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있는 삶' '우리나라 대통령'…잠룡들은 '대박 캐치프레이즈' 경쟁 중?

손학규·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김두관 경남지사(왼쪽부터) © News1

</figure>'대박 캐치프레이즈'를 찾기 위한 대권 주자들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본격 대선 경선 국면에 들어간 민주통합당에서는 손학규 상임고문의 '저녁이 있는 삶'이 큰 호평을 얻은 가운데 다른 주자들도 이처럼 호소력 짙은 문구를 다듬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대선 준비에 오랫동안 공을 들여 온 손 고문측은 '저녁이 있는 삶' 캐치프레이즈로 '대박'을 터뜨렸다. 보편적 복지와 일자리 문제라는 민주당과 손 고문의 핵심 어젠다가 절묘하게 함축돼 있다는 평가다. OECD국가들 중 최고로 긴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2030 젊은 세대들로부터 특히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실 '저녁이 있는 삶'은 지난해 당 대표 경선에서 손 고문이 한 차례 들고 나온 적이 있는 캐치프레이즈다. 당시 정책 공약을 개발하고 다듬는 과정에서 손 고문의 비서관이 제안한 문구였다고 한다.

손 고문은 당 대표가 되고 난 후에도 라디오 연설 등을 통해 이를 꾸준히 알려 왔다. 당시에도 반응이 괜찮았으나 다른 이슈들에 밀려 오래 이어지지는 않았다. '예고편'의 좋은 반응에 고무된 손 고문이 정책을 더 다듬어 이를 다시 활용한 셈이다.

손 고문측은 "'저녁있는 삶'이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면서 손 대표의 메시지 전달력도 높아지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손학규가 다시 자기 모습을 찾아간다'는 긍정적인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고무된 분위기를 전했다.

예상치 못한 캐치프레이즈로 일격을 당한 다른 경쟁자들도 이에 자극을 받아 캐치프레이즈 재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출마 선언 당시 '우리나라 대통령'을, 최근 들어 '3대 교체'(정권교체·정치교체·시대교체)를 시험 가동해 봤으나 '흥행에 성공했다'고 보기 어려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문 고문측은 "일자리 중심의 강한 복지국가, 남북공동번영 등 정책 구상은 정리했지만 아직 하나의 카피로 최종적인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선은 장기전인 만큼 국민들과 소통하면서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대선 출정식 때 문 고문이 손 고문에게 '광화문 광장 출마 선언'이라는 이벤트를 선점당했던 기억도 남아 있어, 캐치프레이즈 경쟁에서는 손 고문의 예봉을 꺾어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음달 초 출마 선언에 나설 예정인 김두관 경남지사도 부담감이 더욱 커지게 됐다. 아직 출마 선언을 한 상태가 아니어서 구체적인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상태는 아니지만, 후발 주자라는 점에서 오히려 '신선함'을 부각시켜야 하는 부담감을 더하게 됐다.

김 지사는 계속 강조해 온 '평등'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캐치프레이즈 구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3일 부산대 특강에서 현재 사회구조를 '현대판 신분사회'로 규정하며 "승자는 있어도 패자는 없는 인본주의와 휴머니즘이 정착돼야 한다"고 '평등론'을 강조한 바 있다.

김 지사의 측근도 "김 지사가 약자의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같은 내용이 담길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저녁있는 삶' 만큼은 아니지만, 정세균 상임고문의 '빚 없는 나라, 편안한 나라'도 호평을 얻고 있는 캐치프레이즈다. 민주당의 서민 중시 정책을 잘 녹였다는 평가지만 반면 '너무 무난하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의 수도권 한 의원은 "당내 경쟁에서는 큰 틀에서 봤을 때 정책적 차별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캐치프레이즈를 잘 만들면 정책적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대선 주자 간 경선 룰 갈등이 이어지면서 아직 본격적인 정책 대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면에 내걸고 있는 캐치프레이즈도 아직은 눈에 띄는 것이 없어 보인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대표는 공식홈페이지 슬로건인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선언문을 관통할 문구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몽준 전 대표는 '살기 좋은 나라, 희망이 있는 나라'를, 이재오 의원은 '가난한 대통령, 행복한 국민'을 각각 공식홈페이지에 내걸고 있다.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은 최근 캠프 사무실에 건 현수막에 '새로운 미래의 준비된 선택'을 제시했다.

chind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