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시작과 끝 장식한 '거부권'…극단만 보는 '정치 실종'

최상목 대행, 내란·김건희 특검법 재의요구 행사
윤석열 정부 총 14차례·33건…사라진 대화·협상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2024.12.3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정부·여당과 야당 간 극한 대립으로 윤석열 정부 내내 이어진 거부권(재의요구권) 정국이 올해 마지막 날까지 정치권을 뒤덮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1일 오후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내란·김건희 등 쌍특검법에 관한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최 권한대행은 오전에 잡혀 있는 국무회의를 오후로 늦추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숙고를 거듭했지만 결국 두 특검법을 국회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

최 권한대행이 국회에 쌍특검법 재의를 요구하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총 14차례, 33건으로 늘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처음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1년 8개월 만에 세워진 기록이다.

민주화 이후 정권별 거부권 행사 법안이 △노태우 정부 7건 △노무현 정부 6건 △이명박 정부 1건 △박근혜 정부 2건인 점을 감안하면 윤석열 정부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이승만 정권(45건)에 다가설 정도로 거부권 횟수가 축적된 배경으로는 헌정 초기에 버금가는 정치적 혼란이 꼽힌다.

윤석열 정부는 태생부터 여소야대 국회 지형 속에서 첫발을 뗐다. 올해 4월 총선에서는 범야권이 192석을 가져가며 거야(巨野) 위세가 강해지면서 여야 대립 구도가 더 뚜렷해졌다.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에 얽매인 야당은 의석수를 앞세워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하며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이기 일쑤였다. 이에 맞서 윤 대통령은 여야 합의 부재와 위헌·위법적 요소를 들며 거부권을 행사하는 행태가 반복됐다.

올해만 해도 윤 대통령이 1월 5일 김건희·대장동 '쌍특검법'에 거부권을 쓰며 한 해를 시작했고, 12월 31일 최 권한대행이 내란·김건희 '쌍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한 해를 마친 꼴이 됐다.

야당은 재의요구에 따른 재표결에서 폐기된 법안을 다시 추진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방송 관련 법안들은 지난해 12월 21대 국회에서 한 차례 거부권으로 폐기됐으나 야당은 22대 국회가 들어선 뒤인 지난 8월 또 강행 처리했다. 재추진된 법안들도 이전과 동일하게 거부권으로 폐기 수순을 밟았다.

한 차례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 여야 논의를 거쳐 수정돼 윤 대통령이 수용한 경우는 지난 5월 시행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유일하다.

반복되는 특검법도 거부권 악순환을 끊지 못한 원인 중 하나다.

윤석열 정부에서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 총 33건 중 특검법안은 9건(27.3%)에 달했으며 김건희 특검법만 4건을 차지했다. 해병대원 특검법도 거부권으로 3번이나 폐기됐다.

대통령 권한대행직이 국무총리를 거쳐 부총리까지 내려오는 동안에도 끝나지 않는 거부권 정국이 '정치'가 실종된 현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재의요구는 말 그대로 국회에서 법안을 다시 논의해달라는 것"이라며 "여야 간에 이견을 해소할 수 있는 협상이나 타협이 완전히 실종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과하게 입법권을 행사한 면도 있다"며 "여야가 각자 자기 지지층만 바라보고 정치를 하게 하는 극단적 지지층도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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