에게 선사할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한사람도 빠짐없이 투표를 해서 문재인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갑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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