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쇄신 아닌 정치관행 쇄신 요구였다"…安 구상의 끝은?
민주 지도부 총사퇴로 안철수發 신당 창당론 또 다시 주목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와 추미애,강기정,우상호,이용득 최고위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대표실에서 사퇴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와 창조적 혁신을위한 하나의 밀알이 되겠다"며,"정권교체와 단일화가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에 사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2012.11.18/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figure>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간 단일화 협상 파행 사태가 18일 이해찬 당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의 총사퇴 등을 계기로 수습 국면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과연 단일화 이후 안 후보의 구상이 어디에 까지 미칠지에 대한 관심이 민주당의 인적쇄신과 맞물려 한층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내 친노(친노무현) 세력의 대표 격인 이 대표의 퇴진이라는 강수에도 불구하고 안 후보가 여전히 자신이 원한 것은 인적쇄신이 아니었다며 '정치 관행의 쇄신'을 또 거론하고 나서 안 후보의 최종적 의중을 놓고 갖가지 관측이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이날 낮 광주에서 이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총사퇴키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저희가 민주당에 요구한 것은 인적쇄신이 아니었고 지금까지 내려왔던 정치 관행에 대한 개선"이었다고 했다.
안 후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결단을 내리셔서 진심으로 존중의 말씀을 드리고, 그 뜻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했지만 문 후보측에 대한 요구는 "민주당의 쇄신, 그리고 아름다운 단일화 과정에 대한 당부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적쇄신을 넘어선 당의 쇄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물론 민주당의 '변화'를 포함한 정치권의 쇄신을 요구해 온 안 후보의 입장은 출마 선언 이후 줄곧 유지돼 왔기 때문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안 후보가 이달 들어 '4·11 총선 패배 책임론'을 거듭 주장하면서 친노(친노무현) 세력을 정면으로 겨냥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태도를 보여온데 이어 또 지난 16일 민주당 내에서도 요구하는 즉각적인 쇄신조치를 단행할 것을 요구했을 때 이는 민주당 내 친노 세력에 대한 인적쇄신의 의미한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었다.
친노 세력을 타깃으로 한 안 후보의 압박은 최근 민주당 내에서 구 민주계와 비문(비문재인) 인사를 주축으로 한 60여명의 전직 의원들이 "두 후보에 대한 민주당원의 선택권을 당이 보장해야 한다"며 안 후보에 대한 민주당 내에서의 지지를 허용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과 맞물려 당 안팎에서의 친노 세력에 대한 협공, 즉 친노 세력 고립 움직임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당 안팎으로 부터의 친노 세력 고립화 시도는 민주당내 역학 구도를 감안하면 '문재인 흔들기'에 해당하며 이는 2007년 당시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당내에서 후보 교체론을 제기했던 이른바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사태와 비교되기까지 했다.
안 후보가 문 후보와 후보 등록(25~26일) 전 단일화 등에 전격 합의한 이후 최근까지 민주당 내 비문, 비주류 의원을 중심으로 30여명의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건 점도 결국은 '문재인 흔들기'의 측면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즉 안 후보측이 총선 패배 책임론 등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이를 통해 민주당 내 친노 세력을 흔들면서 친노 세력에 서운함을 안고 있는 호남 유권자들을 문 후보로부터 유리시켜 결과적으로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시도라는 관측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안 후보는 이날 광주에서도 단일화 협상 중단 이유를 설명하면서 "4·11 총선 때 많은 분들이 당연히 야권이 다수 정당이 되리라 기대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실망스런 결과 나왔다. 그 이유는 스스로 개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거듭 민주당 총선 패배 책임론을 말했다.
그런데 안 후보가 이날 민주당 친노 지도부가 총사퇴한 이후에 그 결과를 존중한다면서도 인적 쇄신을 넘어 또다른 정치쇄신에 대해 거론한 것은 안 후보의 최종 구상이 단순히 친노 세력 고립이나 '문재인 흔들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관측을 가능케 한다.
때문에 안 후보가 민주당의 인적쇄신을 넘어 당 혁신의 결과물로 그리고 있는 그림이 종국에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서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가능한 시나리오로는 친노 세력의 약화에 이어 추가적인 당 혁신이 민주당의 근본적인 변화, 즉 민주당 발전적 해체까지도 지향할 수 있다는 점까지 거론된다. 안 후보가 실제로 친노 지도부 사퇴 이후 자신으로의 야권후보 단일화와 함께 민주당의 해체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면 그것은 곧바로 제3 신당 창당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이날 지도부 총사퇴 기자회견에서 안 후보를 향한 몇 가지 당부의 말의 형태로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 데에서도 이 같은 우려를 읽을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안 후보에게 '새로운 정치'를 당부하면서 "우리 정치에서 척결돼야 할 가장 대표적인 구태 정치는 '거짓말과 분열주의, 그리고 무책임하고 불안한 정치'와 '정당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당권 투쟁, 자리 싸움에 골몰하는 정치'"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무책임하고 불안한 정치, 정당 민주주의 부정' 등은 안 후보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 대표가 함께 거론한 '당권 투쟁, 자리 싸움에 골몰하는 정치'의 경우 민주당 내에서 지도부 인적쇄신을 들고 나왔던 비노, 비주류측을 겨냥했다는 해석과 함께 안 후보측을 경계한 것으로도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 나온다.
이같은 언급은 안 후보가 민주당에 대해 인적 쇄신에 이은 또 다른 쇄신을 지속적으로 주문하고 있는 것이 단일화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투쟁적 측면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민주당 안팎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안 후보가 단일화 과정을 전후해서 민주당내 세력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은 역시 이러한 움직임이 신당 창당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의미한다.
안 후보는 정치혁신을 강조하며 여러 차례 민주당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점을 주장해 왔다.
이날도 "민주당에 새로운 정치를 요구한 건 저를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을 위해,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민주당이 거듭나서 지금보다 많은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게 필수적이라는 생각에 쇄신과 새정치를 말했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당장 안 후보가 신당 창당을 추진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단일후보가 된 이후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보는 것이 보다 일반적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기성 정치권과 차별성을 둬야만 이길 수 있는 안 후보 입장에서 대선 이전 신당 창당은 자충수일수 있다"며 "나중을 대비한 포석이라고 볼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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