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결집' 진보 '실망'…탄핵 반대 11%p↑, 민주 12%p↓[여론풍향계]

탄핵 찬성 70대 이상 반대 우세…TK 찬반 동률
"이재명 불안·거부감에 사법 논쟁, 보수층 자극"

2025년 첫 주말인 4일 오후 서울 도심 광화문 일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거나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2025.1.4/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여론이 확대되고, 여당 지지도가 반등하는 등 보수 결집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 내란죄 수사권 혼선, 체포영장 발부 적법성 논란 등으로 난항이 이어지면서 진영 간 대립이 더욱 첨예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현재와 같은 여론 추이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학습효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지속적인 탄핵 추진에 대한 불안감이 보수층의 반발심을 자극하면서 탄핵 반대 여론과 여당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은 64%다. 32%는 반대했고, 4%는 의견을 유보했다.

탄핵소추안 가결 직전(지난달 13일)과 비교하면 약 한 달 만에 탄핵 찬성 여론이 11%p(포인트) 줄고 반대 여론이 그만큼 증가했다. 중도층과 보수층 일부가 야당의 탄핵 추진 등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해 탄핵 반대 입장으로 돌아선 결과로 분석된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대구·경북(TK) 지역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조사에서는 TK를 포함한 모든 지역에서 탄핵 찬성 여론이 60%를 넘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서울 찬성 여론이 81%에서 59%로 하락했다. TK는 62%에서 47%로 떨어지며 찬반이 동률을 이뤘다.

세대별로는 20~50대의 탄핵 찬성 여론이 지난달 80%대에서 70%대로 줄어들었고, 60대는 찬성 우세에서 찬반 양분, 70대 이상은 반대 우세로 바뀌었다. 주관적 정치 성향별로는 진보층의 탄핵 찬성 여론은 한 달 전과 비교해 변함이 없었으나, 중도층은 83%에서 70%로, 보수층은 46%에서 33%로 감소해 일부 변화가 확인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여론과 비교하면 이번 탄핵 국면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2016년 12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표결되기 직전 여론은 찬성 81%, 반대 14%였고 이듬해 3월 초에도 각각 77%, 18%로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윤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한 달 사이 탄핵 찬반 비율이 크게 변하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 교수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불안감과 거부감에 더해, 윤 대통령을 둘러싼 사법 논쟁이 보수층을 자극하고 있다"면서 "수사 과정과 찬반 집회 등 부차적 논란이 더 부각되면서 비상계엄의 위법성과 반헌법성이라는 본질적 문제가 희석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34%를 기록하며, 지난해 7월 4주차(35%) 이후 5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민주당은 36%로 직전 조사 대비 12%p 하락했다. 양당 간 지지도 격차는 오차범위 내 접전으로 좁혀졌다.

지난달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 민주당 지지도가 현 정부 출범 이후 최고치(48%)를 기록하며 국민의힘과 24%p 격차를 벌렸으나 3주 만에 양당 구도가 비상계엄 사태 이전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여권 핵심 지지 기반인 70대 이상에서 51%에서 56%로 상승했고, 보수층에선 63%에서 73%로 증가했다. 대구·경북(TK) 지역에서도 33%에서 52%로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기존 여당 지지층에서는 정권 교체 위기감이 고조된 반면, 민주당에 힘을 실었던 중도·진보층의 기대감이 줄어든 모습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은 국민의힘이 잘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의 과도한 탄핵 시도가 보수층 결집을 이끌어낸 결과"라고 분석했다.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는 홍준표 대구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등을 제치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여권 2위(8%)를 기록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이는 윤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척결' 등의 메시지가 강성 보수층에 어필한 결과로 해석된다.

김 장관은 지난달 11일 비상계엄 관련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야당 의원이 사과를 요청했으나, 끝까지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아 논란이 됐다. 최근에도 노동부 기자단과 만나 "대통령은 기소도 안 됐는데 완전히 죄인 취급하는데 해도 너무하다. 민심이 뒤집어지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국민의힘 내 유력 대선 후보가 부재한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대통령감으로 생각하는 인물이 없다거나 무응답을 선택한 비율은 33%에 달해, 향후 무당층의 선택이 정치 지형 변화를 이끌 변수로 분석됐다. 신율 교수는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 현실적인 후보로 지지가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16.3%였다.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