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에 한번씩 '불확실성' 언급한 崔대행…위기감 깃든 韓경제

경제·금융수장 F4 입모아 '불확실성' 언급하며 우려 비쳐
이창용 "崔대행, 경제 고려한 결정" 옹호…불확실성 해소 촉각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5년 정부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5.1.2/뉴스1

(세종=뉴스1) 손승환 기자 = 미국의 트럼프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외 여건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 불안까지 더해지면서 한국 경제에 위기감이 깃들고 있다.

정치가 실물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에 대한 시각은 상이하지만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약 3분 남짓의 경제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불확실성'을 총 세 번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대내외 불확실성', '미국 신정부 출범 등 통상환경 불확실성' 등을 지목했는데, 1분에 한 번꼴로 해당 표현을 언급하며 위기의식을 드러낸 셈이다.

불확실성을 강조한 건 최 권한대행뿐만이 아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새해 신년사를 통해 "전례 없이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통화정책은 상황 변화에 맞춰 유연하고 기민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했으며,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또한 신년사에서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돼 있다"며 "최근의 상황으로 예견하건대, 위험 요인은 시시각각 변하고 대내외 여건도 복잡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금융 수장인 'F4'(Finance 4)가 입 모아 불확실성을 언급한 건 우리 경제의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공직사회는 여전히 보수성이 강하고 이들의 발언은 그 자체로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실무진들이 느끼는 체감은 더욱 냉혹할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며 우리 경제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조타수 없는 배'와 다름없다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의 거시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IMF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한 것은 맞다"라면서도 "현시점에서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단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30년간 일군 성과를 한순간에 날려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5.1.2/뉴스1

실제 최 권한대행이 여당과 일부 국무위원의 반대에도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한 것도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

앞서 최 권한대행은 3명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중 여야가 각각 추천한 조한창·정계선 후보자를 임명하며 "하루라도 빨리 정치적 불확실성과 사회 갈등을 종식해 경제와 민생 위기 가능성 차단이 필요하다는 절박함에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총재도 전날 한은 기자실을 찾아 헌법재판관 임명에 반발한 국무위원들을 향해 "고민 좀 하고 얘기했으면 좋겠다. 최 권한대행이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때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되고 우리 정부가 한동안 기능할 수 있을지 얘기해야 한다"며 힘을 실어 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 권한대행을 필두로 한 내각은 당분간 대외신인도 유지에 총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날 발표한 '2025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대외신인도 관리를 4대 축 중 하나로 꼽으며, 외국인 투자(FDI) 촉진 패키지를 내놨다.

세계국채지수(WGBI) 실제 편입을 앞두고 외국인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도록 인프라를 확충하고, 환율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국민연금 외환스와프 한도는 500억 달러에서 60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한편 새해 첫날인 2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472.5원)보다 5.9원 내린 1466.6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20일 이후 6거래일 만의 하락 전환으로, 헌법재판관 2인 임명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일부 해소 및 외환 당국의 환율 안정 노력에 대한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s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