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장, 돌연 사의 배경은…친정인 경찰과 대규모 무력충돌 부담 느낀 듯
관저 요새화 했지만 경찰 1000명 투입·경호처 체포 주장에 부담
경호처·경찰 유혈사태시 수습 불가 판단한 듯
- 김정률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이 10일 돌연 사직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호처에 따르면 박 처장은 이날 오전 경찰에 출석하면서 비서관을 통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고, 최 권한대행은 이를 수리했다.
경호처는 경찰의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은 이후 한남동 관저에 철조망을 치고 차벽을 강화하는 등 요새화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영장 집행에 응할 수 없다는 윤 대통령과 입장을 같이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호처를 이끈 박 처장은 윤 대통령 '호위 무사'로 불리며 강경 저항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차례나 소환에 불응했던 그가 이날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에 응하고 오후 들어 돌연 사직서 제출 사실을 알렸다.
박 처장의 사의 표명은 관저에 칩거 중인 윤 대통령 측과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은 관저 경호와 관련해 박 전 처장의 조사 후 복귀를 염두에 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이날 오전까지만해도 윤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 윤갑근 변호사는 박 처장의 경찰 출석과 관련해 "경호처장이 경호구역 밖에 있으므로 경호처장이 조사를 마치고 복귀 시까지 규정에 따라 경호차장이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의 긴급체포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경호처장 직무 공백 등이 우려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오후 들어 이를 공개했을 가능성도 있다.
박 처장의 사임 결정 배경엔 공수처와 경찰이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경찰 1000여명을 동원하기로 하는 사실상 총력전을 선언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1차 영장 집행 실패로 국민적 비판을 받은 만큼 2차 집행 시엔 저지선을 형성한 경호처 인원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경호처 배속 55경비단, 33군사경찰대 병력을 체포영장 집행 저지에 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박 처장으로서는 제한된 경호처 인력만으로 이를 막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도 보인다.
경호처와 경찰이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충돌하고 유혈사태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번질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만큼 스스로 직을 내려놨다는 것이다.
박 처장은 경찰 출신으로 평소엔 객관적인 판단력을 갖고 업무에 임하는 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한남동 관저에서 강경한 태도로 1차 영장집행을 저지한 것은 박 처장이 주도했다기 보다는 김성훈 경호차장 쪽이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박 처장은 친정인 경찰과 대규모 무력충돌이 빚어질 상황 속에서 경호처 수장으로서 지휘 역할을 하는데 부담을 가졌을 수 있다.
경호처 소속 경호관의 동요 속에서 결국 국가 공권력에 끝까지 저항하는 길을 택하기 보다 본인이 자리에서 내려오는 선택을 했다는 해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박 처장의 사의는 방금전 권한대행이 수리했다"며 "박 처장은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체포영장 집행으로 불상사가 발행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간곡한 메세지를 사의로 대신한 것 같다"고 전했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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