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28일 후…사상 초유 '대통령·권한대행 탄핵' 정국 혼란

헌정사 첫 대대행 체제, 첫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대통령 체포 시도로 새해 시작…야당은 추가 탄핵 예고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문을 열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4.12.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28일이 흘렀다. 현대사에서 45년 만에 부활한 계엄은 국회 결의로 6시간 만에 해제됐다. 하지만 그 후폭풍은 이제야 본격적으로 몰아치고 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모두 탄핵된 초유의 '대대행 체제' 속에서, 비상계엄 사태는 한 해의 마지막 날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3일 오후 10시 28분, 윤 대통령은 돌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는 강경 발언과 함께 군용 헬기와 장갑차가 여의도에 등장했고, 무장한 계엄군은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관에 진입했다.

국회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봉쇄된 국회 담장을 넘어 본회의장에 모인 의원들은 새벽 1시 1분 재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 요구안을 통과시켰다. 윤 대통령은 3시간여 뒤 이를 수용해 계엄 해제를 발표했지만 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계엄 사태는 정치적 후폭풍을 불러왔다. 지난 14일 계엄 해제 11일 만에 국회는 윤 대통령의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취임 2년 7개월 만에 직무가 정지된 윤 대통령은 이제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로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집중적인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계엄 당시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 "문짝을 도끼로 깨부수고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끌어내라"고 직접 지시한 정황을 공개하며 그를 내란 사태의 최정점으로 지목했다.

법원이 이날 발부한 체포영장이 집행될 경우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탄핵 심판도 진행 중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7일 첫 변론준비기일을 마쳤으며, 새해부터 본격적인 심리에 돌입할 예정이다.

국정은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대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윤 대통령 탄핵 2주 만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마저 탄핵 소추되면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정을 맡아 혼란을 수습하고 있다.

비상계엄은 민주주의뿐 아니라 경제에도 치명타를 입혔다. 원-달러 환율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1475.50원까지 치솟았고, 코스피 시가총액은 83조원이 증발했다. 이달 기업심리지수(CBSI)와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팬데믹 후 4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포브스는 지난 6일 비상계엄을 '국내총생산(GDP) 살인자(killer)'로 표현했고, 영국 가디언은 13일 "한국 대통령의 기괴한(bizarre) 단기간 계엄 선포 시도가 여전히 큰 혼란(havoc)을 일으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적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2025년 새해는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 시도로 시작될 전망이다. 여기에 야당이 최 권한대행을 비롯한 국무위원 추가 탄핵을 시사하면서, 정국은 혼란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4일 새벽 무장 계엄군이 국회를 나서고 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190명 중 찬성 190명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 처리했다. 이에 따라 계엄령 선포는 무효가 됐다고 국회의장실은 설명했다. 2024.1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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