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특검·헌법재판관 가로막은 한덕수…답답한 민주, 결집하는 국힘
한 대행, 쌍특검법 거부권 시사…재판관 임명도 지지부진
욕 먹어도 '보수 결집'…"대선까지는 내부 결속 행보 유지"
-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파동 이후 대통령 탄핵과 쌍특검(김건희·내란 특검법)이 급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 더불어민주당 계획이 틀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에 대한 불신 여론으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존재감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예상 외 행보로 야권의 조기대선 시나리오에 걸림돌로 작용 중이다.
반면 사분오열이 예상됐던 국민의힘은 '친윤' 체제로 빠르게 재편하며 내홍을 수습하고, 소폭이지만 지지율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보수층에 기댄 여당의 한계는 뚜렷하지만, 국무위원 탄핵과 여론전 외에 마땅한 카드가 없는 민주당 고심 역시 깊어지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비상계엄 파동이 발생 3주가 지났지만 윤 대통령 수사와 탄핵심판 절차가 지연되고, 쌍특검법(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물론 상설특검도 관철하지 못한 상황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을 향해 24일까지 쌍특검법 처리 여부를 결정하지 않을 시 탄핵을 강행하겠다고 압박했지만, 한 권한대행은 여야 합의를 촉구하며 처리 시점을 연기했다. 헌법재판관 추천과 관련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시사했고,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 요구에는 묵묵부답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26일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 여부를 지켜보겠다며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추진을 또다시 연기했다. 윤 대통령 탄핵안과 쌍특검법 모두 국회를 통과했지만, 실상은 어느 하나 제대로 시작도 하지 못한 셈이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과 함께 인내의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며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시점을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 이후로 미뤘다고 설명했지만, 기존 민주당의 구상이 이미 큰 차질을 빚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비상계엄 이전부터 대여 공세의 주요 카드로 활용해온 탄핵안이 현 국면에서는 오히려 민주당의 선택을 일부 제한하는 상황까지 연출하고 있다. 대통령 직무 정지에 따른 권한대행 비상 체제에서 내각을 흔드는 것은 민생과 국익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따가운 눈총이 부담스럽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외국에서 보는 신인도도 그렇고 국내적인 안정도 그렇고 빨리 탄핵이 답"이라고 강조했지만, 탄핵에 대한 국민의 피로도를 외면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입장에선 갑갑한 정체 국면에서 '도로 친윤당'으로 회귀한 국민의힘의 지지율 반등도 부담스럽다.
국민의힘은 24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친윤' 검찰 출신 권영세 의원을 지명하며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함께 '친윤' 투톱 체제를 구축했다. 권 권한대행 선출로 친윤계가 전면에 등장한데 이어 권 의원 비대위원장 선임이 마무리되면 당권은 완벽히 친윤계로 넘어가게 된다.
친윤 체제에 대한 안팎의 따가운 눈초리에도 지지층이 결집하며 당은 오히려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9~2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2월 3주 차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29.7%로 조사됐다.
비상계엄 직후인 12월 1주 차 여론조사에선 26.2%로 직전보다 6.1%p 떨어져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1차 표결에 불참한 뒤 12월 2주 차 여론조사에선 0.5%p 더 떨어진 25.7%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엔 보수층이 결집하며 전주 대비 4.0%p 상승하며 반전했다.
정치권에선 분당 사태로 치달은 8년 전 탄핵 국면을 반면교사로 여권이 오히려 응집하면서 전열을 빠르게 재정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보수층 결집만으로는 조기 대선 확정시 한계가 뚜렷하고,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도 등 돌린 중도층에 '영남당' 수준의 참패가 예상돼 추가적 쇄신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금 국민의힘은 대선을 바라볼 수도, 보지도 않고 있다"며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때처럼 당이 쪼개지는 것을 막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선까지는 지금처럼 이재명 대표를 공격하면서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행보를 유지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후부터는 결속된 영남을 중심으로 다가오는 지선과 총선을 대비하며 국민들에게 사과도 하고 하면서 쇄신하는 모습을 보이며 외연확장에 힘써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을 통해 이뤄졌다. 응답률은 5.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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