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편지에 집회 현장은 '환호'…국민은 '참담'[기자의눈]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YTN 캡처) 2024.12.12/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정말 안타깝습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 상하시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을사년 새해 내놓은 첫 메시지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의 유족에게 건낸 위로가 아니다.

한남동 관저 앞을 점거하고 밤샘 농성하는 보수 유튜버와 지지자들에게 보낸 자필 서명 편지 내용이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한남동 관저 앞 지지자들은 환호성을 올렸다고 한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참담하고 불안한 심정이다.

1월 1일 저녁 예고에 없이 변호인단을 통해 공개된 윤 대통령의 편지는 추운 겨울 거리에 선 지지자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내용이었다.

윤 대통령의 편지를 요약하면 체포영장 집행이 턱밑까지 다가온 상황에서 이제 여당도 믿을 수 없으니 당신들이 "나를 지켜달라"는 메시지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직무가 정지됐다고는 해도 현직 대통령의 새해 첫 메시지가 체포영장에 대한 불복이다. 계엄령 실패 직후 대국민 담화에서 보였던 일말의 미안함도 이젠 남지 않은 듯 하다.

윤 대통령의 '버티기'로 한남동 관저 앞은 보수와 진보 단체로 갈렸고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시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경찰이 해산 명령을 내렸어도 양측이 물러서지 않을 경우 강제해산하는 방법 밖에 없다.

자칫 충돌이 격해지면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탄핵 때와 마찬가지로 유혈 사태가 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윤 대통령이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으면서도 자필 서명 편지로 보수 지지층을 자극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수사팀을 이끌었던 윤 대통령이 충돌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기 때문이다.

결국 윤 대통령의 편지는 12·3 계엄 사태에 대한 인식이 전혀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12·3 계엄령과 그 포고령의 정신은 입법권과 사법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이제 계엄선포에 대한 판단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가 '법치의 시간'이 됐지만 이를 무시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계엄 선포 이후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정국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대통령에 이어 권한대행마저도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되고 이른바 '대대행'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상황에 이르렀다.

그 사이 환율은 급등하는 등 대내외적인 악재는 더욱 커지고 있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도 추락하고 있다.

책임 있는 국가 최고 지도자라면 사태를 악화하기보다 조속한 정리를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정말 계엄 선포가 정당했으며 절차에 문제가 없다면 잘잘못은 사법기관에 따지면 될 일이다. 검찰이 영장에 불응하는 정치인들을 향해 늘 하던 말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 구성을 돕는 석동현 변호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 30분쯤 관계자를 통해 자필 서명이 담긴 메시지를 집회 현장에 전달했다. 윤 대통령은 "나라 안팎의 주권침탈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석동현 변호사 제공) 2025.1.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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